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3kg로 예상했던 아기, 출생 직후 무게 4.5kg … “이 정도 오차는 흔하다”
- 원장 뜻대로 유도분만 후 네 시간 만에 사망 … “다시 돌아가도 그렇게 했을 것”
3년 만에 찾아온 아기였다. 수차례의 시험관 시술 끝에 찾아온 아기에겐 ‘작은 보석(Joyel)’이란 이름을 붙였다. 7월 초 태어날 예정이었던 이엘이를 약 2주 앞당겨 낳기로 했다. 이엘이 엄마는 허리디스크가 있어 제왕절개를 원했는데, 의사는 유도분만으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했다. 지난 6월 22일, 이엘이 태어났다. 그리고 그날 사망했다.
출산 이틀 전, 담당의사는 초음파 검사상 아기의 머리 크기, 체중 모두 정상이라고 했다. 초음파 검사상 이엘이의 예상 무게는 3.3kg. 그런데 출생 직후 잰 무게는 4.5kg. 상위 0.2%에 속하는 ‘거대아’였다. 예상보다 컸던 이엘이는 어깨가 엄마 골반에 걸려 나오지 못했다. ‘견갑난산’, 응급상황이었다. 이엘이는 머리만 밖으로 나온 채 기록상으로 6분가량 멈춰 있었다. 출생 전 아기는 탯줄로 숨을 쉬는데, 산도에 탯줄이 낀 채로 6분이 흐른 것. 세상 밖으로 나왔지만 이엘이는 울지 않았다.
이엘이 엄마는 지난 9월 1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한 달 사이 20만 건 넘는 동의를 얻었고, 청와대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경찰 수사도 진행 중인 상황. 그러던 중 지난 9월 21일 국과수의 부검 결과가 나왔다. 이엘이의 사망 원인 중 하나는 의인성 기도손상. 숨 쉬지 못하던 이엘이에게 응급처치를 하면서 기도가 손상됐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자세한 내용은 ‘수사 비공개 원칙’ 때문에 더 알 수 없었다. 이엘이 엄마는 아기 사망의 궁극적인 원인이 초음파 오진에 있다고 본다. 애초에 더욱 정확하게 무게를 재 거대아임이 확인됐다면 수술을 했지 않았겠냐는 것. 초음파 검사와 실제 결과가 1kg 이상 차이가 나는 게 가능한 일일까. 의료 전문 변호사들은 “일반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오차범위를 벗어났다”는 입장이나 담당 의사의 주장은 다르다. “그(오차) 정도가 분만 당락을 결정할 만큼 큰 차이는 아니었다고 본다”며 “초음파가 그렇게밖에 안 나온 걸 자꾸 물어보는데 답답하다”는 것.
“2년, 3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도 저 병원은 변한 게 없구나 (싶었어요).” 이엘이 전에 이 병원에서 사망한 아기가 또 있었다. 지난 2018년, 임신 20주차에 갑작스런 복통을 호소하며 병원에 실려왔던 이윤희(가명) 씨. 그러나 보호자가 와야 한다는 이유로 병원은 한 시간가량 아무 조치도 하지 않았고, 인근 대학병원으로 이송된 지 2분만에 윤희 씨에게 심정지가 왔다. 뇌경색이었다. 윤희 씨는 후유증을 앓게 됐고, 아기는 숨졌다. 윤희 씨 부부는 당시 병원의 조치를 비롯해, 의무기록에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2년여 간 법적 공방이 오갔으나, 검찰은 해당 병원에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의료 감정 결과에 따랐다는 입장이지만, 감정 전문은 공개되지 않아 자세한 내용을 알 수조차 없다.
지난 한 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을 통해 처리된 산부인과 의료 감정만 65건. 산부인과는 지난해 기준, 28개 과목 중 7번째로 의료 분쟁이 많은 과다. 이엘이와 비슷한 사례가 꾸준히 있다는 것. 김소윤 연세대 의료법윤리학과 교수는 “산과는 산모나 태아 사망 등 치명적인 게 많기 때문에 특히 어렵다”고 해석한다. 2015년 제정된 환자안전법으로, 안전사고 보고시스템을 구축했지만 병원 규모 제한, 자율 보고 등 한계가 있다. 이엘이 사건도 별도 보고가 되지 않았다. 이엘이 죽음에 대한 진실은 언제쯤 밝혀질 수 있을까. 아기가 한 번도 입지 못한 배냇저고리를, 엄마는 아직 치우지 못한다.
PD수첩 ‘아기를 잃은 엄마 – 의사만 믿었습니다’는 오늘(27일) 밤 10시 40분 방송된다.
사회
PD수첩팀
[PD수첩 예고] 3년 만에 찾아온 아기, 세상에 나온 단 ‘4시간’
[PD수첩 예고] 3년 만에 찾아온 아기, 세상에 나온 단 ‘4시간’
입력 2020-10-27 13:46 |
수정 2020-10-27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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