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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 예고] “전세사기, 안 당한 분들은 아직 안 만났을 뿐”

[PD수첩 예고] “전세사기, 안 당한 분들은 아직 안 만났을 뿐”
입력 2020-11-17 14:58 | 수정 2020-11-17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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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의만 빌려줬다는 가짜 집주인, 그들이 집을 담보로 받은 수억 원 대출
    - ‘보증금 상환불가’ 임대인, 소유권 넘기거나 압류당해 … 81억 원 가압류 피해도


    “최대한 맞춰 주려고 하더라고요. 되게 좋은 사람들이다 싶어서 들어갔는데….” 김정우(가명) 씨는 4년 전 서울의 한 빌라에 전세계약을 했다. 5년 가까이 밤낮없이 일하며 모은 돈으로 전세보증금을 냈다. 그런데 몇달 뒤, 은행으로부터 황당한 사실을 접했다. 계약 후 두 달 사이 집주인이 바뀌어 있었고, 그 주인이 집을 담보로 1억 4천만 원 가량의 근저당까지 설정해 둔 것. 김 씨는 이 집주인을 찾기 시작했다. 8개월여 추적 끝에 찾은 집주인은 일당까지 있던 전세사기범이었다. 집주인은 본인도 사기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김 씨가 달리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웃돈을 주고서 겨우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았다.

    지난 해 가을, 수백 채 빌라를 보유한 임대사업자들의 전세 사기 실태를 고발한 PD수첩. 방송 이후 제보가 쏟아졌다. 뒤늦게 자신도 피해자임을 안 사람들이었다. 이 모든 것은 전세 계약 시 임대사업자나 부동산 중개인이 계약 이면의 사실들을 얘기할 리 만무하고, 서류상으로는 이러한 문제들이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지난 8월 민간임대주택법이 개정되기 전까지, 임대인 정보 공개에 대한 법적 의무가 없었던 탓이다.

    1년이 지난 지금, PD수첩은 일명 ‘빌라왕’들을 다시 한 번 쫓았다. 지난해 임대사업 등록 주택이 가장 많았던 진현철 씨. 그는 세입자들에게 폭탄을 넘기고 있었다. 그는 “PD수첩 방송 이후 임대 업무가 마비됐다”며, 가압류 및 경매가 진행되기 전 변제금을 모아야 세입자들의 전세금을 지킬 수 있다는 내용을 세입자들에게 보냈다. “서로에게 최소한의 피해로 마무리할 수 있기를 바란다”던 진 씨는 행방을 감췄고, 대신 그의 대리인들이 세입자들에게 ‘웃돈을 얹어 집을 사라’고 종용한다는 게 세입자들의 증언이다. 또 다른 임대사업자 강선범 씨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280여 채를 갖고 있던 그는 브로커나 법인 등에 소유권을 넘기고 있었고, 그 법인은 또다시 세입자들에게 책임을 넘기고 있던 것.

    1년이 지나도 세입자들의 고통은 해결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세입자들은 어찌할 방도가 없다. 리베이트, 수수료 등이 포함돼 매매가와 별 차이가 없는 이들의 전세 보증금은 이미 임대사업자, 그리고 그 뒤에 숨은 건축주와 중개인들이 나눠 가졌기 때문이다. 지금도 분양 현장에서는 전세사기를 부추기고 있다. 전세보증금에 대한 책임만 떠안는다면, 세금 외 별도 비용 없이 빌라 소유권을 넘겨주겠다는 것. 이들은 “투자자가 계속 대기를 하고 있다. 강남에서도 빠지는 대로 달라고 해서 다 대기 중”이라는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지난해 490채 빌라를 소유했던 이재홍 씨. 그의 측근 정대성(가명) 씨 역시 임대사업자가 됐다. 26세인 그는 “집값이 오를 것만” 100채 넘게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런 말을 남겼다. “2년 뒤에 다시 보실래요? 엄청나게 잘 살고 있을 것 같아요.” 속이는 이들과 아무것도 모른 채 당하는 사람들. 빌라 전세 시장에서 여전히 일어나고 있는 사기들. PD수첩 ‘전세시장, 사기의 설계자들’은 오늘(17일) 밤 10시 40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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