[정경심 동양대 교수 28차 공판]
2020. 9. 8
#. 증인 가운데 두고 '치열한 질문 공세'
어제(9일) 열린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28번째 공판엔 증인 3명이 출석했습니다.
모두 세간의 이목이 쏠렸던 동양대 표창장 위조 의혹과 관련된 증언을 내놓을 수 있는 사람들인데다,
변호인 측 요청으로 법정에 나왔기 때문에 정 교수 입장에선 이번 재판이 매우 중요했습니다.
즉, 정 교수에 유리한 증언을 얼마나 집중적으로 끌어내느냐가 관건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그래서 이번 공판은 이 세 명의 증인들이 쏟아낸 증언의 향방에 집중해서 정리해보겠습니다.
일단 본격적으로 증언 내용을 살펴보기 전에 알아 두면 좋을 것이 하나 있는데요.
바로, 법정에서 이뤄지는 증인신문의 '규칙'입니다.
아시다시피 재판은 검찰과 변호인이 유·무죄를 놓고 공격과 방어를 해야 하는 장이죠.
증인도 마찬가지입니다.
검찰이 신청한 증인과 변호인이 신청한 증인으로 나눠볼 수 있는데요.
증인 역시 사람이기 때문에 검찰과 변호인 측에 어느 정도 우호관계가 있을 수 있겠죠.
보통은 당연히 신청한 쪽에 유리한 경향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단, 증인이 재판정에 나오면 그 증인을 신청한 쪽에서 먼저 질문할 순서를 가져갑니다.
이걸 '주신문'이라고 하는데요.
'선공'이라고 할 수 있는 '주신문'이 끝나면 앞서 나온 증언의 신빙성을 흔들거나,
명확하지 않은 부분을 확실히 하기 위해서 상대 측에겐 '반대신문' 기회가 주어집니다.
보통 증인과 우호적인 관계를 갖고 있는 쪽이 질문을 하는 '주신문'에선 몇 가지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면 원하는 답을 이끌어내기 위한 '유도신문'은 금지되는데요.
주신문 때 나온 내용을 반박하고 또 적극 방어해야 하는 입장인 반대신문에선 '유도신문'이 공식적으로 허용됩니다.
때문에 반대신문 과정에선 앞선 증언들의 애매했던 부분들이 확실해지고,
증인이 굳이 대답하지 않았던 측면들이 추가로 드러나면서 증언의 의미가 완전히 뒤바뀌기도 합니다.
특히, 이번 공판에서 검찰은 반대신문 때마다 이런 '질문의 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모습이었는데요.
그럼, 이런 '룰'을 염두에 두고 먼저 정 교수 측의 '주신문' 과정에서 나온 증언들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정 교수 측에 '유리한 증언' 쏟아지다
이날 처음으로 법정에 선 증인은 바로 2012년부터 2013년까지 동양대에서 입학처장을 지낸 강 모 교수였습니다.
그는 '2012년 여름 동양대에서 정 교수의 딸 조 씨를 본 기억이 있다'며,
'정 교수가 바쁜 와중에 딸이 영주까지 와 어머니의 일을 도와줬다'고 증언했습니다.
게다가 최성해 총장도 이 사실을 알고 딸 조 씨에게 용돈까지 줬다고 했습니다.
[9월 8일, 정경심 교수 28차 공판 中]
변호인 : "증인이 동양대에서 딸 조 씨를 처음 본 건 2012년 여름이었죠"
동양대 강 모 교수 : "그때 쯤으로 기억합니다"
(중략)
변호인 : "당시 딸 조 씨는 총장실에서 최성해 총장을 만나고 나왔죠?"
강 교수 : "네, 당시 딸 조 씨가 총장한테 용돈을 받았다고 해서 기억하고 있습니다."
변호인 : "증인이 딸 조 씨를 처음 만나고, '네가 조0이냐, 엄마 도와줘서 기특하고 예쁘다'고 칭찬했죠"
강 교수 : "네"
2012년 여름이라면 논란이 된 딸 조 씨의 표창장에 써 있는 '2012년 9월 7일까지'라는 기간에 해당하죠.
강 교수는 또, 다른 교수들과 모인 자리에서도 '정 교수 딸이 고생하는데, 학교에서 봉사상이라도 줘야 한다'는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9월 8일, 정경심 교수 28차 공판 中]
변호인 : "당시 딸 조 씨 봉사상과 관련해서 피고인 외에 누구와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기억하시나요?"
강 교수 : "당시 여러 교수님들과 같이 있었고, 어쨌든 프로그램을 도와주는 외부 사람에게 어떻게든 보답해야 한다고 생각했고요. 금전적인 게 없으면 봉사상이라도 줘서 보람차게 (느끼도록) 해야 한다고."
모두 다 지금까지 검찰의 주장을 정면으로 뒤집는, 정 교수에게 무척 유리한 증언들입니다.
이렇게 딸이 직접 동양대까지 와서 봉사활동을 했고, 그 사실을 알고 있던 다른 교수들과 상을 주자는 논의까지 있었다면,
굳이 정 교수가 힘들게 표창장을 위조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어 보이기 때문이죠.
이어서 오후엔 정 교수와 동양대에서 함께 일했던 이 모 조교가 증인석에 섰습니다.
이 씨는 '정 교수는 사실상 '컴맹'에 가깝다'면서, 정 교수가 컴퓨터로 표창장을 정교하게 위조할 수 없을 거라는 취지로 증언했습니다.
매우 구체적으로 설명하면서 당시 상황이 떠오르는 듯 살짝 웃는 모습까지 보이면서 말이죠.
[9월 8일, 정경심 교수 28차 공판 中]
변호인 : "증인이 보기에 정 교수가 PC사용에 능숙하지 않았죠. '컴맹'에 가까웠나요?"
前 조교 이 모 씨 : "네, 그 당시에 제가 담당하는 교수님도 많아서 업무가 많았는데, 맨날 불러서 가면 별거 아닌 걸로 절 귀찮게 해서. '뭐 이런 것도 못하나' 생각했습니다. (중략)
일단 한글에서 표 같은 것도 제대로 못하고, 컴퓨터 모니터가 안 들어온다고 해서 가면 케이블이 안 꽂혀 있는 적도 많고…(웃음)"
정 교수가 이렇게 '컴맹'에 가깝다면 검찰 주장처럼 복잡한 이미지 편집까지 직접 해가며 표창장을 위조하긴 힘들어 보이죠.
이 씨는 또, 최성해 총장이 앞서 '표창장 일련번호가 대학 본부에서 부여한 것과 다른 형식'이라며 위조 가능성을 시사한 것에 대해서도 정 반대의 증언을 쏟아냈습니다.
실제로 자신이 동양대에서 총장 명의의 수료증이나 상장을 만들었는데, 일관된 기준이나 양식에 따르지 않고 임의로 일련번호를 붙여왔다는 겁니다.
[9월 8일, 정경심 교수 28차 공판 中]
前 조교 이 모 씨 : "제가 만든 수료증과 상장은 다 (직인대장에) 기록을 안 했습니다. 제가 임의로 번호를 따서 만들었습니다"
변호인 : "그야말로 증인이 무작위로 번호를 넣은 건가요?"
이 씨 : "네"
이같은 조교 증언에 따르면 검찰이 주장하는 표창장 위조 정황들이 치명적으로 흔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날 변호인의 주신문에서 쏟아진 증언들은 정 교수에게 매우 유리한 것들 뿐이었습니다.#. 집중 추궁으로 '증언의 이면' 끌어낸 검찰
그러나 검찰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특히 앞서 설명드린 것처럼 '반대신문'에서 허용되는 유도신문을 적극 활용하는 모습이었는데요.
먼저, 딸 조 씨를 2012년 여름에 봤고, 봉사활동을 한 게 기특해서 상장까지 주자고 얘기했다는 강 교수의 주장을 하나하나 흔들었습니다.
[9월 8일, 정경심 교수 28차 공판 中]
검사 : "2019년 10월 동양대 관계자와의 대화 당시 녹취록 제시합니다. 딸 조 씨가 학생을 지도하거나 첨삭한 것 본 적은 없다고 하셨죠?"
강 교수 : "제가 누구도 봉사한 걸 목격한 적은 없습니다"
검사 : "피고인이 진행하는 프로그램 수강생들로부터 딸 조 씨가 첨삭지도해줬다는 말을 들어본 적 있습니까?"
강 교수 : "들어본 적 없습니다"
그러니까 동양대에서 딸 조 씨를 보긴 했지만, 봉사활동을 하는 장면은 직접 보지 못했다는 거죠.
이어서 검찰은 교수들과 논의해 딸 조 씨에게 상을 주자는 제안이 오간 상황에 대한 기억도 불분명하다는 점을 부각했습니다.
[9월 8일, 정경심 교수 28차 공판 中]
검사 : "2019년 10월 동양대 진상조사 관계자와 대화한 걸 보면, '내 성격상 내가 먼저 딸 조 씨에게 표창장 주자고 했을리 없고 봉사상 주자는 얘기가 나오자 받을 만 하네, 라고 맞장구 쳤다'고 하셨는데. (중략) 그럼 이렇게 말한 게 피고인이었나요?
강 교수 : "교수들 많았는데‥ 누군지 모르겠습니다"
검사 : "증인이 봉사상 권했다고 했잖아요. 그럼 말을 꺼낸 건 증인이어야 하는데 그런 말을 피고인이 했다고요?"
강 교수 : "제가 권한 건 사실인데, 누가 먼저 말을 꺼냈는지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이같은 검찰의 반대신문은 강 교수 증언의 신빙성을 떨어뜨리는 데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던 걸로 보입니다.
재판부도 증언 취지를 재차 확인하기까지 했으니까요.
[9월 8일, 정경심 교수 28차 공판 中]
재판장 : "증인이 입학처장 근무 당시에 장모 교수에게 '내가 딸 조 씨가 봉사활동하는 걸 직접 봐서 표창장을 줘야 한다' 이런 말을 한 적이 없다는 거죠?"
강 교수 : "직접 봤다는 말은 안했습니다"
재판장 : "증인이 그런말을 한 건, 피고인에게 들어서 봉사활동하는 걸로 알았다는 거죠? 증인은 못 봤잖아요. 딸 조 씨가 봉사한 것 어떻게 알죠?"
강 교수 : "들어서 압니다"
재판장 : "네, 다음 질문 하세요"
정 교수의 조교였던 이 씨의 증언 역시 검찰의 몇 가지 질문에 흔들리기도 했습니다.
먼저, 정 교수가 사실상 '컴맹'에 가깝다는 이 씨의 말.
[9월 8일, 정경심 교수 28차 공판 中]
검사 : "증인이 윈도우 이상하면 백업하고, 재설치하고 그런 것 증인이 직접 해본 적 있나요?"
前 조교 이 모 씨 : "네"
검사 : "작업이 어때요?"
이 씨 : "복잡하죠"
검사 : "정 교수가 조국 씨에게 고장난 노트북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설명해주는 메시지입니다. 윈도우 손상이 있으니 자료를 백업하고, 재설치하고 등등‥ 증인이 정 교수와 이런 이야기 해본 적 있나요? 정 교수도 이런 컴퓨터 활용 능력이 있었네요. 시기는 다르지만?"
정 교수가 컴퓨터 운영체제 설치에도 지식이 있었던 걸로 봐서 이 씨의 말처럼 '컴맹'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주장을 검찰이 질문 형태를 빌려서 내놓은 거죠.
이어서 검찰은 이 씨가 상장 일련번호를 자신의 임의대로 부여했다는 주장도 적극 반박했습니다.
실제로 이 조교가 만들었다는 상장을 입수해서 확인해봤더니 이 조교가 임의로 넣었다고 보기엔 어려운 일련번호들이 찍혀 있었다는 겁니다.
[9월 8일, 정경심 교수 28차 공판 中]
검사 : "자, 보세요. 이 공문 증인이 보낸 것 맞죠?"
前 조교 이 모 씨 : "네"
검사 : "공문을 보니 4명 상장을 주겠다고 돼 있고, (상장 일련번호가) 1호, 그다음 2호, 3호, 4호입니다. 맞죠?
이 씨 : "네"
검사 : "이대로 상장 뽑아서 총장 직인 찍었다는 거죠. 마음대로 (일련)번호 넣었다면서요?"
이 씨 : "번호는 제가 저렇게 넣었어요"
검사 : "그런데 저희가 상 받은 사람에게 직접 받은 실제 상장입니다. (화면에) 올려 보죠. (일련번호) 몇 번이에요?"
이 씨 : "569번이요."
검사 : "이게 처음인데 569번이에요. 다음. 이건 570번이라고 돼 있어요. 증인? (중략) 근데 어떻게 569번, 이런 번호 어떻게 땄어요?"
이 씨 : "기억이 안 나요"
이같은 신문이 계속 이어지자 재판부 역시 추가 질문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검찰의 집중 추궁이 어느정도 효과를 거뒀다고 짐작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9월 8일, 정경심 교수 28차 공판 中]
재판장 : "569번으로 돼 있잖아요. 본인은 001이라고 했잖아요. 이 차이가 왜 나는지 본인이 설명해야 하잖아요"
이 씨 : "기억이 안 나는데요" (중략)
재판장 : "아까 상장 나갈 때 (총무팀에서) 번호 안 받는다고 했잖아요. 근데 이게 왜 569호로 나가요?"
이 씨 : "그러게요. 이게 왜 이렇게 나갔지…?"#. 속도 붙는 재판‥이달 중 증인신문 마무리
이처럼 이번 재판에서 나온 증언들이 정 교수 쪽에 얼마나 유리하게 작용할지는 미지수입니다.
그 내용만 보면 정 교수의 결백을 입증하는 결정적 증언으로 보이지만,
한편으론 검찰 추궁에 흔들려버린 탓에 그 신빙성이 낮게 평가될 수도 있기 때문이죠.
이제 재판이 후반부에 접어든 만큼 '증언의 양면'을 함께 살펴봐야 하는 재판부의 고민도 점점 깊어지고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음 재판은 이틀 만인 내일(10일) 이어집니다.
정 교수의 동생이 증인으로 출석하는데요.
사모펀드 의혹과 관련된 질문이 집중될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증인신문은 이달에 모두 마무리되고, 10월에는 피고인 신문까지 이뤄질 걸로 보입니다.
정 교수가 재판에 넘겨진 것도 이제 1년이 지났는데요.
이번 1심 재판,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늦어도 올해 안에 결론이 날 가능성 높아 보입니다.
그럼 내일 진행될 29번째 공판 소식도 빠르고 자세하게 전해드리겠습니다.
사회
곽동건
[조국·정경심 재판 LIVE ⑳] 정경심에 유리하던 흐름‥검찰 반격으로 혼전
[조국·정경심 재판 LIVE ⑳] 정경심에 유리하던 흐름‥검찰 반격으로 혼전
입력 2020-09-09 16:26 |
수정 2020-09-09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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