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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M본부] '서울시 간첩조작'.. 국정원은 왜 그렇게까지 유우성을 잡아넣으려 했을까

[서초동M본부] '서울시 간첩조작'.. 국정원은 왜 그렇게까지 유우성을 잡아넣으려 했을까
입력 2020-09-25 09:57 | 수정 2020-09-25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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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초동M본부] '서울시 간첩조작'.. 국정원은 왜 그렇게까지 유우성을 잡아넣으려 했을까
    #. "피해자는 알지만, 가해자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하죠"

    어제(23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서관 앞.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의 피해자 유우성 씨와 동생 유가려 씨가 기자들 앞에 섰습니다.

    이들은 국가정보원 직원들의 재판에 증인으로 참석하기 전, 할말이 있다고 했습니다.

    [유우성 /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
    "10개가 넘는 범죄를 찾았으나 한두 개 밖에 기소가 안 됐고, 이마저도 비공개로 진행하려 합니다.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고, 공정한 재판을 통해 잘못된 부분은 강력히 처벌받길 바랍니다"


    지난 2013년 서울시 공무원이었던 유우성 씨.

    검찰은 유 씨가 탈북민 정보를 북한에 넘겼다면서 국가보안법상 간첩 혐의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주요 증거로 내민 건 유 씨의 동생 유가려 씨의 진술이었습니다.

    그런데 1심 재판이 진행되던 중에 유가려 씨는 '국정원의 가혹행위로 오빠가 간첩이라고 허위 진술했다'고 폭로했습니다.

    거기다 재판을 하면 할수록 유 씨의 '출입경기록' 같이 검찰과 국정원이 내민 핵심증거가 조작된 정황마저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지난 2015년 유 씨는 대법원에서 간첩 혐의에 대해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검찰은 사건이 벌어진 지 7년 만에야 당시 유가려 씨를 처음 신문했던 국정원 합동신문센터의 직원들을 재판에 넘겼습니다.

    [김진형 / 유우성 씨 남매 변호인]
    "다들 증거조작 사건이라고 기억하시지만, 무고한 시민을 6개월간 고문해 국가폭력을 한 사건입니다. 국가폭력 피해자에 대해서는 잘 알고 계시지만, 가해자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고 계시죠."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의 시작점, 국정원의 합동신문센터.

    그 곳에서 국정원 직원들은 대체 무슨 일을 했던 걸까요?
    [서초동M본부] '서울시 간첩조작'.. 국정원은 왜 그렇게까지 유우성을 잡아넣으려 했을까
    #. 차폐막 너머에 앉은 국정원 직원들

    평소에는 잘 보지 못했던 병풍이 법정 중앙에 놓였습니다.

    법정에서는 '차폐막'이라고들 하는데, 보통은 피해자나 증인의 신변보호를 위해 씁니다.

    그런데 범죄 혐의를 받는 피고인들이 이 보호 수단을 요청하는 경우도 없지 않습니다.

    간혹 국정원 직원들이 재판을 받으면 신원을 노출할 수 없다며 차폐막을 요구하는 겁니다.

    차폐막 너머에 앉은 국정원 직원 유모씨와 박모씨, 얼굴은커녕 실루엣(윤곽)조차 볼 수 없었는데요.

    이들은 지난 2012년 유가려 씨를 신문하면서 폭행과 욕설 등으로 진술을 강요해 국정원법상 직권을 남용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또 2013년 6월 유우성 씨 재판에서 "유가려를 폭행한 적 없다"고 증언한 부분에 대해 위증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검찰의 공소장을 보면 이렇습니다.

    2012년 10월, 재북 화교인 유가려 씨는 한국으로 입국한 뒤 국정원 중앙합동신문센터에 수용됐습니다.

    국정원 직원 박씨는 가려 씨가 자신이 화교가 아니라고 하자, 욕설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더니 책상 위에 있던 서류뭉치를 들어 의자에 앉아있는 가려 씨의 머리를 때렸다고 합니다.

    또 다른 국정원 직원 유씨는 가려 씨를 벽 앞에 서 있게 한 뒤 주먹으로 머리를 수차례 때린 걸로 조사됐습니다.

    심지어 검찰은 박 씨가 가려 씨를 다른 방으로 끌고 가 "전기 고문을 해야 정신이 번쩍 들겠냐"며 위협했다고도 밝혔습니다.

    계속되는 폭행에 가려 씨는 '오빠인 유우성이 북한에 몰래 들어가 국가보위부 부부장에게 임무를 받았다'는 허위 진술을 했습니다.

    가려 씨가 중간에 진술을 번복했지만, 상황을 바로 잡을 순 없었습니다.

    국정원 직원들이 "진술을 번복하는 게 간첩죄보다 더 크다"며 가려 씨를 다시 폭행했던 것이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서초동M본부] '서울시 간첩조작'.. 국정원은 왜 그렇게까지 유우성을 잡아넣으려 했을까
    #. "동생의 떨리는 목소리…"

    지난 2013년 3월 수원지법 안산지원에서 진행된 증거보전 재판.

    '오빠가 간첩'이라는 유가려 씨의 진술을 법정 증거로 채택하기 위해 특별한 절차가 열렸던 겁니다.

    유우성 씨는 어제 재판에서 당시 상황을 떠올렸습니다.

    [유우성 /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 국정원 직원 3차 공판 中]
    "밝고 저한테 많이 친밀했던 동생이었어요. 그때는 거의 수동적으로만 움직였고 검사님이 묻는 질문에 '네'라는 답변 밖에 안 했어요. 실질적으로 있었던 사실을 물어도 계속 옆을 쳐다보고... 떨리는 목소리가 있었거든요."


    동생의 모습은 평소와 달랐다고 합니다.

    [유우성 /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 국정원 직원 3차 공판 中]
    "법정에서 끝날 때 잠깐 봤는데 얼굴이 까맸고. 평상시 보는 제 동생의 모습이 아니었어요. 동생이 절절하게 법정에서 말하던 목소리가 지금도 생생합니다."


    보통은 한 달이면 끝나는 국정원 합동신문센터의 탈북민 조사, 하지만 유가려 씨는 6개월이나 갇혀 있었습니다.

    변호인의 접견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어제 재판은 유가려 씨의 본격적인 증언이 이어지려는 찰나 마무리됐습니다.

    재판장은 재판이 너무 길어졌고 뒤에 다른 재판이 있다며 증인신문을 다음 기일에 이어서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국정원 합동신문센터에서 벌어진 이야기들은 다음 번에 본격적으로 나올 걸로 보입니다.

    #. 유우성 "가해자 위주 재판이 아니라 공정한 재판을..." 앞으로 재판 공개될까?

    국정원 직원들의 가혹 행위 여부를 따지는 이번 재판은 1,2차 공판이 비공개였습니다.

    어제 3차 공판에 와서야 비로소 기자를 비롯한 방청객들이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재판 전부터 유우성 씨와 변호인들은 앞으로도 재판을 공개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유우성 /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
    "가해자들을 위주로 한 재판이 아니라 공정한 재판이 이뤄지기를 바랍니다."


    [장경욱 / 유우성 씨 남매 변호인]
    "어이없는 결정을 하는 판사가 피해자의 권리를 고민해 본 적이 있는지... 피해자들이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야 트라우마가 극복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법정에서도 재판을 공개할 것인지, 말것인지 공방이 이어졌습니다.

    국정원 직원의 변호인은 "이 사건 증거에는 국가안보와 밀접한 정보인 국정원 조직과 담당자 이름은 물론 보고 체계까지 포함돼 있다"며 비공개로 재판을 진행해달라고 했습니다.

    재판장은 "지난 공판까지 주로 피고인들에 대한 심리를 해 비공개 재판을 했지만, 피해자의 피해 내용과 공소사실 내용은 원칙대로 공개재판하는 게 타당하다고 보인다"며 증인신문을 공개했습니다.

    그런데 이같은 증인신문이 지나고 난 뒤에도 재판이 계속 공개될 지, 이건 미지수입니다.

    지금까지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으로 국정원 대공수사국의 국장과 처장, 과장 등이 유죄를 선고 받았지만 '증거조작'의 혐의에 대허서만 처벌이 이뤄질 뿐이었습니다.

    심문 과정의 가혹 행위로 진술을 강요한 데 대해 책임을 따지는 절차가 이제서야 법정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지고 있는 겁니다.

    왜 국정원 직원들이 유가려 씨를 폭행하면서까지 진술을 강요한 것인지, 근본적인 의문이 법정에서 밝혀질 수 있을까요?

    그리고 법정에서 드러나는 그 증언들을 현장에서 제가 눈으로 보고 직접 전해드릴 수 있을까요?

    유가려 씨가 증인으로 다시 출석하는 오는 12월 9일에도 법정에서 자세한 내용 전해드릴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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