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월 16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애플코리아 본사를 찾았습니다.
애플이 국내 이동통신 3사를 상대로 경영간섭, 흔히 말하는 '갑질'을 했는지 조사하기 위해서입니다.
조사의 핵심은 애플이 이통사에 광고비를 떠넘기고 광고활동에 간섭했는지를 확인하는 것.
이를 위해 조사팀은 애플 사무실에서 AMFT라는 사이트를 들여다보려고 했습니다.
국내 이통3사가 애플 광고비를 얼마를 쓰고 남았는지를 기록하고 애플이 확인하는 사이트입니다.
이통사가 광고 시안을 올리면 애플이 허가하거나 거부하는 등 의견을 표시할 수 있는 사이트 'meeting room'도 조사하려고 했습니다.
세계 최고 IT 기업에서 9일간 인터넷 먹통
그런데 신기하게도 조사 첫날 인터넷이 끊어집니다. 서울 한복판에서, 그것도 세계 최고의 IT 기업이 있는 건물에서 말입니다.
그리고 네트워크 차단은 무려 9일간이나 계속됐습니다.
처음에는 현장 조사공무원도 일시적인 장애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인터넷이 끊기는 일은 베테랑 공정위 공무원들조차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이튿날에도, 사흘째에도 먹통이 이어지자 현장 조사원은 수차례 인터넷 복구를 요청했습니다.
애플은 응답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네트워크가 단절된 시간도, 누가 담당하는지조차 확인해주지 않았습니다. 엄연한 조사 방해입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일은 이듬해 재개된 2차 현장 조사에서 벌어집니다.
애플의 임원이 보안요원과 함께 회사로 들어오려는 공정위 조사관의 팔을 잡아당기며 진입을 저지한 겁니다.
공정위에 따르면 조사 요원들은 애플 측 법률대리인이 온 뒤에도 애플의 저지로 30분여분간 조사에 착수하지 못했습니다.
애플의 갑질이야 업계에서 하루 이틀 된 얘기는 아니지만 시장 규제기관인 공정위를 상대로 고의적인 방해행위를 하는 건 전혀 다른 얘기입니다.
공정위도 상황이 심각하다고 보고 네트워크 차단과 미복구 행위, 자료미제출과 관련해 총 3억 원의 과태료를 애플코리아에 부과하기로 했습니다.
현장진입을 저지한 건에 대해서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습니다.
현장조사 저지·방해 규정은 애초 과태료 부과 조치에서 2012년 6월부터 형사처벌 가능토록 규정이 바뀌었습니다.
이 때문에 공정위 조사를 방해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되는 건 애플이 첫 사례가 됐습니다.
애플은 "공정위 조사에 최대한 협조해 왔다"며 이번 결정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한국 얼마나 만만하면…육탄방어까지
앞서 애플코리아는 거래상 지위를 남용한 혐의에 대해 자진시정안을 제출한 바 있습니다.
과징금 제재를 받는 대신 아이폰 수리비를 할인하고 이통사의 광고비 부담을 완화하는 등 1천억 원 규모로 노력하겠다는 겁니다.
그래서 이번 공정위 결정으로 애플의 상생 노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공정위는 "조사 방해 행위에 대한 제재는 동의의결과 무관한 사안"이라며 "동의의결이 위축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또 "네트워크가 차단된 것은 사실이고 네트워크가 단절돼 있다는 것도 애플이 인정하는 부분"이라며 향후 다른 업체에서 비슷한 방해 행위가 나올 시에도 엄중하게 대처할 뜻임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공정위는 조사는 업체의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하면서 이뤄진다며 공정위의 조사를 방해하는 행위는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중 제재하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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