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정부가 코로나19 사태로 일감이 끊긴 문화·예술 노동자들에게 내년 8월까지 국가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현지시간 6일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문화계 인사들과의 영상 회의에서 "많은 문화 부문 종사자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일하지 못하고 있다"며 보조금 지급을 약속했습니다.
지급 대상은 배우, 무용수, 무대 디자이너, 음악가 등 문화·예술계 종사자들 가운데 코로나19로 생계에 위협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무려 1년이 넘는 기간,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에게 3개월간 매달 50만 원씩 지원을 약속한 우리와 비교하면 꽤 통 큰 지원으로 보입니다. 고용보험 있는데…문화·예술가들 왜 못 받나
프랑스는 OECD에서 복지 지출이 가장 많은 나라입니다.
2016년 기준 국내 총생산의 31.5%를 복지에 지출해 핀란드나 스웨덴보다 더 높습니다.
그런데 왜 기존 복지 제도로 이 문화예술 노동자들은 지원을 받지 못한 걸까요. 2018년 고용보험법 개정…자영업자도 포함
프랑스는 지난 2018년 고용보험법을 대폭 개정해 고용보험의 지원 대상을 크게 확대했습니다.
임금 노동자와 비자발적 퇴직자만 받던 실업 금여를, 자영업자와 자발적 퇴직자까지 받을 수 있도록 확대한 것인데요.
이에 대해 당시 프랑스 학계는 "보편적 사회적 보험제도로의 진일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렇지만 대체로 공연이나 전시 단위로 계약을 하는 비정규직인 공연·예술 노동자들은 대상에서 제외됐고, 그래서 실업 급여를 받을 수 없었습니다. 문화·예술가 위한 별도 고용보험 '엥떼르미땅'
대신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나라, 프랑스답게 공연·영상 예술가들을 위한 별도의 제도가 있습니다.
1936년부터 운영되어 온 별도의 실업 보험제도인 '엥떼르미땅(Intermittent)’입니다.
비정규직 공연 영상 예술인을 위한 엥떼르미땅은 기간제로 일하는 노동자와 기술자, 배우, 연주자 등에게 일정한 근로 조건을 충족하면 실업급여를 주는 최저 생계 보호제도입니다.
수급 기간은 최대 8개월입니다.
프랑스 공연예술산업 종사자는 약 30만 명으로, 비정규직 15만 명 중 10만 명이 앵떼르미땅의 혜택을 받은 것으로 집계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번 코로나19 사태때는 이 엥떼르미땅마저 적용될 수 없었습니다.
엥떼르미땅에 가입한 예술인의 경우 12개월 동안 507시간 이상 유급 계약 등의 조건을 갖춰야 실업보상금을 받을 수 있는데, 코로나19로 이 조건조차 충족시키지 어렵게 된 것이죠.
프랑스 정부가 그동안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사람들의 이동과 영업 등을 제한한 봉쇄령을 내려왔기 때문에 진행되는 공연이 전혀 없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봉쇄령은 오는 11일부터 해제되지만 극장이나 영화관, 콘서트홀, 오페라하우스 등 문화시설은 당분간 계속 문을 닫기로 했고, 5천 명 이상 모이는 대형 문화행사들도 9월까지 모두 금지됩니다.
이렇다 보니 당분간 계약을 할 수 없어 엥떼르미땅의 조건에 충족하지 못하는 노동자들을 위해 프랑스 정부가 지원을 나서게 된 겁니다. "코로나19로 전세계 노동자 절반 생계위협"
국제노동기구, ILO는 지난달 29일 코로나19로 전세계 비공식 경제부분의 노동자 16억 명이 근로시간이 급격히 줄어 생계가 파괴될 위험에 처했다고 밝혔습니다.
전세계 노동인구 33억 명의 절반 수준입니다.
특히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경제 위기가 벌어진 첫 한 달 동안 비공식 경제 부문 종사자의 임금은 평균 60% 하락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가이 라이더 ILO 회장은 "대체 수입원이 없다면 이들과 그 가족은 생존 수단이 없을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습니다.
"현 시점에 공연 사업을 유지하는 건 타이타닉에서 탈출하는 것과 같다"고 비유한 프랑스 유명 예술가의 말이 이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우리나라도 고용보험 개혁을 위한 논의가 한창입니다.
'전국민' 고용보험이란 단어가 주는 무게감에 논란도 거셀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정부는 단번에 전국민 가입을 하긴 어렵고 순차적 실행 의지를 밝힌 상황인데 고용보험의 가입 조건과 대상을 어떻게 확대해나갈 논의하는 과정에서 프랑스의 엥떼르미땅은 참고 사례로 눈여겨볼만 해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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