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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Now] "일본어는 침 덜 튀어 확진자 적다?" 日 자랑에 조롱 잇따라

[World Now] "일본어는 침 덜 튀어 확진자 적다?" 日 자랑에 조롱 잇따라
입력 2020-05-26 13:58 | 수정 2020-05-26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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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orld Now] "일본어는 침 덜 튀어 확진자 적다?" 日 자랑에 조롱 잇따라
    日 코로나19 환자 적은 건 '침 덜 튀는' 일본어 덕분?

    일본의 한 방송사가 미국보다 일본에서 코로나19 환자가 적은건 '침이 덜 튀는' 일본어 발음 덕분이라는 취지의 방송을 내보내 물의를 빚고 있습니다.

    일본 지상파 방송사인 TBS(도쿄방송)는 지난 21일 시사 프로그램 ‘히루오비’에서 이런 내용의 실험 영상을 선보였는데요.

    실험 과정은 이렇습니다.

    한 여성이 휴지를 입 앞에 가까이 대고 '이것은 펜입니다'를 각각 일본어와 영어로 말합니다.

    "고레와 펜 데스(これはペンです)"

    "This is a Pen."




    영상을 보면 영어로 말할 때 휴지가 좀 더 많이, 멀리 펄럭이는데요.

    사회자는 "똑같은 pen이라는 발음도, 일본어로 말할 때와 영어로 말할 때, 터져 나오는 침방울(비말)의 양이 전혀 다르네요!" 라고 감탄합니다.

    실험 영상 패러디 '디스 이즈 어 펜 챌린지' 확산

    이 같은 방송 내용이 알려지자 일본 내에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일본어 중에서도 '롯폰기' 등 파열음이 들어간 단어처럼 "단어에 따라 침이 많이 튄다"거나 "(사용하는 언어를 떠나) 사람마다 침이 튀는 정도나 발음의 강도는 사람마다 전혀 다를 수 있다"는 반론.

    특히 PEN이란 단어 자체가 영어이기 때문에 '언어 특성에 따라 감염이 덜 된다'는 실험 자체가 비과학적이라는 비판도 나왔습니다.

    한 일본인은 SNS에 관련 영상을 올리면서 "일본 언론이 저런 멍청한 영상을 만들어 영어를 우습게 비하한 건데, 영어권 사람들이 보면 기분 나쁠 것"이라면서 "자만, 자화자찬도 정도껏하자, 참 창피한 일"이라고 지적했는데요.

    실제 영어권 지역에서는 이를 비판, 조롱하는 패러디 영상들이 계속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World Now] "일본어는 침 덜 튀어 확진자 적다?" 日 자랑에 조롱 잇따라
    일본어 '고레와 펜데스'의 '펜' 부분만 일부러 과장해서 말해 휴지가 멀리 날아가게 하기.

    또는 다른 일본어를 발음해도 휴지가 멀리 날아가는 영상을 제작하는 식입니다.

    영어와 일본어, 둘 다 능통하다는 한 아나운서는 자신이 실제로 검증해본 영상을 올리기도 했는데요.

    '최근 코로나 영향으로 재택 근무를 하시나요?'같은 일상 회화를 일본어와 영어로 발음해보니 침방울 양에 "큰 차이가 없었다"는 겁니다.

    무엇보다 PEN의 'P' 발음 특성 상, 다소 휴지가 멀리 날아가는 건 사실이지만, 'this is a pen'이란 문장 자체가 일상에선 전혀 쓰지 않는다고 꼬집었습니다.

    한국인과 대화하면 침방울 너무 튀어 감염된다?

    영어 뿐만 아니라 한국어도 침이 많이 튄다며 문제삼는 언론도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코로나19 환자가 적은 이유에 대해(과연 무엇을 기준으로 적다고 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침방울이 덜 튀는' 일본인의 대화 습관을 내세우거나 정부의 외출 자제 요청을 잘 듣는 일본인의 온화한 성격을 내세우기도 합니다.

    일본 후지TV는 지난 18일 '프라임뉴스'에서 한국의 코로나19 상황을 특집 방송으로 다뤘는데요.

    최근 이태원 클럽발 확진자가 한국에서 급증한 상황을 소개한 뒤, 마치 '침이 많이 튀는' 한국어와 한국인들의 습관이 집단 감염의 원인인 것처럼 몰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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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로다 가쓰히로

    출연자 중 한명이었던 산케이신문 구로다 가쓰히로 서울 주재 객원논설위원의 말입니다.

    "한국인들은 말투가 너무 격하고, 발음이 강하다 보니까, 일상적으로 대화할 때 '침방울(비말)'이 너무 많이 나와요. 제가 실제로 한국에서 생활하는 동안, 그 침방울(비말)을 아주 자주 일상적으로 많이 맞았어요"

    "일본인은 거리를 둔 채 머리를 숙이고 인사를 하잖아요. 한국인은 일단 인사할 때, 악수부터 한다"

    "심지어 악수를 하면서 손을 잘 빼지 않고 잡고 있어요. 그런 문화가 일상적이다보니까 거리를 두는 '방역 문화'가 정착하기 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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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토 마사토시

    '혐한' 前일본대사, "침방울 너무 튀어 한국인과 대화 힘들다."

    해당 방송 앵커가 실제로 한국에 이와 같은 문화가 있는지 묻자, 또 다른 출연자인 무토 마사토시(武藤正敏) 전 주한 일본 대사도 한국에서 주재하는 동안 느꼈던 경험을 말하며 적극 동조합니다.

    지난 2017년 저서 '한국인으로 태어나지 않아 좋았다'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하기도 한 무토 전 대사는 일본 내 대표적인 혐한 인사로 알려져있는데요.

    방송에서 그는 "한국인과 말하다보면 침이 튀어서 서로 대화하기 힘든 게 사실"이라면서 "한국에서 야키니쿠(고기)나 찌개를 먹을 때, 한국인들은 모두 자신의 개인 젓가락으로 같이 먹고, 또 다 같이 먹지 않으면 친해질 수 없는 문화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밖에 한국에서 집단 감염 방지를 위한 유흥업소 영업 정지 명령을 내린 사실을 거론하며 "일본 사람의 경우 굉장히 온화하다보니까, 외출을 자제해달라고 하면 자숙한다" 그런데 "한국은 그런 자제가 안 되기 때문에 강제적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이라는 주장도 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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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베 "코로나 대응, 日의 힘 보여줬다"

    일본 정부는 어제 코로나19 긴급사태를 전면 해제했습니다.

    아베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에서는 긴급사태를 선언해도 벌칙을 동반하는 강제적인 외출 규제 등을 실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일본만의 방식으로 불과 한 달 반 만에 이번 유행을 거의 수습하는 것이 가능했다"며 "일본 모델의 힘을 보여줬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언급한 무토 대사의 말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어제 일본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1만 7천 344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아베 정권은 부족한 진단 검사, 의료 시스템 붕괴, 불량 마스크 배포 등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불신을 자초했습니다.

    그런데도 아베가 자화자찬을 한 건 최근 20%대까지 급락한 지지율에 대한 불안함 때문이었을거란 분석입니다.

    아베의 말을 듣고 보니 '일본어는 침방울이 덜 나와 코로나19 감염이 덜 된다'는 실험 영상 역시 일본 내 방역 시스템에 대한 불만과 불안을 줄이기 위한 의도에서 나온 게 아니었을까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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