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과 세수 규모가 연일 논란입니다.
기획재정부가 당초 올해 들어올 걸로 예상했던 세수는 282조 7천억 원. 2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던 지난여름엔 31조 5천억 원 더 들어와 세수가 314조 원 규모로 늘어날 거라 밝혔는데, 알고 보니 19조 원이 더 들어올 것 같다고 합니다. 작년 말 올해 예산 편성 시와 비교하면 50조가 더 늘어오게 됐습니다.
민주당은 기재부가 일부러 보수적으로 예상치를 내놓았던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습니다. 불과 일주일 전인 11월 8일, 홍남기 기재부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2차 추가경정 이후 세금이 더 들어올 거라 말하면서 규모가 "10조 원 조금 넘을 것 같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이 말을 '10조 원대 초반'으로 이해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추가된 초과세수는 20조 원에 가까운 19조 원이었습니다.
2021년 초과세수
홍남기 부총리 발언: 31.5조 원(2021년 6월 기준) +10조 원 조금 넘는 금액 = 약 41.5조 원
실제 기재부 예상치: 31.5조 원(2021년 6월 기준) +19조 원 = 약 50.5조 원
불과 어제(16일) 오전에도 기재부 관계자는 9월 재정동향을 발표하며 2차 추가경정예산 대비 초과세수는 10조 원대에 그칠 것이라 말했습니다. 기자들은 이 발언 역시 '10조 원대 초반'일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예측 실패인가 의도한 것인가?‥코로나 손실 보상은?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는 기재부가 의도적으로 초과세수를 적게 예측한 것 아니냐며 국정조사까지 거론했습니다. 기재부와 여당이 주장하는 숫자가 달라 누가 맞냐는 진위논란이 일자 기재부는 여당이 맞다고 실토했습니다. 그러면서 세수 예측을 정확하게 하지 못했을 뿐 의도는 없었다며 "지난주에 청와대에도 보고했다." "다시 한 번 송구하다."고 했습니다. 2차 추가경정 예산을 편성할 때 초과세수가 더 넉넉했던 걸 알았다면 재난지원금과 소상공인 손실보상에 더 많은 예산을 배정할 수 있었을 겁니다.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주장했던 여당 입장에선 돈을 덜 풀려고 초과세수 예상치를 줄인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계산하길래?
기재부는 초과세수가 얼마나 될지는 미래에 대한 예측이므로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그러면서 경제회복기에는 초과세수가, 경제침체기에는 세수부족 현상이 일어난다고 설명했습니다. IMF 구제금융 이후 예상보다 빠르게 경제회복이 이뤄지면서 99년엔 예상보다 11% 많은 세금이, 2000년엔 예상보다 22% 많은 세금이 걷혔듯이 언제나 정확하게 예측할 순 없다는 겁니다.
하지만 세수를 어떻게 예측하는지 살펴보면 예측실패라는 기재부의 설명을 온전히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먼저 정부는 한 해 예산안을 짜면서 경제상황과 이듬해 예상되는 경제성장률, 물가지표와 소비지표, 기업들의 영업이익 전망치와 부동산·주식 거래 등 자산시장 전망 등을 참고합니다. 코로나19로 경제가 위축됐던 지난해, 많은 이들이 올해엔 경제가 반등할 것이라 예상했었습니다. 그렇게 계산해서 내놓은 예산안이 282조 7천억 원이었습니다.
경제상황에 따라 세금이 더 걷힐 때도 있습니다. 그러면 기재부는 세수 전망치를 수정합니다. 부동산 거래, 주식거래, 수출입 지수, 소비자물가지수 등 다양한 지표를 분석하는 연구기관들의 보고서를 참고하고 매달 국세청으로부터 유입되는 세수규모도 보고받습니다.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여기에 붙는 부가세가 늘었고,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양도소득세도 올랐습니다. 실적 호조를 예상한 기업들은 법인세 중간예납을 늘리면서 9월 10월 법인세는 지난해보다 4조 2천억 원 더 걷혔습니다. 그런데도 경제상황을 미처 예상하지 못해 초과세수를 잘못 계산했다는 게 기재부의 설명입니다.
곳간이 비어간다더니‥반복되는 말 바꾸기
기재부의 설명을 의심하는 또 다른 이유는 돈이 없다며 돈풀기를 주저하던 홍 부총리가 과거에도 말을 바꾼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여름 5차 재난지원금 규모를 정할 때 정부는 소득 하위 70% 지급안을, 여당은 전국민 지급안을 놓고 줄다리기를 벌였습니다. 진통 끝에 소득 하위 88%에게 1인당 25만 원씩 지급으로 결정났는데, 당시 기재부는 '과도한 재정지출이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선별 지급을 주장했습니다.
이후 다른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코로나19 재정 지원 규모가 낮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홍남기 부총리는 "나라 곳간이 비어간다. 정부가 곳간에 돈을 쌓아두고 풀지 않는 것처럼 평가하는 건 지나치다(9월 6일, 국회 예산결산정책위원회)"며 억울해 했습니다. 이때는 7월까지 걷힌 국세가 지난해보다 55조 원 많다는 통계가 이미 나왔던 때입니다. 그리고 불과 하루 만에 "국가 재정은 선진국에 비하면 상당히 탄탄하다(9월 7일, 국회 예결위)."고 말을 바꿨습니다. 여당이 지나치게 재정불안을 야기하는 것 아니냐고 질타하자 "국가채무가 최근 늘어나긴 했지만 절대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준은 선진국의 절반도 안 된다."는 설명을 내놓았습니다.
곳간 발언 딱 한 달 뒤인 10월 6일엔 "초과세수가 예상한 31.5조에서 추가로 더 들어올 것 같다."고도 했습니다. 추가 세수는 한동안 깜깜이였다가 10조 원 규모로, 오늘은 19조 원 규모로 늘었습니다.
다같이 틀렸다?
기재부는 자신들만 세수 전망치를 틀리게 본 건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국회 예산정책처, 조세연구원, 국세청 등 여러 기관의 전망치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초과세수를 계산하는데 이들도 이렇게 세금이 더 많이 걷힐지 몰랐다는 겁니다. 하지만 다같이 틀렸다고 해서 비판을 면할 수 있을까요? 올해 세수추계 오차는 약 50조 5천억 원으로, 사상 최대규모가 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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