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상으로부터입니다" 현금 30만엔 든 봉투 전달
지난해 10월 일본 주간지 '슈칸분슌'은 아베 총리의 측근인 가와이 가쓰유키 법무상의 부인 가와이 안리가 참의원 선거에서 선거운동원들에게 법정 금액 이상의 돈을 줬다고 폭로합니다.
이후 가와이 법무상은 사임했지만 사건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습니다.
한 지방의원이 돈을 받으면서 '아베 총리가 주는 돈'이라는 말을 들었다는 증언이 나온데 이어, 현직 기초단체장 2명도 금품 수수 사실을 인정하고 사직했습니다.
지지통신 등에 따르면, 히로시마현의 후추마치 의회의 시게마사 히데코 의원은 참의원 선거전이 진행중이던 지난해 5월 중순 가와이 전 법무상이 자신에게 30만엔을 건네면서 "아베상으로부터입니다"라고 말했다고 밝혔습니다.
"아베 총리 이름이 나와 거절하지 못하고 받았다"
시게마사 의원은 '아베 총리의 이름이 나와 거절하지 못하고 받았다면서 지금까지 돈을 쓰지않고 갖고있다'고 털어놨습니다.
시게마사 의원은 지난해 7월 열린 참의원 선거에 출마한 가와이 전 법무상 부인, 가와이 안리의 후원회장을 맡았던 인물입니다.
지난 18일 선거법 위반 혐의로 부인과 함께 나란히 검찰에 체포된 가와이 전 법무상은 아직까지 혐의를 대부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금품 살포 과정에서 '아베 총리' 언급 배경은?
하지만 그가 금품 살포 과정에서 아베 총리를 언급할만한 근거와 배경은 충분해 보입니다.
가와이 전 법무상은 지난 1996년 중의원에 당선된 이후 7선을 지낸 의원으로, 아베 총리의 보좌관과 외교특보를 지낸 최측근입니다.
그보다 11살 연하인 부인 가와이 안리는 히로시마현에서 시의원 4선을 지낸 뒤, 지난해 7월 참의원 선거에 출마했습니다.
가와이 전 법무상은 부인을 돕기 위해 전방위로 뛰었고, 아베 총리가 총재를 맡고있는 자민당도 전폭적으로 지원했습니다.
아베 총리와 스가 관방장관은 당시 직접 선거구를 찾아 지원 유세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선거 결과 히로시마현의 참의원 2석 중 1석은 야당이 차지했고, 자민당에서는 안리 후보가 당선됐습니다.
아베 총리에 '미운 털', 현직 의원 낙선한 이유
당시 현직이었던 자민당의 미조테 겐세이는 낙선했습니다.
그런데 공천 과정부터 선거자금까지 자민당의 노골적인 차별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미조테 전 의원은 도쿄대 법대 출신으로 국가공안위원장 등 각료를 역임한데다 자민당 내에서도 참의원 의원회장을 지낸 5선의 중진 의원으로 지역 기반이 탄탄한 인물입니다.
하지만 그는 지난 2007년 선거에서 민주당에 참패한 뒤 '아베 총리 책임론을 제기하기도 했고, 자민당이 야당이던 2012년에는 아베 총리에 대해 "이제 과거의 인물"이라고 혹평해, 아베 총리에게 미운털이 박힌 인물로 알려져있습니다.
그는 지난해 선거에도 출마했는데, 자민당은 지역의 반대를 무릅쓰고 같은 선거구에 가와이 안리를 추가로 입후보시켰습니다.
자민당, 같은 당 후보에 선거자금 10배 차별
그리고 자민당은 두 후보에게 선거자금을 내려보냈는데, 미조테에게는 1천5백만엔을 지원했고, 가와이 안리에게는 무려 10배인 1억5천만엔을 지원했습니다.
아베 총리에게 미운털이 박힌 인물을 밀어내기 위해 자민당 차원에서 작업을 한 셈인데, 이 과정에서 지원한 거액의 선거자금이 지역에서 무차별적으로 살포된 것으로 드러나고 있는 겁니다.
검찰은 우선 선거법 위반 혐의를 밝히기 위해 전방위적인 현금 살포가 표를 돈으로 사려는 데 목적이 있었는지를 밝히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검찰 수사, 아베 총리와 자민당 향할까?
하지만 금품 살포 과정에서 아베 총리의 이름이 언급된데다, 자금 출처에 대한 조사가 본격화될 경우, 검찰 수사가 아베 총리를 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검찰 수사는 지난 18일 가와이 부부를 체포한 뒤 본격화되고 있는데, 현재까지 드러난 것만 해도 지역구 전현직 지방의원과 지자체장 등 94명에게 2천570만엔을 뿌린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전대미문의 금품살포…수법도 다양
금품 살포 대상과 액수도 기록적이지만, 수법도 다양합니다.
가와이 전 법무상은 지난해 5월 당선된 시의원에게 '당선 축하, 둘 만의 비밀'이라며 옷 주머니에 30만엔이 든 봉투를 넣었습니다.
또 호텔 화장실에서 만난 전 지방의원의 정장 주머니에 10만엔이 든 봉투를 찔러넣었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선거 관련 회식 자리에선 참석자를 한명씩 밖으로 불러 30만엔이 든 현금 봉투를 건네며 '아내를 잘 부탁한다'고 말했는데, '선거법 위반'이라고 하자 '기름 값으로 써달라'고 해 사실상 거부할 수 없었다는 진술도 공개됐습니다.
또 지방의원에게 과자가 든 상자에 현금 20만엔을 넣어 전달했다는 비서의 진술도 나왔습니다.돈 받은 현직 지자체장 벌써 2명째 사직
이렇게 돈봉투를 받았다고 인정하는 진술이 잇따라 나오면서 벌써 지자체장만 2명째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히로시마현 아키오타촌장의 사직에 이어 미하라시의 텐마 요시노리 현 시장도 25일 기자회견을 갖고 사직을 발표했습니다.
텐마 시장은 가와이 전 법무상으로부터 2차례에 걸쳐 현금 150만엔을 받은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우리나라의 법무부장관격인 법무상이 검찰에 체포된 것도 일본에서 처음있는 일이지만, 현직 의원인 부부가 동시에 체포된데다, 1백명에 이르는 금품 살포 대상자, 다양한 수법 등으로 이번 사건은 연일 신문 머릿기사를 장식하고 있습니다.
일본 국민들의 관심도 그만큼 높은데, 일파만파로 번지고있는 이번 사건이 역대 최장수 총리인 아베 총리와 장기 집권중인 자민당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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