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청정지역에서 수십명 사망…왜?
멕시코 중부 푸에블라주의 가난한 산간 마을 치콘구텔라.
멕시코 전역에서 코로나19가 무섭게 기세를 떨치고 있는 중에도 지금까지 감염자가 1명도 나오지 않은 '코로나19 청정지역'입니다.
그런데 최근 1주일 사이 이곳에서 35명이 갑자기 사망했습니다.
숨진 피해자의 아버지는 "아들이 갑자기 흉통과 복통을 호소하더니 눈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며 "병원으로 옮겼지만 소용 없었다"고 비통해 했습니다.
원인은 술이었습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들은 증류주의 일종인 레피노라는 술을 나눠마시고 구토와 두통 증세를 보였다는데요.
문제의 술 200리터를 압수한 경찰은 "피해자들은 불순물이 섞인 술을 먹고 비슷한 증상을 보이다 사망했다"고 밝혔습니다.
할리스코와 모렐로스, 유카탄 등 멕시코의 다른 주에서도 최근 술을 마시고 사망한 사람들이 속출했습니다.
현지 언론은 최근 2주간 멕시코 전역에서 불량 술, 이른바 '밀주'를 마시고 사망한 사람이 100명이 넘는다고 보도했습니다.
멕시코 경찰은 밀주 공급자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고 제조사를 알 수 없는 술을 마시지 말라고 강력하게 경고했습니다. 코로나19로 공장 가동 중단…밀주 급증
문제의 밀주에는 메탄올 등 인체에 치명적인 성분이 들어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밀주가 급속히 퍼진데엔 이유가 있었습니다.
멕시코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비필수 사업장의 조업을 중단시켰고, 코로나와 하이네켄 등 거대 주류 회사들의 공장 가동이 중단됐습니다. 또 일부 지역에서는 주류 판매 금지령까지 내렸습니다.
사람들이 술을 마시기 위해 모이는 것을 막고, 자가대피 중에 음주로 인한 가정폭력을 예방하겠다는 의도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동금지 명령으로 집 안에 갇힌 사람들의 술 수요는 오히려 폭증했습니다. 남아있는 술의 가격이 치솟는 사태까지 벌어졌습니다.
미국 접경지역인 티후아나 암시장에서는 맥주 한 캔 가격이 27페소, 약 1390원에 팔렸다는데요.
이 지역의 하루 최저임금이 185.5페소, 약 9560원인 것을 감안하면 한 시간을 꼬박 일해도 맥주 한 캔조차 사 먹을 수 없게 된 셈입니다.
이 틈을 타 밀주 공급이 급격하게 증가했고 밀주를 사려는 수요도 늘었습니다. 밀주를 많이 먹다보니 사고도 늘어, 100명 넘는 사람이 목숨을 잃는 사고까지 발생한 것입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죽이겠다고 음주?
코로나19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음주를 부추기기도 합니다.
세계보건기구 유럽지부는 술을 마시면 면역체계가 손상돼 바이러스가 인체에 침투하기 쉬운데도, '도수가 높은 술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사멸시킨다'는 잘못된 믿음이 퍼져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최근 술판매가 허용된 태국에서는 주류판매소마다 할당량 이상의 술을 사재기하는 시민들이 줄을 이었고, 베트남에서는 지난달 31일부터 나흘간 이어진 황금연휴 기간 전국적으로 1,380건의 음주운전이 적발됐습니다.
코로나19 재유행 우려한 동남아 국가들은 주류 판매를 금지해야할지 고민에 빠졌습니다. 코로나19 불똥, '코로나' 맥주 "억울해"
"코로나가 곧 상륙합니다."
코로나 맥주를 판매하는 컨스털레이션사가 코로나 맥주의 자매품으로 탄산수를 출시하면서 지난 2월 내놓은 광고 문구입니다.
멕시코 맥주인 코로나는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수입 맥주인데, 이 광고를 내놓은 직후 미국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본격 상륙했습니다.
트위터 등에선 이 광고가 나간 직후 "앞으로 코로나 맥주를 사나 봐라" "당분간 코로나는 자중해야한다"는 비난이 들끓었습니다.
사실 '코로나'라는 이름엔 죄가 없습니다.
'코로나 corona'는 라틴어로 왕관을 의미하는데,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둥근 공 모양에 돌기가 돋아있는 모습이 왕관과 비슷하다고 해서 이름이 붙은 것 뿐이죠.
그럼에도 구글에선 '코로나'를 검색하면 '코로나 맥주 마시면 코로나바이러스 걸리나', '코로나 맥주 바이러스'라는 연관 검색어와 질문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코로나 맥주 모회사인 컨스털레이션 측은 광고 논란 직후 "바이러스로 인해 코로나 맥주의 브랜딩과 매출은 타격을 입지 않았다"고 발표했지만, 곧 실제 타격으로 이어졌습니다.
미국 현지시간으로 지난 2월 28일 한 여론조사기관이 코로나 맥주 구매 의향을 조사한 결과, 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요.
한 홍보 회사의 조사에서도 "무슨 일이 있더라도 코로나 맥주는 사지 않겠다"고 답한 사람이 전체 응답자의 38%, "코로나 맥주와 바이러스가 관련이 있는지 헷갈린다"고 답한 사람이 전체의 16%에 달했습니다.
한 때 컨스텔레이션의 주가는 8% 급락하기도 했습니다.
생산 중단에 이어 주가하락까지, 코로나 맥주는 코로나19로 올 한해 수난을 겪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대유행에도 술은 잘 팔린다…"만날 술이야"
그러나 코로나 맥주만 수난을 겪을 뿐 코로나19는 주류 회사에 호재로 작용하는 듯 보입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무료함과 스트레스를 달래기 위해 '집콕 음주'를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글로벌 통합 정보 분석 기업 닐슨에 따르면,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전 세계 술 판매량이 전년 대비 291% 증가했습니다.
주류업계 관계자들은 사람들이 코로나19로 인한 스트레스와 격리 생활의 무료함을 술로 풀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하지만 우울한 상황에서의 음주는 오히려 스트레스에 취약하게 만든다고 합니다.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