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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이미지 한수연

[World Now] 6천 명 집단감염… 알프스 리조트에선 무슨 일이

[World Now] 6천 명 집단감염… 알프스 리조트에선 무슨 일이
입력 2020-09-08 11:54 | 수정 2020-09-08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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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orld Now] 6천 명 집단감염… 알프스 리조트에선 무슨 일이
    알프스 최고 휴양지에서 코로나 '슈퍼 전파지' 로

    오스트리아 티롤주의 이쉬글 리조트.

    최상급의 눈이 11월부터 5월까지 고르게 쌓여 스키를 즐기는 유럽인들에게 사랑받는 휴양지 중 하나입니다.

    지난해에만 무려 150만 명이 찾았는데요.
    [World Now] 6천 명 집단감염… 알프스 리조트에선 무슨 일이
    그런데 '알프스의 이비사(스페인의 세계적인 휴양지)'로 불리던 이 유명 리조트가 다국적 집단 소송에 휘말렸습니다.

    최소 45개국, 6천여 명에게 코로나19 집단 감염을 일으킨 '슈퍼 전파지'가 됐기 때문인데요.

    지난 3월, 이쉬글 리조트에선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요.

    스키 타고 새벽까지 이어지는 밤 문화가 원인?

    당시 이 리조트를 방문한 찰리 잭슨의 여정을 따라가 보면 조금은 실마리가 풀립니다.

    영국 버크셔에 사는 잭슨은 3월 첫째 주에 친구 8명과 이쉬글 리조트로 스키 여행을 떠났습니다.

    "코로나19로 폐쇄된 이탈리아 북부와 너무 가깝다"며 아내가 만류했지만, 이미 1,000파운드(우리돈 약 157만 원) 넘게 지출해 취소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여행 첫날인 3월 4일, 온종일 스키를 탄 그는 리조트 내 술집에서 새벽까지 파티를 즐겼습니다.

    "소년처럼 노는 곳이에요. 10대들을 위한 디스코 바와 비슷하지만, 50대 남성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특히 그는 '버튼'을 누르는 놀이가 코로나 확산의 원인이었을 거라고 추정했습니다.

    "DJ 부스 옆에 TV 퀴즈쇼에 나오는 것 같은 거대한 빨간 버튼이 놓여 있어요. 그걸 누르면 음악 소리가 20초간 줄어들고 사이렌이 울려요. 취한 친구가 50번쯤 눌렀을 거예요."

    그는 "버튼에 여러 사람의 땀이 흥건해 누를 때마다 미끄러웠다"고 전했습니다.

    CNN도 스키를 탄 뒤 리조트 내 술집과 클럽 등 밀폐된 공간에서 파티를 즐기는 문화가 코로나 확산을 부추겼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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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키를 탄 사람들은 땀을 흘리고 있었고, 웨이터들은 수백 명에게 술을 나르고 있었어요. 바이러스가 퍼지기에 최적의 조건이었습니다." (지난 1월 방문자)

    CNN이 코로나 감염의 원인으로 지적한 또 다른 놀이는 '비어 퐁'이란 게임인데요.

    술이 채워진 맥주 컵에 손을 대지 않고 입으로 탁구공을 넣는 게임으로, 공도 여러 사람이 재사용했다고 합니다.

    여행 사흘 뒤 귀국한 잭슨.

    허리와 관절에 통증이 느껴졌고, 미각을 잃었습니다.

    4주 동안 완전히 지쳐서 일을 할 수가 없었고, 오후에 잠이 드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원인도 모른 채 시름시름 앓던 그는 몇 달 후 코로나19 항체 검사에서 '항체가 있다'는 판정을 받은 후에야 자신이 코로나에 걸렸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바이러스가 저를 죽이진 않았지만, 너무 오랫동안 기분 나쁘게 저를 괴롭혔습니다."

    잭슨 뿐 아니라 함께 여행 간 8명 중 절반인 4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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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의 '늑장 대응'이 유럽 전역으로 코로나19 확산시켜

    문제는 잭슨 일행이 리조트에 도착하기 직전, 이곳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단 겁니다.

    하지만 호텔측은 물론 주 정부 역시 이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사실 잭슨 일행보다 일주일 가량 먼저 (2월 22일부터 29일까지) 리조트를 방문했던 아이슬란드 관광객 10여 명은 귀국 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이에 아이슬란드 보건당국은 3월 4일 오스트리아 보건당국에 해당 사실을 알렸습니다.

    "확진자들이 2월 29일 이쉬글에서 뮌헨을 경유해 귀국했다. 이쉬글이 2월 하순쯤 코로나19에 감염됐을 가능성도 있다."

    충분히 위험성을 경고했지만, 티롤 주 정부는 9일이 지난 3월 13일이 돼서야 리조트를 폐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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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사이 3월 7일 36살의 바텐더가 확진됐는데, 이 남성이 "손님들에게 총을 쏘듯 입으로 휘파람을 불었다"는 진술도 나왔습니다.

    이렇게 주 정부가 미적거린 사이 여행객들에게 코로나19가 전파됐고, 이들은 바이러스를 가진 채 자신의 나라로 돌아갔습니다.

    3월 말 당시 이쉬글 방문자 가운데 독일에서만 최소 300명, 아이슬란드에서 8명이 확진됐고, 노르웨이와 덴마크에서도 오스트리아발 확진자가 각각 549명, 298명 발생했습니다.

    순식간에 이쉬글 리조트는 '유럽의 코로나19 최대 진원지'란 오명을 뒤집어썼습니다.

    비엔나 의대 인플루엔자학과 모니카 레들버거 프리츠 과장은 "일반적으로 한 명이 1~2명에게 전파하지만, 이쉬글 사례는 40~80명에게 전파할 수 있는 바이러스 전염력이 매우 높은 환자가 적어도 한 명 이상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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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임 방기하는 오스트리아 정부… 집단소송·검찰 조사 진행 중

    오스트리아 정부에는 스키 시즌 영업을 놓치지 않으려고 늑장 대응을 한 것 아니냔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그러자 지난 5월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는 "이탈리아 관광객이 오스트리아 스키 리조트에 바이러스를 옮겨왔다고 해서 그들에게 사과를 요구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 팬데믹에 누가 책임이 있는지 국제적으로 공방을 벌이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휴가차 왔다가 코로나19에 감염된 외국인 관광객에게 사과할 계획이 없다"고 못박아 논란을 확대시켰습니다.

    이같은 정부의 태도에 분노한 오스트리아 소비자보호단체 VSV는 이쉬글 발 코로나19 감염자들을 모아 집단 소송에 나섰습니다.

    VSV에 따르면 현재까지 이쉬글 리조트발 코로나19 확진자는 독일과 크로아티아, 미국, 이스라엘, 캄보디아, 짐바브웨 등 45개국 6천 명이 넘습니다.

    이들의 손해배상 청구 금액은 1인당 10만 유로, 우리 돈 약 1억 4천만 원이 될 전망입니다.

    VSV 측은 "첫 발병 사례 확인 후에도 이쉬글 리조트는 일주일간 더 개방돼 있었다"며 "오스트리아 당국이 경제적 수익을 우선시해 집단감염에 미흡하게 대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티롤주의 주도인 인스브루크의 검찰도 이쉬글 리조트 감염의 진상과 관련해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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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쉬글 주민 42% 코로나19 항체 형성

    이쉬글발 집단 감염 논란이 확산되자 인스브루크 의대 연구진도 지난 4월 스키 리조트 이쉬글 주민 1천여 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항체 검사를 진행했는데요.

    그 결과 주민들의 항체 양성률이 42.4%에 달했습니다.

    코로나19의 경우 공동체의 60% 이상이 항체가 형성되면 집단 면역이 형성된 것으로 보는 것을 감안하면, 대단히 높은 수치입니다.

    인스브루크 의대 도로테 폰 라에 바이러스 연구소장은 "지금까지 나온 코로나19 항체 양성률 가운데 최고치"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코로나19 감염률이 높았던 이탈리아발 가르데나 지역 주민의 항체 양성률은 27%, 스위스 제네바는 10%를 기록했습니다.

    휴가철 코로나19 2차 확산… 이쉬글 교훈 잊지 말아야

    여름 휴가철이 한창인 8월 이후 유럽에선 코로나19 2차 확산이 현실화됐습니다.

    하루 신규 확진자가 8천 명에 육박한 프랑스는 이미 지난 3월의 확산세를 넘어섰고, 영국도 최근 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스페인도 8월 중순 9천 명까지 폭증하더니 여전히 연일 3천 명 수준의 확진자가 나오고 있습니다.

    휴가지의 느슨한 방역과 나이트클럽, 파티 등의 모임이 2차 확산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는데요.

    이탈리아와 스페인, 그리스 등 각국 정부는 클럽과 식당 영업 등을 중단하는 등 다시 고삐를 죄고 있습니다.

    이같은 유럽의 상황에 대해 WHO는 "2차 확산이나 재확산이라 말할 수 있다"며 "가속 폐달에서 발을 떼면 바이러스는 다시 돌아온다"고 경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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