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월드 광팬, 순식간에 공공의 적으로…
미국 플로리다 주 올랜도의 디즈니월드가 지난주말 재개장했습니다.
이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던 디즈니월드의 광팬, 블레이키와 로빈은 디즈니 테마파크 중 1곳인 매직킹덤으로 달려갑니다.
블레이키는 'The Crazy Disney Lady'로 알려진 유튜버이기도 한데요. 이들은 10시간 이상의 매직킹덤 여행 영상을 실시간 중계했습니다.
그런데 영상 중 어느 순간 로빈이 구토, 호흡곤란 같은 알레르기 반응을 보입니다.
공원 내 의무실을 찾아간 로빈은 병원에 갈 것을 권유받았지만 '고집을 부리며' 병원에 가기를 거부한채 놀이공원을 '즐기러' 다시 돌아옵니다.
영상을 보던 9500여명의 시청자들은 코로나 증상 아니냐며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한 시청자는 "호흡곤란, 심한 구토" 등의 증상을 지적하며 이들이 목이 아프다고 호소하면서도 공원으로 돌아왔다고 비난했습니다.
이 영상은 이틀만에 트위터에서 100만회 이상 조회됐고, 트위터 사용자들은 이들의 행태를 이기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무엇보다 이들의 코로나 불감증은 디즈니월드의 재개장이 코로나19를 확산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습니다.
하지만 블레이키와 로빈은 놀이기구에서 비명을 질러 목이 아팠을 뿐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코로나19, 감염되면 책임은 당신에게 있습니다."
3월 말 코로나 확산으로 문을 닫았던 올랜도 디즈니월드는 지난 주 토요일, 매직 킹덤과 애니멀 킹덤을 2곳을 재개장했고, 7월 15일부터 헐리우드스튜디오와 앱콧까지 영업을 재개합니다.
플로리다의 신규 확진자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문을 열어야 하냐며 반대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디즈니측은 고객들에게 코로나와의 정면승부를 제안합니다.
다음은 웹사이트에 게재된 디즈니측의 방문 가이드라인입니다.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에서는 언제나 코로나19에 노출될 수 위험성이 존재합니다.
코로나19는 전염성이 매우 강한 질병으로 심각한 증상과 사망에 이를 수 있습니다.
특히 기저질환이 있는 노약자는 매우 취약합니다.
디즈니월드 리조트를 방문하는 당신은 코로나19노출과 관련된 모든 위험을 자발적으로 떠맡게 됩니다."미키마우스 "저한테 오시면 안됩니다"
물론 디즈니측도 거리두기 수칙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입장객 수는 사전 예약을 받아 제한합니다.
입장시 발열 체크를 해야하고, 2살 이상의 방문객은 모두 마스크를 써야합니다.
디즈니월드에서 반드시 봐야한다던 불꽃놀이와 캐릭터 퍼레이드도 사라졌습니다.
직원들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하는 것도 금지됐고, 유명 디즈니 캐릭터들과의 접촉은 물론 사진 촬영도 허용하지 않습니다.
이렇다보니 어깨를 부딪히며 걸어야할 정도로 붐비던 광장은 한산해졌고, 몇 시간을 기다려야했던 놀이기구는 한 자리, 한 줄씩 띄어서 타는데도 5분 만 기다리면 탈 수 있게 됐습니다.
작년까지만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어쩌면 공포 영화에나 나올법한 초현실적인 풍경입니다.
동화 속 주인공들을 만나보길 꿈꾸던 사람들에겐 낭만이 사라진 삭막한 디즈니월드가 실망스러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플로리다, 나라로 치면 코로나19 신규확진 세계 4번째…그래도 재개장 왜?
플로리다 주에서는 하루 1만 5천명 이상의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하며 연일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습니다.
플로리다주가 국가라면 미국, 브라질 등에 이어 전 세계에서 4번째로 일일 신규 환자가 가장 많이 나온 셈입니다.
마이애미는 신규 진앙지로 떠오르면서 제2의 우한이란 오명까지 얻게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디즈니월드의 재개장은 큰 우려와 비난에 부딪혔습니다.
이미 지난달에도 재개장을 추진했다가 감염 방지 대책이 부족하다는 반발에 개장을 연기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도 디즈니가 결국 재개장을 강행한 건 고용 유지와 적자폭이 그만큼 심각하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디즈니의 1/4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90% 이상 급갑했습니다.
손실 규모는 14억 달러(약 1조 7천억원)에 이릅니다.
결국 지난 4월, 올란도 디즈니 월드가 약 4만 3천명의 직원을 일시에 해고했습니다.
직원 7만 7천명 중 절반이 넘는 규모입니다.
그럼에도 노조측은 "이번 결정을 좋아하진 않지만 이런 상황에서 회사는 그럴 권한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더 이상 재개장을 미뤘다간 무급휴직 중인 직원들은 생계를 이어가기가 어려운 상황에 놓인 겁니다.
플로리다 올랜도에만 무려 14개의 테마파크가 있습니다.
이곳을 찾는 관광객만 한해 7천만명에 육박합니다.
관광산업 의존도가 워낙 높다보니 코로나19가 들불처럼 번지던 지난 4월에도 플로리다는 가장 늦게 경제활동 중단에 들어갔고, 반면 경제활동 재개에는 가장 먼저 나섰습니다.
물론 '리틀 트럼프'라 불리는 론 디센티스 주지사의 코로나19에 대한 경시 태도가 화를 자초했다는 비판이 높습니다.
현지시간 13일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한 남성이 주지사를 향해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당신은 아무런 계획도 없고,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다!"고 소리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디즈니월드 개장에 이어 다음 달 잭슨빌에서 공화당 전당대회를 일정대로 개최하기로 한데 따른 비난입니다.
하지만 마법과 환상의 세계를 구현한 테마파크의 이면엔 수만명이 생계를 위해 땀흘리는 노동 현장이 존재한다는 것 역시 부정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결국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플로리다 주지사는 심각한 상황임은 인정했지만 실내 술집 영업을 제한하는 현재 조치를 유지하겠다는 입장만 밝혔습니다.
다른 주들과는 달리 플로리다에선 더 이상 추가 봉쇄조치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비슷한 수준의 방역조치가 이뤄졌던 홍콩 디즈니랜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다시 폐쇄됐습니다.
동화속 달콤한 세계와 어른들의 잔혹한 현실이 뒤섞인 올랜도 디즈니랜드는 코로나19의 습격을 과연 어디까지 견뎌낼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세계
문소현
[World Now] 마법과 환상의 세계? 디즈니월드의 현실은 잔혹동화
[World Now] 마법과 환상의 세계? 디즈니월드의 현실은 잔혹동화
입력 2020-07-15 10:39 |
수정 2020-07-16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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