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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 예고] 보험사 의료자문, 보험금은 ‘최대한 낮게’

[PD수첩 예고] 보험사 의료자문, 보험금은 ‘최대한 낮게’
입력 2020-11-03 14:13 | 수정 2020-11-03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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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험사는) 정부의 허가받은 사기꾼이다”
    - 보험금 부지급률 최대 77.5% … “부지급률을 높이는 것, 보험사들이 돈 버는 핵심”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기 위한) 여러 전략 중 확률이 가장 높은 게 뭐냐면, 의료자문이에요.” 보험사 의료 자문 제도. 보험 가입자가 보험금을 청구하면, 과잉청구나 보험사기에 대비하기 위해 의사에게 소견을 묻는 제도다. 2016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36곳의 보험사에서 의뢰한 자문 건수는 총 380,523건. 해마다 평균 175억 원에 달하는 돈이 자문료로 나갔다.

    ‘합리적인’ 보험금 지급을 위해 도입된 자문 제도로 피해를 본 이들이 있다. 지난해 4월 17일, 고속도로에 멈춘 다른 차량을 돕다 화물차량에 치인 김용선 씨. 그는 한 달 가까이 중환자실에 있어야 했고, 1년 반이 지난 지금까지 병원생활을 끝내지 못하고 있다. 왼쪽 팔다리엔 심각한 장해를 입었다. 5년 전 가입한 종합보험이 있어 다행이라 생각했는데, 보험사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답변이 왔다. 김 씨를 직접 보지도 않은 의사가 ‘(김 씨의) 팔, 다리 움직임에 제한이 없다’고 판단한 것. 자문의의 정보도, 그 근거도 명확하지 않았다. 보험사는 ‘자사 자문의의 의견도 존중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들며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고, 이 자문을 근거로 지금까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총자산 기준 상위 5개 생명보험사 및 손해보험사에서 의뢰한 의료자문은 모두 65,801건. 이 중 22,838건의 자문이 보험 지급금을 낮추거나, 없애는 방향으로 쓰였다. 한 보험사는 의료자문을 통한 보험금 미지급 비율이 77.5%에 이르기도 했다. 18년 경력의 보험사 의료조사 업체 관계자는 “보험사에서 자문을 받는다는 건 일단 (보험금을) 깎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자문 결과 수정 요청도 흔한 일이었다는 것. “(보험사) 입맛에 맞게 나오면 ‘좋은 의사’라 판단하고 계속 자문(요청이) 가는 거고요.” 실제로 2018년, 보험사들이 집중적으로 의료자문을 몰아준 의사가 있었다. 강북삼성병원의 한 정형외과 교수. 그는 1년 동안 총 1,815건의 의료자문을 도맡았고, 이를 통해 3억 5천만 원 상당의 자문료를 챙겼다. 전체 의사 평균 연봉(2016년 기준)의 약 2.2배 규모다. 또한 지난해 하반기에는 한양대학교 병원에서만 3,739건의 의료 자문 소견서가 발급됐다. 이를 두고 병원 관계자는 “몇 번이나 주의해라, 하지 마라 하는데도 본인 개인 사유로 돈을 받는 것”이라 털어놓기도 했다.

    보험가입자들은 보험사의 의료자문제도를 온전히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병원이나 의사 등, 의료자문에 대한 정보가 제대로 공개되지 않기 때문. 맹수석 충남대 법전원 교수는 “어느 병원에서 어떤 의사가 자문했는지 나와있지 않은, ‘깜깜이식 구조’로 돼 있다”며 “이런 점이 (의료자문 제도의) 신뢰성을 저해하는 요소로 지적되기도 한다”고 비판했다. 의료자문을 맡은 의사들이 환자를 직접 보지 않고, 보험사가 제공한 자료들에 근거해 판단한다는 점도 비판받는 지점이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공의료 위원장은 “환자를 보지 않았으므로, 자문의 소견이 환자 상태를 제대로 평가한 소견이라고는 전혀 얘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의료자문을 직접 했던 의사조차 “환자를 직접 안 보는데 우리가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순 없다”며, “의견이 100% 반영되리라곤 예상을 안 했다”는 입장이었다.

    김민현 보험 전문 변호사는 “사고를 대비하기 위한 보험료가, 어떻게 보면 보험금 지급 거절을 위한 의료자문비로 사용되고 있는 모순된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2017년부터 의료자문 제도 개선의지를 표명했던 금융감독원. 지난 20일, 금감원은 자문의뢰 절차 등에 대한 설명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세칙 개정을 예고했다.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보험에 들고, 정작 사고가 났을 때 제대로 지원받지 못하는 현 상황이 나아질 수 있을까. 쌓여 온 보험사와 가입자의 불신 관계, PD수첩 ‘보험사 유령 의사의 비밀’은 오늘(3일) 밤 10시 35분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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