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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Now] "엄마 어디 계세요?" 두 달째 묘지 뒤지는 아들

[World Now] "엄마 어디 계세요?" 두 달째 묘지 뒤지는 아들
입력 2020-05-28 16:55 | 수정 2020-05-28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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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orld Now] "엄마 어디 계세요?" 두 달째 묘지 뒤지는 아들
    코로나19로 입원했던 엄마…감쪽같이 사라졌다

    에콰도르의 최대 도시 과야킬.

    안젤라 에스피노자 씨는 지난 두 달동안 과야킬에 있는 모든 영안실과 묘지를 다니며 일일이 시신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두 달째 어머니가 실종됐습니다. 어머니를 찾을 수가 없어요. 살았는지 죽었는지, 병원으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없어요."

    지난 3월 말, 호흡기 질환으로 병원에 입원한 그의 어머니는 입원한 지 몇 시간 만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런데 어머니가 입원한 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병원 기록은 커녕 시신마저 사라졌습니다.

    애나 고메즈 씨는 11살짜리 다운증후군 아들을 집에 놔둔 채 남편의 시신을 찾아 다니고 있습니다.

    "남편이 길거리 개처럼 어딘가에 누워 있는 거잖아요. 시신이 어딨는지는 알려줘야지요."라며 울부짖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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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확산으로 의료와 장례 체계가 사실상 마비된 과야킬에선 시신을 집안에 두거나 거리에 방치하는 일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병원에서도 시신을 둘 곳이 없어 그대로 쌓아놓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이렇다보니 시체가 분실되거나 잘못 식별되면서 가족들이 직접 병원과 도시 전역으로 시신을 찾으러 다니는 지경에까지 이른 겁니다.

    에콰도르 정부는 과야킬의 공공병원 3곳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는 한편, 사망한 가족을 검색할 수 있는 홈페이지를 개설하는 등 사태 수습에 나서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까지 정부가 지문 인식 등을 통해 신원을 확인한 시신은 63구에 불과합니다.

    남미 펜데믹 새 진원지…의료 붕괴 '심각'

    남미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확진 환자가 41만 4,661명으로 이미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브라질은 지금도 하루 2만 명씩 신규 환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병상 부족이 심각한데 중환자실은 91%까지 차 거의 포화 상태입니다.

    일반 병상도 76% 이상 찬 상황이라 확진 환자를 별도 격리, 치료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멕시코에선 최근 해변 휴양지 아카풀코에서 환자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데, 여기도 공공병원 중환자실은 꽉 차버렸습니다.

    대통령이 나서서 30여 개의 병상을 추가로 설치하게 했지만 병상 부족을 해결하기엔 여전히 부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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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묘지 마저 부족합니다.

    아카풀코 지방 정부는 가난한 사망자들을 위해 300개의 무덤을 추가로 만들 것을 또 지시했습니다.

    "학대받고 있다" 거리로 나선 의사들

    비극의 상황은 환자만 겪는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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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선 의사들이 거리로 나섰습니다.

    "현실적으로 우리는 방치되고 학대받고 있습니다. 만약 우리가 개인 보호장비를 가지고 있지 않아서 감염된다면 상황은 훨씬 더 악화될 겁니다." (소아외과 의사 애나 페나)

    최근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한 대형병원에서 응급실 담당 간호사가 코로나19에 걸려 중환자실에 입원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폭발한 의료진들이 열악한 처우와 부족한 보호 장비에 항의하며 집단 반발에 나선 겁니다.

    의사 마르셀로 우세르파테르 씨는 "만약 감염이 정점에 이른다면, 병원에 충분한 의사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한탄했습니다.

    멕시코시티에서도 수십 명의 의료진이 도로를 점령하고 정부에 개인 보호 장비를 요청하고 나섰습니다.

    "우리는 유니폼을 다시 사용해야 하고, N95마스크도 빨거나 재사용해야 합니다. 이미 동료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되거나 심지어 사망했습니다. 보호 장비를 제공해 주십시오." (수산나 발리에스테로스, 50세 간호사)

    13만 명의 환자가 발생해 4천명 가까이 숨진 페루에서도 의료 체계가 붕괴되면서 수백명의 의사와 간호사가 거리로 나서서 정부의 대책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습니다.

    시위에 참여한 의사는 "중환자실에 더 이상 남은 침상이 없다"며 "환자들이 매일 죽어가고 있다"고 절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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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로 향하는 남미, 코로나 더 퍼질 것

    28일 월드오미터 집계에 따르면 남미 14개국의 환진환자는 모두 72만 265명. 전 세계의 12%를 넘게 차지합니다.

    특히 날씨가 더워지고 있는 아시아·유럽·북미 등 북반구에서는 코로나 확산세가 둔화하고 있는 반면, 남반구의 남미는 추운 겨울로 향하면서 확산세가 빨라지고 있습니다.

    WHO 세계보건기구도 "남미가 팬데믹의 새로운 진원지가 되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겨울만 되면 북반구와 남반구를 오가며 만성화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앤서니 파우치 미 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 소장은 "추운 계절에 접어들기 시작한 남반구에서 코로나가 번지고 있다"며 "미국도 가을과 겨울에 나쁜 시기를 맞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로버트 레드필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국장은 "코로나가 독감처럼 남반구로 남하한다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며 "남반구에서 상황이 끝나면 또 북반구로 돌아올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하지만 날씨 탓을 하기엔 애초에 남미 국가들이 코로나19 방역에 소홀해 확산을 부추겼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실제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코로나는 가벼운 감기"라며 봉쇄령은 커녕, 집회에 참석해 지지자들과 악수와 포웅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이밖에 열악한 경제 상황, 의료진과 의료장비의 부족 등 남미의 만성적인 사회 구조적 문제는 코로나19 확산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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