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사망자 수가 처음으로 30만 명을 넘어, 통계를 작성한 이래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사망원인통계'를 보면 작년에 사망한 사람이 30만 4천948명으로 2019년보다 9천8백여 명이나 늘었습니다.
패혈증이나 알츠하이머, 고혈압성 질환 등 고령 질환 사망률이 증가하고 호흡기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감소한 걸 감안하면 인구 고령화의 영향이 컸으리라는 게 통계청의 분석입니다. 코로나19로 사망한 사람은 전체의 0.3% 수준인 950명으로 나타났습니다.
* 자살률 심각…또 OECD 1위 불명예
자살률은 여전히 심각했습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자살로 숨진 사람은 총 1만 3천195명. 하루에 36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셈입니다.
10만 명당 자살한 사람을 뜻하는 자살 사망률은 이번에도 OECD 회원국 중 1위를 유지했습니다. 회원국 38개국 평균 자살률이 10.9명이었는데 한국은 25.7명을 기록했습니다.
* 1·20대가 위험하다
우려스러운 건 40대 이상의 자살률은 모두 줄었는데 30대 이하, 특히 1·20대 청년들의 자살률이 크게 높아졌다는 점입니다. 10대 자살률은 2019년 10만 명당 5.9명에서 6.5명으로 9% 이상 늘었고, 20대 자살률은 19.2명에서 21.7명으로 12.8% 급증했습니다.
특히 10대 남성 자살률은 10만 명당 5.5명에서 6.5명으로 18.8% 증가, 20대 여성도 10만 명당 16.6명에서 19.3명으로 16.5% 증가를 기록했습니다.
* 전문가 "코로나19가 영향 미쳤을 것"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팬데믹 상황이 영향을 미쳤을 거라 분석합니다.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오대종 교수는 먼저 경제난을 꼽았습니다. 팬데믹 상황이 불러온 고용 절벽과 고용 불안에 젊은이들이 경제난에 처하고 좌절감을 크게 느꼈으리란 겁니다.
통상 청년세대보다 40대 이상의 자살률이 높은데, 40대 이상에선 자살률이 낮아지고 30대 이하의 자살률이 높아진 게 청년들의 경제적 기반이 중장년층보다 더 취약하기 때문일 것이라 분석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대면 서비스 업종의 타격이 컸는데 특히 20대 여성들의 실직률이 높았던 점도 오 교수의 설명을 뒷받침합니다.
* "사회적 고립이 우울감 증가시켜"
'사회적 거리두기'가 길어지면서 정서적 고립에 처한 이들의 정신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졌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작성한 우울증 환자 분석결과에 따르면, 25-29세 여성환자는 2017년 1만 4천여 명에서 2021년 상반기 39,850명으로 175%나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전체 우울증 환자는 32% 증가했는데, 젊은 여성 환자는 2배 넘게 폭증했다는 뜻입니다.
오 교수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고립된 생활이 길어지면서 기존의 정신건강 문제가 악화되거나, 새로 우울증을 앓게 된 환자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예민한 시기의 10대 청소년들이 사회적 단절에 취약한 점도 10대 남성의 자살률 증가에 영향을 미쳤으리라 덧붙였습니다.
* 코로나19 사망자, 정말 950명뿐?
통계청이 집계한 코로나19 사망자는 950명. 10만 명당 1.9명으로, 전체 사망통계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통계청은 기존에 기저질환을 앓고 있던 환자가 사망한 경우 코로나19에 중복 감염됐더라도 사망원인을 기저질환으로 분류했다고 밝혔습니다. 국제보건기구, WHO가 코로나19 사망자 분류를 이렇게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저질환과 코로나19에 함께 걸려 복합적인 원인으로 사망한 사람은 더 많을 것이란 추측이 가능합니다.
일부에선 코로나19 대응에 의료 역량이 집중되면서 비코로나 환자들이 사각지대에 놓이게 됐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지난해 3월, 급성폐렴에 걸린 18살 정 모 군이 코로나19 검사결과를 기다리느라 치료 시기를 놓쳐 숨지는 일이 있었는데, 코로나19 환자가 늘어나면 그 여파가 만성질환자와 비코로나 응급환자에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이제 정부는 '위드 코로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950명이라는 숫자 뒤에 숨겨진 죽음들을 막고 코로나19와 함께 하기 위해선 의료 시스템의 복원과 심리적 방역망 확충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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