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들끓는 홍콩…홍콩이 죽어간다
지난해 범죄인 송환법 반대 시위로 불붙었던 홍콩이 다시 들끓고 있습니다.
21일 밤, 중국이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에 나서겠다고 발표한 게 도화선이 됐습니다. 홍콩에는 의회가 엄연히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중국 정부가 직접 법안을 제정해 이번 전인대에서 통과시킨다고 합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홍콩 사람들은 다시 거리로 나섰습니다.
홍콩 민주진영 정치인들은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중국 정부를 비판했습니다.
리척얀 애국민주운동연합회 주석은 "이제 홍콩에서 민주주의를 요구하면 범죄가 된다"고 울분을 토했고,
티냐 찬 공민당 의원은 "홍콩 의회는 철저하게 무시당했다"며 "홍콩의 기본법이 중국 정부로부터 철저하게 짓밟혔다"고 성토했습니다.
인터넷도 들끓고 있습니다.
"We're really watching the death of a nation
우리는 나라의 죽음을 진실로 목도하고 있다."
"There’s no more justice in HK. Here we come the ‘one country, one system’. What a shame for us.
더 이상 홍콩에 정의란 없다. 일국일제만이 있을 뿐.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일요일인 24일 홍콩 중심가인 완차이 지역에선 악법 제정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예고돼있습니다.
홍콩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8명 이상이 모이는 시위를 금지하고 있지만, 홍콩 야당도 다음달 4일 천안문 사태 기념일을 맞아 대규모 반대 집회를 추진하고 있어 위기감은 점점 고조되고 있습니다.
홍콩 국가보안법, 뭐길래?
중국이 추진하는 '홍콩 국가보안법'은 국가 전복, 반란을 선동하거나 국가 안전을 저해하는 위험 인물에게 30년 이하 징역형을 처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시위는 물론이고 민주파 세력의 선거참여도 제한할 수 있는 강력한 법안입니다.
홍콩 국가보안법이 제정될 경우 시민사회의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작년 홍콩에서 일어났던 송환법 반대 시위 때 홍콩 시위대는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태우거나, 반중국 구호를 외쳤었는데, 홍콩 국보법이 통과되면 이런 행위는 불가능해집니다.
사실 홍콩 정부가 국가보안법 제정을 추진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 2003년에도 국가보안법 제정을 추진했지만 홍콩 시민 50만명이 거리로 나와 반발하는 바람에 철회됐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분위기가 좀 다릅니다.
홍콩 의회인 입법회를 거치지 않고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가 직접 국가보안법을 제정하겠다고 나선 이유는 지난해 송환법 반대 시위와 같은 혼란을 더는 묵과하지 않겠다는 중국 지도부의 강경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법적으로는 중국 전인대에서 홍콩의 법률을 만들 권한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권한을 실제로 행사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입니다.
이번 전인대 폐막 전에 홍콩 국가보안법 도입에 대한 결의안 초안이 표결을 거쳐 통과되면, 홍콩 국가보안법은 오는 7월 쯤부터 효력이 발생합니다.
코로나에 이어 미·중 또 정면 충돌
미국은 이런 중국의 홍콩 보안법 제정에 대해 미국과 국제사회의 강한 비난에 직면할 것이라며 즉각 경고하고 나섰습니다.
지난해 홍콩 시위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새로운 국가보안법을 제정해 시행할 경우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미 상원은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에 관여한 중국 관리와 단체를 제재하고, 이들과 거래하는 은행을 처벌하는 법안을 여야 공동으로 발의하기로 했습니다.
중국은 관영 언론을 동원해 "외부세력이 홍콩을 이용해 중국을 공격하지 못하도록 안보상의 구멍을 막아야한다"며 "홍콩 문제가 더는 미중간 외교문제가 되면 안 된다"고 불쾌감을 드러냈습니다.
최근 중국의 코로나19 확산 책임론을 꺼내들고 경제와 무역, 안보를 고리로 전방위 대중 압박에 나선 미국이 이제는 중국의 내정과도 관련됐다고 볼 수 있는 홍콩 문제를 두고 맞붙게 됐습니다.
세계
임소정
[World Now] 다시 거리로 나서는 홍콩…"홍콩이 죽어간다"
[World Now] 다시 거리로 나서는 홍콩…"홍콩이 죽어간다"
입력
2020-05-22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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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0-05-22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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