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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Now] 22살 여자친구 국회의원 만든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그의 운명은?

[World Now] 22살 여자친구 국회의원 만든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그의 운명은?
입력 2020-08-19 15:44 | 수정 2020-08-19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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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orld Now] 22살 여자친구 국회의원 만든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그의 운명은?
    "대선불복" "사퇴하라"…수십만명 거리로

    지난 9일부터 동유럽의 작은 나라 벨라루스에선 대통령 퇴진 시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반정부 시위의 상징이 된 흰색 바탕에 붉은색 줄이 그려진 깃발을 손에 든 시민들.

    시위현장을 지나는 차들은 경적을 울리며 시위에 동참합니다.

    16일엔 역대 최대규모인 22만명이 모였습니다.

    시위대는 벨라루스 대선이 조작됐다며, 루카셴코 대통령의 퇴진과 재선거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지난 9일 치러진 대선 결과, 루카셴코 대통령은 80%가 넘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6연임에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야권은 대선 개표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고, 수도 민스크를 비롯한 주요 도시에선 시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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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수경찰 '오몬'의 과잉진압 논란

    벨라루스 정부는 '오몬'이라 불리는 특수경찰을 시위 현장에 투입했습니다.

    이들은 시위대에 곤봉을 휘두르는 것은 물론 물대포와 최루가스, 고무탄, 섬광 수류탄 등을 쏘아댔습니다.

    또 강경 시위를 진압한다면서 거리 곳곳을 누비며 시위대로 보이는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폭행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지금까지 최소 3명이 숨지고 수백명이 다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시위 현장에선 체포 영장도 없이 무작정 끌고가는 경우도 비일비재해 7천여명의 시민들이 구금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처럼 비무장 시민을 폭행하고 체포하는 모습들이 속속 공개되면서 분노의 시위는 더 확산되고 있습니다.

    민스크 교외의 자동차 공장 직원들이 루카셴코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갔고 국영 방송국 직원들도 파업에 가세했습니다.

    AFP통신은 "과잉진압 논란이 불거지면서 루카셴코 지지층이었던 국영산업 종사자들마저 등을 돌리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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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 마지막 독재자 루카셴코는 누구?

    루카셴코는 구소련 시절 집단 농장 관리인 출신으로 1990년 소련의 소비에트 최고회의 의원으로 선출돼 정치에 발을 들였습니다.

    다음 해인 1991년 벨라루스 출신으로는 유일하게 소련의 해체와 독립국가연합 창설을 승인하는 벨로베슈 협정에 반대해 대중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벨라루스가 소련에서 분리 독립한 뒤 2년 동안 부패방지 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부패척결에 앞장서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결국 1994년 새로 제정된 벨라루스 헌법을 통해 자유선거로 치러진 대선에서 승리해 대통령에 취임했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이 된 루카셴코는 독재의 길로 나아갑니다.

    1996년 헌법개정을 통해 대통령의 임기를 5년에서 7년으로 늘린 뒤 2001년 재선에 성공했고, 2004년 3선 연임을 위해 또 다시 헌법을 개정합니다.

    그리고 2006년과 2010년, 2015년 대선에서 잇따라 승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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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카셴코 6연임의 비결은?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벨라루스에는 집권 여당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의회의 81% 의원이 무소속 신분입니다.

    권력 분산을 막기 위해 루카셴코가 당을 만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무소속 의원 대부분은 루카셴코의 지지자이거나 심복이고, 여당이 없다보니 그에게 대적할 만한 정치인도 존재할 수 없었습니다.

    4개 정당에 소속된 의원들이 있긴 하지만 이 정당들 마저도 루카셴코의 영향력 아래 있어 야당 자체가 사실상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벨라루스엔 루카셴코의 친위대로 불리는 정보기관이 있습니다.

    벨라루스어로 KDB, 러시아어로 적을 때는 KGB라고 적습니다. 러시아도 없앤 옛 소련의 정보기관인 KGB가 벨라루스에 존재하고 있는 겁니다.

    벨라루스 정보기관은 야권 정치인은 물론이고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인을 수시로 체포해 악명이 높습니다.

    이 정보기관을 동원해 야권의 움직임을 무력화시킨 것이 루카셴코가 대선마다 압승한 주된 이유라는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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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3세 연하 여자친구 국회의원으로…10대 아들은 후계자로

    루카셴코는 지난해 총선에서 당시 22살인 여자친구를 국회의원으로 당선시키기도 했습니다.

    최연소 의원 기록을 세운 그의 여자친구는 2018 미스 벨라루스 출신의 마리아 바실리예비치인데 두 사람의 나이차는 43세입니다.

    그녀는 미스 벨라루스에서 입상한 이후 루카셴코와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문화와 자선에 '중대한' 공헌을 했다며 정부로부터 훈장을 받기도 했습니다.

    전 주치의와의 사이에서 낳은 16살 아들은 일찌감치 후계자로 낙점했습니다.

    루카셴코는 외국의 정치지도자들을 만날때 아들을 후계자로 지정해 데리고 나가며 노골적으로 정권을 물려주겠다는 의도까지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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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력 재분배 하겠다" 했다가 푸틴이 손들어주자 '철회'

    유럽 사회에선 상상하기 어려운 이같은 독재와 인권탄압에도 그가 건재해올 수 있었던건 부정부패 척결과 경제성장으로 포장된 성과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루카셴코의 실상에 노동자층마저 그에게 등을 돌리고 있습니다.

    루카센코 대통령은 파업에 들어간 공장을 찾아가 헌법을 개정해 권력을 나눌 수 있다는 발언을 하면서 수습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시위대의 압력에 밀려 권력 재분배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 "자신이 죽기전까지는 야당이 원하는 새 대통령 선거는 없을 것"이라며 집권 의지를 놓지 않았습니다.

    유럽연합 등 다른 서방 국가들은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하며 루카센코를 압박했습니다.

    그러자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나섰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메르켈 독일 총리,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과 연쇄 전화통화를 했는데 서방 지도자들은 벨라루스 당국이 시위대에 대한 폭력 사용을 중단하고, 루카셴코 대통령이 야권과 포괄적인 대화를 시작할 것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푸틴은 "벨라루스 사태에 개입하지 말라"고 경고했습니다.

    푸틴을 뒷배로 두게된 루카셴코는 다시 강경 행보에 나서고 있습니다.

    시위 진압에 대한 공로로 300명이 넘는 경찰관들에게 훈장을 수여하는 법령에 서명했습니다.

    지난 18일, 폴란드 국경 근처의 풀숲에서는 지방에서 작은 박물관을 운영하던 관장의 시신이 발견됐습니다.

    그는 선거위원회의 일원이었는데 8월 9일 투표에서 위조한 혐의를 폭로했습니다.

    현지 경찰은 범죄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지만 사망을 둘러싼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대선불복 시위와 함께 전국적인 동조 파업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지지기반인 노동자들마저 등을 돌리는 가운데 유럽 마지막 독재자의 운명이 어디로 향할지 전세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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