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0대 여성 A씨는 한 KT 대리점 직원에게 전화를 받았습니다.
'당신이 휴대폰을 개통했던 대리점이 폐업했다. 할인혜택이 사라질 것이다. 요금 폭탄 맞을 수 있으니 우리 매장에 방문 해야한다'
요금 폭탄이 걱정된 A씨는 다음날 저녁 KT 대리점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새로 휴대폰을 개통했습니다. 다른 대리점에서 개통한 휴대폰에는 혜택을 줄 수 없어서, 새 휴대폰을 개통 해야만한다는 직원의 거짓말 때문이었습니다.
KT 대리점 직원은 할인의 조건으로, A씨의 쓰던 휴대폰도 가져갔습니다. 그리고 이게 범죄의 시작이었습니다.
대신 초기화해 드릴게요
늦은 밤, 대리점 문 닫을 시간이 가까워졌습니다. 대리점 직원은 A씨에게 '대신 휴대폰 초기화를 해주겠다'며 비밀번호를 요구했고, A씨는 포스트잇에 자신의 비밀번호를 적어주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집에 돌아와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휴대폰을 반납한 게 찝찝해서 다음날 곧바로 휴대폰을 되찾아왔습니다. 직원은 아무렇지 않게 초기화가 완료된 휴대폰을 돌려줬습니다.
A씨는 자신의 초기화된 휴대폰을 보면서, 안심했다고 합니다. 대리점 직원을 의심한 것에 대한 미안한 감정도 들었다고 했습니다.
'괜한 걱정이었어. 아무일 없었어..'
하지만 아니었습니다.
두 달 뒤, A씨는 모르는 남성에게 SNS로 쪽지를 받았습니다.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는 말과 함께 A씨의 신체사진 9장을 보내왔습니다. A씨가 반납했던 자신의 휴대폰으로 찍었다가 삭제했던 사진들이었습니다.
[A씨 / 피해 여성]
"제 핸드폰 사진첩 사진들인데, 그 중에는 다이어트 전후 비교를 하려고 찍은 나체사진도 있어서..제 눈으로 적나라하게 보니까 정신적으로 힘들었던거 같아요. 인터넷에 이런 게 있다고 하면 여자로서 삶도 걱정이 되는 거예요"
각종 SNS에서 인플루언서로 활발하게 활동중인 A씨, 처음에는 경력이 걱정됐습니다. 이미지가 망가져 일을 못하게 되는 건 아닐까. 그런데 점점 여성으로서의 삶에 대한 걱정이 더 커졌다고 합니다. 그렇게 일상이 무너졌습니다. 근무 일수도 줄었고, 사람을 만나는 일도 어려워졌습니다.
[A씨 / 피해 여성]
"KT 앞을 지나갈 떄마다 너무 불안하고..저 직원도 봤을까. 이런 생각도 드니까. 제 커리어 자체에도 위협이 되고, 언제 무너질지 모르니까..죽고 싶었죠"
사진을 누가, 어떻게 유출했을까
사진 유출은 A씨가 방문했던 KT 대리점에서 일어났습니다.
대리점 직원들은 A씨가 적어준 비밀번호로 휴대폰을 완전 무장해제 시켰습니다. 그리고 A씨의 사진첩을 샅샅이 뒤졌습니다. A씨가 급히 지웠던 알몸 사진들은 '최근 삭제된 항목(휴지통)'으로 이동된 상태였는데, 그것도 살려냈습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이 사진들을 함께 일하는 대리점 직원 여러명과 돌려보고, 그 무리 중 일부는 이 사진을 저장해 SNS로 외부 사람에게 유포하기도 했습니다.
[목격자 / KT 대리점 관계자]
"매장 안이었어요. 창고에 들어가 봤는데 3-4명이 모여서 핸드폰을 보고 있길래 이게 뭐냐고 하고 봤어요. A씨 나체사진을 돌려보고 있었죠. 그들만의 놀이 '탐정까기'
KT 대리점 직원이자, 당시 A씨의 신체사진을 돌려본 장면을 목격한 남성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목격자 / KT 대리점 관계자]
"고객들은 초기화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휴대폰을 반납해요. 그러면 판매사들이 고객 사진 보는 거는 쉽죠. 남자 휴대폰은 뒤질 필요가 없어요. 대상은 무조건 여성, 20대 초반 분들이죠"
이렇게 휴대폰을 뒤져보는 행위를 지칭하는 은어도 있었습니다. '탐정 까기' 입니다. 사건을 조사하는 탐정처럼, 고객 휴대폰을 샅샅이 뒤져본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사진 유출, 그 후
은어까지 만들어 부를 정도면 일부 직원들, 그리고 일부 대리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KT 본사에 입장을 물어봤습니다.
이런답변이 돌아왔습니다.
[KT 본사]
"당사 고객정보가 유출되어 피해가 있을 경우 피해 정도를 고려해 보상기준을 마련합니다. 다만, 본 건은 본사가 대리점에 위탁한 고객정보가 유출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당사 고객정보 유출에 따른 조치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어려울 걸로..대리점 직원의 범죄 행위로 판단됩니다."
쉽게 말해 KT 본사가 아니라, 대리점 직원의 행위이기 때문에 책임을 지기 어렵다는 말입니다. KT는 이번 사건을 '대리점주 관리 소홀', '판매직원 일탈 행위' 등과 같이 본사와는 관련이 없는 문제로 규정하는 듯 합니다. 그리고 실제로도 A씨에 대한 피해 구제 문제를 대리점에 맡겼습니다.
그 사이 대리점은 어떻게 했을까요?
피해 여성에게 1억원을 주겠다며 기사를 막을 것을 종용했습니다.
[A씨 / 피해 여성]
"마음대로 해봐라. 세상에 알릴거면 알려보라고 하다가 보도 나간다고 하니까 돈을 주겠다? 돈 줄테니까 기사 내지 말아달라 이거잖아요. 기분 나쁘죠. 진정성이 안 느껴지는 거 같아요"
A씨는 이 제안을 거부했습니다. 피해를 알리고, 같은 일이 다른 여성 고객들에게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믿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A씨가 원한 게 꼭 하나 있습니다. KT 본사의 사과입니다. 고객 유치할 땐 대리점에게 맡기고 그걸로 KT 본사도 돈을 버는데, 문제가 생기면 쏙 빠져서 책임지지 않는 건 상식적이지 않다는 게 그의 생각입니다.
하지만 아직 KT 본사는 사과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 본사 차원에서 면밀히 조사하고 대응책을 마련해 피해 여성에게 입장을 전하겠다고 합니다.
KT 본사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 그 내용도 지켜본 후 전해드리겠습니다.
경제
이문현
KT에 가입한 20대 유튜버 '신체사진'‥누가, 어떻게 유출했을까
KT에 가입한 20대 유튜버 '신체사진'‥누가, 어떻게 유출했을까
입력 2021-10-02 13:39 |
수정 2021-10-02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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