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존 볼턴의 회고록 일부 내용이 공개되면서 워싱턴이 충격에 빠졌습니다.
오는 23일 출간 예정인 존 볼턴 전 보좌관의 신간 제목은 '그것이 일어난 방: 백악관 회고록' (The Room Where It Happened: A White House Memoir)
592페이지에 이르는 이 회고록에는 볼턴이 2018년 4월부터 2019년 9월까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내면서 목격한 트럼프 대통령의 민낯을 폭로하는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한때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다가 굴욕스러운 경질을 당한 뒤 최대 저격수로 돌변해 북미 정상회담 비화와 미중 관계, 위구르 인권문제, 참모들의 뒷담화 등 굵직한 폭로를 한 건데요.
미국 법무부는 현지시간 17일 밤, 발간 중지를 요구하는 긴급 명령을 법원에 요청하며 출간 저지에 나섰습니다.
대체 무슨 내용이 담겼길래 이러는 걸까요.폼페이오, 김정은 면전서 뒷담화? "트럼프는 거짓말쟁이"
뉴욕타임스(NYT)는 현지시각 17일,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을 입수해 보도했습니다.
회고록의 폭로 내용 중 하나.
지난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북미정상회담의 한 장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한창 회담을 하는 도중,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볼턴 보좌관에게 몰래 쪽지를 건넸습니다.
쪽지에는 "그(트럼프 대통령)는 완전 거짓말쟁이(He is so full of shit)"라고 적혀 있었다는데요.
사실이라면 트럼프의 최측근인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면전에서 뒷담화를 했다는 것입니다.
또,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한 달 뒤, 폼페이오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외교를 가리켜 "성공할 확률이 제로(0)"라고 말했다는 폭로도 담겼습니다.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한 달 뒤라는 시점, 바로 폼페이오 장관이 3차 방북에 나섰던 때입니다. 빈손 방북 논란이 일었던 시점과 일치합니다.
싱가포르 정상회담 직후 7월 6일부터 7일까지 폼페이오 장관은 평양에 갔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만나지 못하고 돌아왔습니다.
이때 그나마 트럼프 대통령의 충직한 참모로 알려진 폼페이오 국무장관조차 "대통령에게 "넌더리가 나서(in disgust or frustration) 사임을 고려했었다"고 볼턴은 폭로했습니다.볼턴 전 보좌관의 언급이 사실이라면 북한과의 협상을 총지휘하는 폼페이오 장관조차도,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외교와 관련해 부정적으로 평가한 건데요.
뉴욕타임스는 이를 두고 충성파를 자처하는 최고 참모들마저 등 뒤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을 조롱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볼턴은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단순히 '홍보행사'로 여겼다고도 혹평했는데요.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알맹이 없는 공동 선언에 서명하고 기자회견을 열어 승리를 선언한 뒤, 그 지역을 빠져나갈 준비가 돼있다."
싱가포르 회담 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을 '친구'로 불렀는데요.
볼턴의 폭로가 사실이라면 북한으로선 엄청나게 화가 날 만한 일입니다.
트럼프 시진핑에 '재선 도와줘' 구걸
회고록에는 오는 11월 치러질 미 대선 정국을 뒤흔들 충격적인 내용도 담겼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6월 일본 오사카에서 개최된 G20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자신의 2020년 재임을 도와달라고 간청했다는 건데요.
볼턴은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과 회담 도중 '느닷없이' 대화 방향을 미국 대선으로 틀었다"면서 노골적으로 자신의 재선 지원을 요구했다고 폭로했습니다.
중국의 대두, 밀 수입 증대가 미국 대선에 미칠 영향을 강조하면서 "시 주석에게 자신이 대선에서 이기게 해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는 겁니다.
볼턴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에게 국내 정치에 대한 지원을 구걸하면서 국가이익과 자신의 재선을 맞바꾸고 중국의 인권 탄압을 외면했다"고 비판했습니다.
CNN 방송은 "선거 승리를 위해 적대국 지도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는 의혹은 당분간 워싱턴 전역을 뒤흔들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핀란드가 러시아의 일부야?"…놀랄 정도로 무지했던 대통령
그밖에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깜짝 놀랄 정도로 무지했고 자신의 참모들로부터 경멸을 당하기도 했다"고 서술했습니다.
영국이 핵보유국이라는 사실을 모르거나 핀란드가 러시아의 일부냐고 자신에게 물어본 적도 있었다는데요.
또 신장 위구르지역 내 위구르족과 소수민족 탄압을 규탄해온 미국 정부의 입장과는 달리,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강제수용소를 계속 설립하라. 그것이 정확히 옳은 일(exactly the right thing)"이라고 말하는 등 인권 문제에 무심했다고 폭로했습니다.
볼턴 폭탄…판도라 상자 열리나
볼턴 전 보좌관은 회고록 출간을 앞두고 ABC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뒤 이미 여러번 거짓말을 해왔다고 말했습니다.
오는 21일 방영에 앞서 나온 예고편을 보면, 앵커가 "대통령이 거짓말을 하고 있느냐"고 묻는 장면이 있는데요. 볼턴 전 보좌관은 "그렇다. 그리고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라고 답했습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백악관 근무 시절 언제나 노트를 들고 다니며 주요 회의 때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꼼꼼히 적은 것으로 알려져 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현지시간 17일) 저녁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은 어느 대통령보다 중국에 강경한 대통령"이라고 강조하면서 "볼턴이 기밀을 누설해 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연이은 폭로, 선거 흔들 뇌관 될까?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때 선거승리를 위해 측근들이 러시아와 접촉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아직도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올해 초엔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문제를 거론하면서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의 우크라이나 사업관련 의혹 문제를 수사해달라고 요청했다는 폭로도 나온 상황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설상가상으로 친조카인 메리 트럼프(55)가 트럼프의 추문을 폭로하는 책을 낼 거란 소식도 있습니다.
메리 트럼프는 42세에 숨진 트럼프 친형의 딸인데. 뉴욕타임스는 메리 트럼프의 책 '너무 많고 절대 충분치 않다: 우리 가족은 어떻게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을 만들었나(Too Much and Never Enough)'가 8월 11일에 출간된다고 보도했습니다.
미국 대선은 5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민낯을 폭로하는 저서가 잇따라 나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어떤 영향을 줄 지 주목됩니다.
세계
박진주
[World Now] "폼페이오도 쪽지로 트럼프 욕하더라"…볼턴의 폭로
[World Now] "폼페이오도 쪽지로 트럼프 욕하더라"…볼턴의 폭로
입력 2020-06-18 15:43 |
수정 2020-06-18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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