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경제
기자이미지 윤상문

[알려줘! 경제] 수천억 탈세 내부고발해도 포상금 0원‥누가 고발할까

[알려줘! 경제] 수천억 탈세 내부고발해도 포상금 0원‥누가 고발할까
입력 2021-11-12 15:27 | 수정 2021-11-12 16:03
재생목록
    [알려줘! 경제] 수천억 탈세 내부고발해도 포상금 0원‥누가 고발할까
    4100억 원대 탈세 추징‥내부 고발자 포상금은 0원

    2011년 1월 국세청이 '역외탈세'와의 전면전을 선포했습니다. 탈세 수법이 진화하면서 스위스, 홍콩, 케이만군도 등 해외의 조세피난처가 활용되자 전담팀을 꾸려 세금 징수에 나선 겁니다.

    그리고 3개월 만에 국세청은 일명 '선박왕'으로 불렸던 시도상선 권혁 회장을 역외탈세범으로 지목했습니다. 10조 원 규모의 해운회사를 운영하며 선박 160여 척을 가동했지만, 정작 서류상으로는 조세피난처에 있는 페이퍼컴퍼니로 소유권을 돌려놓아 국내에선 제대로 세금을 내지 않았던 겁니다. 이 사실을 밝혀낸 국세청은 권 회장을 상대로 세금 4천101억 원을 추징하기로 했습니다. 사상 최대규모였습니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 사건 뒤엔 내부 고발자가 있었습니다. 당시 '시도상선'의 회계책임자이자 비서실장 역할을 했던 안창용 국민재산되찾기운동본부 사무국장입니다. 안 국장은 시도상선의 수상한 자금 흐름을 남몰래 정리했고, 페이퍼컴퍼니들의 소유 관계를 정리한 기밀 문서들을 국세청에 넘겼습니다. 검찰에 고발장도 제출하고 청와대와 법무부로 제보했습니다. '선박왕'의 탈세 사건은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며 역외탈세에 경종을 울렸습니다. 그러면 안 국장은 어떻게 됐을까요?
    [알려줘! 경제] 수천억 탈세 내부고발해도 포상금 0원‥누가 고발할까
    국세청 제보 괘씸죄로 보복 소송만…

    안 국장은 국세청에 제보했다는 괘씸죄로 회사의 끈질긴 보복 소송에 시달렸습니다. 이렇게 회사의 표적이 됐지만 안 국장은 공익신고자로 보호받지 못했습니다. 2011년 공익신고자 보호법이 시행됐지만 탈세 제보는 공익신고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입니다. 포상금 역시 한 푼도 못 받았습니다.'탈세 제보자료는 국세청이 이미 세무조사로 확인한 것과 같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안 국장은 "포상금 지급을 바라지도 않았지만, 거부 통보서를 보면서 '누가 자기 인생을 걸고 내부 고발을 할까'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고 했습니다.

    지금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지난 5년간 국세청이 탈세 제보로 추징한 세금은 6조 6천억 원. 내부 고발자들의 용기가 없었다면 걷을 수 없었던 세금입니다. 하지만 포상금으로 지급된 금액은 666억 원으로, 추징세액의 1%에 불과했습니다. 미국 국세청이 추징세액의 18.3%를 포상금으로 지급한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입니다.

    국세청·기재부가 반대한 공익신고자 보호법

    현재 공익신고를 할 수 있는 대상 법률은 다양합니다. 의료법, 식품위생법, 근로기준법 같은 우리 삶에 중요한 471개의 법률에 대한 위반 신고면 공익신고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10년 전에 180개에 불과했지만 어느덧 471개까지 늘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공익신고 대상 법률에서 조세범 처벌법은 빠져 있습니다. 국세청과 기획재정부가 이를 반대했기 때문입니다. "과세정보에 대한 비밀 유지 의무를 어길 수 있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탈세 제보가 공익신고로 인정되면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신고를 대리하고 국세청에 자료를 요청할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과세정보가 외부로 새나갈 수 있다는 게 국세청의 주장입니다.
    [알려줘! 경제] 수천억 탈세 내부고발해도 포상금 0원‥누가 고발할까

    현대차 엔진결함 내부고발자 김광호 전 현대차 부장 [김광호씨 제공]

    280억 VS 2억

    최근 현대자동차의 엔진결함을 폭로한 김광호 현대차 전 부장이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이 '280억 원'이라는 거액의 포상금을 지급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김광호 전 부장이 우리 정부에서 받은 포상금은 2억 원이 전부였습니다.

    많은 공익신고자들은 언론 인터뷰에서 한결같이 포상금 때문이 아니라 양심의 가책을 느껴 신고할 수 밖에 없었다고들 말합니다. 그러면서도 지금 같은 보상 제도에서 누가 불이익을 감수하고 내부 고발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합니다. 안창용 국장과 김광호 전 부장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김 전 부장은 "포상금이 목적은 아니었지만 미국으로부터 많이 받은 사실을 널리 알리고 싶다"고 했습니다. 자신의 사례를 통해 우리나라의 내부고발 관련 제도들이 개선되길 바란다는 뜻입니다.

    공익을 위해 위험을 감수한 사람에 대한 존중과 감사를 꼭 돈으로만 표현할 순 없을 겁니다. 하지만 280억 원과 2억 원, 두 나라 정부가 보인 성의의 크기는 적어도 액수로는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