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세계
기자이미지 나세웅

[단독] 김정은 "연합훈련 취소 믿었다…남한 군대는 내 적 못 돼"

[단독] 김정은 "연합훈련 취소 믿었다…남한 군대는 내 적 못 돼"
입력 2020-09-13 14:56 | 수정 2020-09-13 16:01
재생목록
    [단독] 김정은 "연합훈련 취소 믿었다…남한 군대는 내 적 못 돼"
    지난해 6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깜짝 판문점 회동 이후 김 위원장이 친서를 보내 강한 어조로 8월로 예정된 한미 연합 훈련에 대해 항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닉슨 대통령의 사임을 부른 '워터게이트' 사건의 진상을 파헤쳤던 언론인 밥 우드워드의 신간 <격노(Rage)>(15일 출간 예정)를 MBC가 입수해 분석한 결과, 당시 판문점에서 합의한 대로 실무협상이 쉽사리 재개되지 못한 데에는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북한의 불만이 있었다.

    판문점 회동이 있은 지 한달 여 뒤에 쓴 친서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나는 우리 두 나라 간의 실무급 협상에 앞서 도발적인 연합 군사 훈련들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것으로 믿었다"고 적었다.

    또 "개념적으로 그리고 가정적으로 전쟁 준비 훈련의 주된 타겟은 우리 군대다. 이건 우리의 오해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마치 우리 관점을 지지하듯 며칠전 남한의 국방장관이라고 불리는 자가 우리의 재래식 무기를 현대화 하는 것에 '도발'이고 '위협'이라고 여긴다고 했다"고 했다.

    이는 그 무렵 정경두 국방장관이 "우리를 위협하고 도발한다면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당연히 '적' 개념에 포함되는 것"이라고 한 연설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친서가 작성되기 닷새전인 7월 31일 정 장관은 국방관련 행사의 기조연설에서 취임 후 가장 강경한 발언을 내놓았다.

    북한의 위협에 충분히 준비가 돼 있다는 취지였다.

    지난해 잇단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군의 대응이 소극적이라는 비판에 직면하자 나온 발언으로,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이를 문제 삼은 것이다.

    친서에선 정확히 '약속'이나 '합의'라는 표현을 쓰진 않았지만 연합훈련 취소 또는 연기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구두 약속이 있었을 수도 있다.

    김 위원장은 이어 "현재든 미래든 남한 군대는 내 적이 될 수 없다. 우리는 특별한 수단이 없어도 강력한 군대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남한 군대는 내 군대에 전혀 맞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게 진실이다"고 덧붙였다.

    또한 "가장 좋지 않은 점은 미군이 이런 피해망상적이고 과민한 행동에 남한 사람들과 함께 한다는 것이다"라며 "나는 정말 기분이 상했고 이 감정을 당신에게 숨기고 싶지 않다"고까지 했다.

    지난해 2월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된 뒤, 실무 협상조차 재개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불쾌감을 표시한 것이다.

    이 편지는 판문점 회동을 아름답게 포장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에 대한 답장이었다.

    다만 김 위원장은 "각하, 나는 이런 솔직한 생각을 당신과 주고 받을 수 있는 관계를 만들어서 대단히 영광이고 자랑스럽다"는 우호적인 문구로 친서를 마무리 했다.

    이 친서는 우드워드가 입수한 27통의 편지 중 가장 긴 분량으로, 우드워드는 둘 사이가 영원히 식었다고 편지의 어조를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친서를 기자들에게 보여주면 "세 쪽의 아름다운 편지가 왔다"며 친서 도착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편지 뒤 예정대로 축소된 형태의 연합훈련이 진행되자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 명의의 비난 담화를 냈다.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계속하며 긴장 수위를 높여갔다.

    결국 판문점 회동 때 2-3주 안에 재개하자던 실무협상은 그해 10월 스톡홀름에서 재개됐다.

    실무회담 역시 "선제적으로 취한 비핵화 조치들과 신뢰 구축 조치들에 미국이 성의 있게 화답하지 않았다"며 북한에 의해 결렬됐다.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