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Now] 한국에 머리 숙이자는 日언론, 아베에게 무슨 일이?

"한국에 머리를 숙여서 코로나 대책을 배워야한다"

일본 후지TV의 간판 프로그램인 '도쿠다네(특종)'를 진행하는 앵커 오구라 토모아키(小倉智昭)가 오늘(6일) 방송에서 한 말입니다.

오구라 앵커는 "코로나19 확진자가 급감한 한국은 오늘(6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제하는 조치를 발표했다"면서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한 한일 양국 정부 대응의 차이를 분석했는데요.

일본이 한국에 머리를 숙여서 '잘 부탁합니다'라고 말해야 할 정도로 코로나 대책을 배워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한국·타이완 본받자, 아날로그 일본으론 못 이긴다"

“아날로그 행정, 멀어지는 출구”

니혼게이자이 신문의 어제(5일)자 1면 칼럼 제목입니다.

신문은 "IT와 민간활용이라는 세계적인 표준에 뒤떨어진 채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이기기는 어렵다"며, "경직된 현행 일본 행정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정부에 대한 비판의 날을 세웠는데요.

구체적으로 일본보다 먼저 코로나를 수습한 타이완과 한국을 예로 들었습니다.

타이완은 보험이나 출입국 관리 등의 데이트를 기반으로 감염 위험이 있는 사람들을 빨리 찾아냈고, 한국은 밀접접촉자의 동선 파악을 위해 스마트폰을 활용해 출구 전략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감염 폭발 이후 출구 전략을 모색하고 있는 미국은 월마트 등 민간 기업의 협조를 받아 검사를 늘리고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일본은 어떨까요.

일본은 보건소 직원이 전화로 환자들의 상태와 감염 경로를 파악하고 있습니다.

또 민간기관에 검사를 위탁하지 않고 보건소 등 정부 기관만으로 검사 주체를 한정하고 있어 다른 나라에 비해 코로나 검사 실적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신문은 "타부서와의 협조 체계 없이 일본 후생노동성을 중심으로 하는 상하중심적이고 횡적인 관계"라고 규정하면서 "일본 행정의 '아날로그' 관행이 감염자 급증 대응에 있어 한계를 노출했다"고 정면 비판했습니다.

"변기 뚜껑 닫고, 접촉자 스스로 메모하자?

최근 일본 언론이 잇따라 정부에 대한 비판 기사를 보도한 배경은 뭘까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코로나감염병 대책을 총괄하는 '일본정부 전문가회의'의 기자회견이 기름을 부었다는 평가입니다.

아베 총리는 지난 4일 기자회견에서 대국민 사과와 함께, 정부 방역에 협조해달라며, 국민들에게 확산을 막기 위한 새로운 생활 양식을 제안했는데요.

* 밥 먹을 때 나란히 앉기.
* 쇼핑은 온라인으로 하기.
* 변기 뚜껑을 잘 닫기.
* 누구와 언제 어디서 만났는지 메모하기.

사실상 방역 실패를 인정하며 사과까지 한 정부가 변기 뚜껑을 잘 닫거나 스스로 접촉자와의 동선을 기록하자는 등의 생활 수칙만 내놓자 비판이 쏟아진 겁니다.

마이니치 신문은 정부가 긴급사태선언 연장만 할 뿐 해제의 기준은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자, "총리는 남이 써준 원고를 열심히 읽을 뿐이다", "울림이 없다"는 혹평이 쏟아졌다고 보도했습니다.

실제 이날 기자회견에서 아베 총리는 확진자가 줄지 않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대해 "외출 자제에 대한 벌칙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도 많은 국민이 협조해주셔서 감사드린다"며 구체적 답변을 피했습니다.

또 검사 실적 저조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배석한 감염 전문가에게 답변을 떠넘기기도 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코로나19 검사 실적이 저조한 이유에 대해 중증 환자에 대한 우선 대응을 하기 위해서라고 밝혀왔는데요.

기자회견에 동석한 감염병 전문가인 오미 시게루(일본정부 자문위원회 위원장)는 "일본은 사스나 메르스를 경험하지 않아 검사 태세를 갖추는 게 늦었다"고 뒤늦게 인정하는 등 엇박자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를 보며 한 기자는 '정부가 최선을 다 해서 검사를 늘리려고 했는지, 아니면 진심을 다해 늘려보려고 했는데 잘 안된 것인가' 라고 물으며, 일본 정부가 의료 붕괴를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검사를 축소했다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오사카 지사 "출구 없는 터널 달리는 건 무책임"

일본 정부가 출구 전략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자 개별 행동에 나선 지자체도 있습니다.

오사카는
1) 감염경로가 파악되지 않는 사람 수가 10명 미만
2) PCR 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는 비율이 7% 미만
3) 중증환자의 병상 사용률이 60% 미만

이들 3가지 항목이 각각 충족한 상태가 1주일이 이어질 경우, 각종 자제 요청을 해제하기로 했습니다.

요시무라 히로후미(吉村洋文) 오사카부 지사는 4일 밤, 한 방송에 출연해 "출구가 없는 터널을 계속 달리는 것은 무책임하다"며 출구 전략을 제시하지 않은 데 대해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나카무라 도키히로(中村時廣) 에히메현 지사도 아베 총리가 긴급사태를 연장한 것에 관해 "추가 경제 대책에 대한 어떤 언급도 없어 안타깝다"며 중앙정부를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응답하라, 아베!" 총리에게 질문하는 사이트 등장

일본 정부의 코로나19대응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이 확산되자 일본 최대 포털사이트 야후 재팬은 아베 총리에 대한 질문을 직접 받는 사이트를 오늘 개설했습니다.

https://news.yahoo.co.jp/story/1672

오늘(6일) 오후 8시부터 "아베 총리에게 질문! 모두가 궁금한 코로나 대응에 응답하는 인터넷 생방송" 뉴스를 기획한 건데요.

현재까지 올라온 15만 여건의 의견 중 1. 경제 지원 대책 2. 일본 검사 실적 수 3. 치료제, 의료 체제 등 순서로 관심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과연 아베 총리가 분노한 일본 민심에 어느 정도 응답할 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