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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Now] 장관 퇴진에 총리까지 울린 '좀비 밍크'

[World Now] 장관 퇴진에 총리까지 울린 '좀비 밍크'
입력 2020-12-03 09:38 | 수정 2020-12-03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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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orld Now] 장관 퇴진에 총리까지 울린 '좀비 밍크'
    '좀비 밍크', 덴마크를 휩쓴 공포

    6일 전 덴마크를 공포에 휩싸이게 한 사진입니다.

    덴마크 홀스테브로 외곽의 한 군사 훈련 지역에서 살처분돼 땅에 묻힌 밍크의 사체들이 흙을 뚫고 나와 형체를 드러낸 건데요.

    트위터에는 "죽은 밍크들이 부활하는 것을 봤다", "흡사 무덤에서 살아난 좀비 같았다"는 등의 목격담이 이어졌습니다.

    현지 언론들도 '좀비 밍크가 솟아올라 공포를 조성하고 있다', '죽었던 좀비 밍크가 복수를 위해 돌아왔다' 등의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World Now] 장관 퇴진에 총리까지 울린 '좀비 밍크'
    토머스 크리스텐슨 덴마크 경찰 대변인은 한 방송 인터뷰에서 "밍크 사체가 썩으면서 생긴 가스가 원인일 수 있다"며 "가스가 땅속에서 팽창하면서 최악의 경우 죽은 밍크를 땅에서 밀어내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살처분된 수천 마리의 밍크 사체에서 가스가 발생해 얕게 묻힌 밍크들이 땅 위로 밀려 나온 것 같다는 겁니다.
    [World Now] 장관 퇴진에 총리까지 울린 '좀비 밍크'
    '변종 코로나' 우려에 밍크 수백만 마리 살처분

    덴마크에서 밍크 살처분 명령이 나온 건 지난달 4일입니다.

    덴마크 정부는 밍크 사육 농가 200여 곳에서 코로나19 돌연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됐으며, 인간에게 전염된 사례 12건을 확인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면서 덴마크 내에서 사육중인 밍크 1천7백여만 마리 전부를 살처분할 것을 명령했습니다.

    [메테 프레데릭센/덴마크 총리]
    "밍크는 이제 공중 보건에 지대한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밍크에 있는 변종 바이러스가 앞으로 나올 백신의 효과를 떨어뜨릴 수도 있습니다."

    이미 코로나에 감염된 밍크 1백만 마리가 살처분됐지만, 변종 코로나의 출연으로 감염되지 않은 밍크까지 전부 도살하라는 결정이었습니다.
    [World Now] 장관 퇴진에 총리까지 울린 '좀비 밍크'
    덴마크는 세계 최대의 밍크 모피 생산국입니다.

    밍크 농가들은 당연히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농민들은 트랙터를 타고 정부의 밍크 살처분 명령에 항의하는 시위도 벌였습니다.

    이런 와중에 모든 밍크를 살처분하라는 명령이 법적 근거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자, 덴마크 정부는 일주일 만에 살처분 명령을 취소했습니다.
    [World Now] 장관 퇴진에 총리까지 울린 '좀비 밍크'
    하지만 농민들에게 살처분을 '권고'한다는 이메일을 보냈다고 영국 BBC는 보도했습니다.

    덴마크 환경식품부도 CNN에 보낸 성명에서 "우리 정부는 계속해서 현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밍크 살처분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농장주들에게 보상안을 제시하며 살처분을 합의해 진행하고 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현재까지 살처분된 밍크는 285만 마리로 확인되는데, 일각에선 최대 1천만 마리까지 달한다는 추정도 나오고 있습니다.

    좀비 밍크…"다시 꺼내 묻을 것"

    만약 살처분된 밍크 수백만 마리가 모두 땅 위로 다시 오르면 어떻게 되는 걸까.

    윤리적 비난은 물론 '좀비 밍크'의 출현으로 감염 우려에, 토양 및 식수 오염 우려까지 제기되자 덴마크 정부는 사면초가에 빠졌습니다.

    국민들은 정부가 부실한 일 처리로 국민 건강을 다시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자 정부는 다른 카드를 꺼내들었는데요.

    일단 좀비처럼 떠오른 밍크 사체가 인간에게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감염시킬 가능성을 막기 위해 사체를 다시 파내 소각하기로 했습니다.

    덴마크 농림장관은 지난달 27일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 "매립지에서 나타난 문제를 인지했으며, 사체를 다시 파내 소각하는 방안을 포함해 해결책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덴마크 환경부가 유해 가스 등이 발생할 수 있다며 소각에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이런 저런 논란 끝에 덴마크 당국은 밍크 사체들을 매립지에서 파내 소독 등의 방역 조치를 한 뒤 재매장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장관 퇴진에, 총리까지 울린 '좀비 밍크'

    밍크 살처분을 둘러싼 후폭풍은 덴마크 정계까지 흔들고 있습니다.

    당초 밍크 1천 7백만 마리의 살처분을 명령한 모겐스 얀센 전 농림장관은 지난달 18일 결국 사임했습니다.

    [모겐스 얀센/전 농림장관]
    "총리에게 사임 의사를 밝혔습니다. 밍크 살처분에 대해 의회에서 충분한 지지를 받지 못했습니다. 사육 농가에 사과합니다."

    프리데릭센 총리도 실책을 인정하고 사과했지만 야당은 총리의 퇴진까지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World Now] 장관 퇴진에 총리까지 울린 '좀비 밍크'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총리는 며칠 전 밍크가 모두 살처분돼 텅 비어버린 한 농장을 찾아 눈물까지 보였는데요.

    그는 "마음이 아프다"면서 "밍크 살처분이란 결정을 내린 것은 농가의 잘못이 아니라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이었다"며 농민들을 위로했습니다.
    [World Now] 장관 퇴진에 총리까지 울린 '좀비 밍크'
    하지만 이날 텅 빈 농가에서 방역복에 마스크까지 쓴 총리의 모습은 오히려 역효과를 냈습니다.

    야당은 "농장에 마치 위험이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며 맹비난했습니다.
    [World Now] 장관 퇴진에 총리까지 울린 '좀비 밍크'
    변종 코로나 얼마나 위험하길래…

    세계보건기구는 밍크에서 발견된 코로나19 변종 바이러스를 '클러스터5'로 명명했습니다.

    클러스터5는 지난달 5일 기준 덴마크와 네덜란드 등에서 밍크는 물론 310명의 사람에게서도 발견됐습니다.

    최근엔 유럽뿐 아니라 미국 유타·위스콘신·오리건주 등에서도 확인되고 있는데요.

    네덜란드와 스웨덴에선 밍크 농장 근로자들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으면서 밍크가 사람에게 코로나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아직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은 아닙니다.

    클러스터5가 개발 단계에 있는 백신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이 역시 추적 관찰은 필요하지만 과학적 근거는 없다고 말합니다.

    숨야 스와미나탄 WHO 최고 과학자는 "우리는 그 함의가 무엇인지 지켜볼 필요가 있지만, 이 특별한 변이가 백신 효능에 영향을 줄지에 대해 어떠한 결론도 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현재로서는 그럴 것이라는 증거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모피 생산에 변종 코로나…'이중고' 겪는 밍크

    그럼에도 올 한해 세계 각국에선 밍크 살처분이 잇따랐습니다.

    지난 7월 스페인 북동부의 한 밍크 농장에서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하자 이 지역 농림당국은 밍크 9만 2,700마리를 살처분했습니다.

    지난 6월 네덜란드에서도 10여 개 농장에서 밍크의 코로나 감염이 확인되자 57만 마리가 살처분됐습니다.

    최근 프랑스 서부 외르에루아르 지역의 한 농장에서도 같은 이유로 밍크 1천 마리가 도살됐습니다.

    안타까운 건 코로나로 인한 대규모 살처분 뿐만 아니라 모피를 얻기 위한 밍크 도살도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모피를 위해 사육되는 밍크는 가로세로 30cm 정도의 좁은 철망 안에서 대량으로 사육돼 도살됩니다.

    밍크 코트 한 벌을 만들기 위해 희생되는 밍크의 숫자는 200여마리.

    잔인한 밍크코트 생산 과정에 대한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었는데요.

    변종 바이러스로 공중 보건 문제까지 대두되자, 네덜란드는 아예 2024년까지 밍크 사육을 금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프랑스도 지난 9월 29일에 모피를 얻기 위해 밍크를 사육하는 농장들을 오는 2025년까지 폐쇄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덴마크도 내년 말부터 밍크 사육을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종식과 함께 밍크의 수난 시대도 끝이 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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