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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Now] 실종 하루 뒤 돌아온 12살 소녀…무슨 일 있었나

[World Now] 실종 하루 뒤 돌아온 12살 소녀…무슨 일 있었나
입력 2020-07-03 09:35 | 수정 2020-07-03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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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orld Now] 실종 하루 뒤 돌아온 12살 소녀…무슨 일 있었나
    사라진 소녀, 걷지도 못하는 상태로 발견

    지난 21일 콜롬비아 북부 푸에블로리코의 엠베라 차미족 원주민 마을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갑자기 실종됐던 12살 소녀가 하루 만에 예상치 못한 모습으로 돌아온 겁니다.

    딸을 애타게 찾다 거의 정신을 잃은 어머니를 대신해 소녀를 찾아다닌 친구들은 한 학교에서 그녀를 발견했습니다.

    제대로 일어서지도, 걷지도 못하는 상태였습니다.

    "친구들이 발견한 즉시 병원으로 데려가 치료를 받고 있지만, 지금 소녀의 건강 상태는 매우 심각한 상황입니다." (루이스 페르난도 아리아스/ 콜롬비아 토착 단체 대변인)
    [World Now] 실종 하루 뒤 돌아온 12살 소녀…무슨 일 있었나

    연행되는 군인들

    군인 7명이 17시간 넘게 성폭행

    5일 뒤 콜롬비아 법무장관이 원주민 소녀 실종 사건의 경위를 발표했습니다.

    군인 7명이 소녀를 납치해 17시간 넘게 성폭행을 했고, 7명 모두 자백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들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봉쇄 조치를 집행하려 이 지역에 배치된 군인들이었습니다. (*콜롬비아는 여전히 하루 3천 명이 넘는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사실이 알려지면서 콜롬비아 여론은 들끓었고, 군인 7명과 상관 3명이 해고됐습니다.

    가해 군인 7명은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피해 소녀의 친척은 "가해 군인들이 강력한 처벌을 받길 바란다. 법이 '폭력적인 그들'의 편에 서지 않길 간청한다"고 호소했습니다.

    이반 두케 마르케스 콜롬비아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용납할 수 없다"며 "이 '악당'들이 교훈을 얻을 수 있도록 종신형을 부과할 수 있다"고 강력한 처벌 의지를 밝혔습니다.
    [World Now] 실종 하루 뒤 돌아온 12살 소녀…무슨 일 있었나

    이반 두케 마르케스 콜롬비아 대통령

    15살 소녀 납치·성폭행 사건도 뒤늦게 드러나

    그런데 이 사건이 끝이 아니었습니다.

    차미족 소녀 사건이 알려지자 지난해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는 사실이 한 시민단체에 의해 뒤늦게 드러난 겁니다.
    [World Now] 실종 하루 뒤 돌아온 12살 소녀…무슨 일 있었나
    콜롬비아 평화와화해재단은 현지시간 1일 지난해 9월에도 남부 과비아레주에서 군인 8명이 누카크 마쿠족 15살 소녀를 납치해 성폭행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소녀를 5일 동안 과비에레주 정글의 한 부대에 가두고 음식은 커녕 물 한 모금도 주지 않은 채 반복해서 성폭행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사건에 연루된 병사 6명과 장교 2명에 대해서는 검찰 조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충격적인 군인들의 미성년자 납치·성폭행 사건이 잇따르자 시민들은 분노했습니다.

    수도 보고타에선 항의 시위가 잇따랐습니다.

    일부 여성들은 상의를 벗고 공권력의 폭력적 행태를 비난했고, 저녁까지 촛불을 들고 항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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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인 118명 '아동 성 학대' 혐의

    콜롬비아군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충격적인 데이터를 공개했습니다.

    지난 2016년 이후 미성년자 성범죄 혐의로 조사를 받은 군인이 118명에 달한다는 겁니다.

    이 가운데 45명만 퇴출당했고, 나머지 73명은 수사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콜롬비아 군인은 소년·소녀·청소년의 인권을 공격하도록 훈련받지 않았습니다. 윤리적 원칙, 도덕적 가치관, 옳은 관습과 동떨어진 어떤 형태의 행위도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에두아르도 사파테이로 군 사령관은 강하게 말했지만, 콜롬비아에서 여성 대상 성폭행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한 시간에 2명꼴로 여성 성폭행…주로 원주민 여성·어린이

    콜롬비아 국립법무과학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해마다 1만 7,935명의 여성이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한 시간에 2명꼴입니다.

    콜롬비아 여성가족재단 조사에선 올해 5월까지 8,532명의 여성이 성폭행을 당했다고 신고했는데, 이 중 67%가 넘는 5,800명이 18세 미만이었습니다.

    특히 군은 50년 이상 이어진 긴 내전 기간 동안 각종 인권 침해와 성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오랫동안 인권 단체들의 비난을 받아 왔습니다.

    대체로 북부 산지와 남부 아마존 열대우림 등에 거주하는 115개 부족 원주민 여성들과 어린이들이 피해 대상이었습니다.

    콜롬비아의 저명한 원주민 지도자인 아이다 킬쿠에 씨는 "이번 사건은 개별 사건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라며 "콜롬비아 군인들은 오랜 기간 원주민과 여성을 대상으로 범죄를 일삼아왔다"고 지적했습니다.

    두 건의 미성년자 대상 성폭행과, 아동 성 학대로 조사받은 군인 1백여 명…

    최근 콜롬비아에서 공개된 일련의 군인들의 만행을 보면 '이들은 성폭력을 무기로 사용했다'는 한 현지 관계자의 말이 예사로 들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대통령도 나서 '중형'을 예고한 만큼 가해 군인 7명에게 어떤 처벌이 내려질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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