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세계
기자이미지 임소정

[World Now] 영국은 어쩌다 유럽 최대 코로나 사망국이 됐나

[World Now] 영국은 어쩌다 유럽 최대 코로나 사망국이 됐나
입력 2020-05-06 15:16 | 수정 2020-05-06 16:10
재생목록
    [World Now] 영국은 어쩌다 유럽 최대 코로나 사망국이 됐나
    영국의 코로나19 누적 사망자가 이탈리아를 넘어섰습니다.

    사망자가 가장 많이 나온 미국에 이어 사망자 수로는 전세계 2위에 올라선 건데요.

    영국 보건부는 현지시간으로 지난 4일 오후 기준 영국의 코로나19 사망자가 2만9천427명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영국 통계청 기준에 따르면 코로나19 사망자는 3만2천375명으로 더 늘어납니다.

    보건부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사망자만 집계해 발표하는 반면, 통계청은 사망진단서에 코로나19가 기재된 경우 모두 코로나19 사망자로 분류하기 때문입니다.

    ◇ 집계 방식의 차이?

    영국 정부는 각국의 통계 집계 기준이 다른 만큼 사망자 규모를 일률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이탈리아의 공식 발표는 병원 사망자 중심이어서 요양원 사망자는 상당수 빠져있고, 프랑스는 자택 등 지역사회 사망자는 포함시키지 않는다는 겁니다.

    또 스페인은 요양원 사망자를 통계에 포함할지 여부를 지방 당국에 맡기고 있고, 바이러스로 사망했을 것으로 의심되지만 검사를 받지 않은 경우도 통계에 넣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World Now] 영국은 어쩌다 유럽 최대 코로나 사망국이 됐나
    ◇ "별 거 아니야" 안일한 초기 대응

    하지만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국제 전문가들이 이미 한 달 전 영국이 유럽에서 코로나19로 가장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예측을 내놨다"며 "이를 전혀 믿지 않았던 영국 정부 관계자들이 사망자 수치를 과소평가하는 데만 급급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 지난 3월 2일 영국 과학자들이 "이대로 놔두면 50만명이 사망할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바로 그 다음날 존슨 총리는 코로나19 환자가 입원치료 중인 병원을 방문해 모든 사람들과 악수를 하고 다녔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정말 훌륭한 NHS, 국민보건서비스가 있고 기가 막힌 검사 시설도 있다"며 큰소리를 쳤죠.

    하지만 호언장담과는 달리 3월 중순부터 환자 수가 급증하면서 감염자 추적이 힘들어지자 영국 정부는 이를 포기했습니다.

    게다가 진단키트 등 검사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보니 일선 현장에서 근무하는 의사와 간호사들조차 제대로 된 검사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결국 존슨 총리 본인이 코로나19에 걸려 중환자실 생사의 기로를 오가다 가까스로 돌아왔죠.
    [World Now] 영국은 어쩌다 유럽 최대 코로나 사망국이 됐나
    ◇ 늦어도 너무 늦은 초기 대응

    영국 정부는 또 사태 초기 인구 중 대략 60%가 면역을 얻으면 바이러스 확산을 막을 수 있다는 '집단면역' 논리를 펴면서 마스크 착용도 권고하지 않았고, 휴교령과 외출금지령 등 봉쇄 조치도 내리지 않았습니다.

    정부가 일반인들의 마스크 착용을 처음으로 공식 권고한 건 지난달 30일, 필수 외출을 허용하는 '절반'의 봉쇄조치도 다른 유럽 정부보다 열흘 가량 늦은 3월 23일에서야 발령했습니다.

    영국 의학계와 과학계 전문가들은 "왜 결정권을 가진 정치인들이 사실에 근거한 우리들의 경고를 애써 무시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그 때부터 대응을 잘 했다면 사망자는 5분의 1로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World Now] 영국은 어쩌다 유럽 최대 코로나 사망국이 됐나

    봉쇄령 내려진 영국 런던 거리

    ◇ 방역 전문가도 '이동제한' 어겨 사퇴

    실제 정부 관계자들의 이해할 수 없는 행태도 있었습니다.

    슈퍼컴퓨터 모델링을 통해 영국의 코로나19 차단 전략을 만든 과학 전문가 닐 퍼거슨 교수가 현지시간 5일 사임했습니다.

    퍼거슨 교수의 여자친구가 그를 만나기 위해 적어도 지난 3월 말과 4월 초 두 차례 이상 런던을 가로질러 이동한 사실이 보도됐기 때문입니다.

    이 때는 영국 정부가 강력한 사회적 봉쇄령을 내리고 도시간 이동을 금지했던 시기였던데다, 퍼거슨 교수가 3월 중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달에는 로버트 젠릭 주택부 장관이 이동제한 기간 동안 지방에 있는 별장을 방문한 사실이 드러나 결국 사임하기도 했습니다.
    [World Now] 영국은 어쩌다 유럽 최대 코로나 사망국이 됐나
    ◇ '바이러스'는 후진국 전염병?

    그럼 영국은 왜 코로나19에 대해 이렇게 안이한 생각을 갖게 된걸까요?

    사실 영국은 물론이고 유럽 국가들은 그동안 에볼라나 사스 등 바이러스성 유행병의 직접적인 피해를 당한 적이 없습니다.

    특히 제국주의 종주국이던 영국인들은 은연중에 이런 병들을 자신들의 식민지였던 제3세계 빈국, 혹은 후진국에서나 번지는 전염병으로 치부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영국같은 선진국엔 이런 바이러스가 퍼질 수 없다는 우월주의에 빠져있었던 걸까요.

    그러나 나중에 사태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고 나서 밝혀진 바에 의하면, 영국을 포함한 유럽의 보건 장관들은 실제 검사기구와 도구가 갖춰져 있는지에 대한 실상 파악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의학 저널 랜싯의 편집자 리처드 호손은 이같은 영국 정부의 행태를 "한 세대 동안 가장 큰 과학 정책 실패로 기록될 일"이라고 꼬집었습니다.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