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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M부스] "안초딩 놀린 것 사과"…홍준표의 안철수 띄우기, 왜?

[국회M부스] "안초딩 놀린 것 사과"…홍준표의 안철수 띄우기, 왜?
입력 2021-02-19 16:51 | 수정 2021-02-24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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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M부스] "안초딩 놀린 것 사과"…홍준표의 안철수 띄우기, 왜?
    ■ 홍준표, 4년 만에 "안초딩 놀린 것 사과"

    "지난 대선때 토론하는 것 보고 안초딩이라고 놀렸던 것 정중히 사과드립니다. 결단력도 돋보이고, 압축된 언어 사용 능력은 대단한 진전이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홍준표 의원 페이스북 中)

    홍준표 의원이 안철수 후보에게 사과했습니다.

    조롱 4년 만입니다.

    비록 대면 사과가 아닌 SNS 글이긴 했지만 '정중히 사과한다'는 표현을 명확히 사용했습니다.

    홍 의원의 메시지는 단순한 사과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돋보이는 결단력', '대단한 진전', '기막힌 레토릭' 등의 표현을 써가며 안 후보를 극찬하기도 했습니다.
    [국회M부스] "안초딩 놀린 것 사과"…홍준표의 안철수 띄우기, 왜?
    두 사람의 '초딩' 악연은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요.

    당시 대선 후보였던 홍 의원은 경쟁자였던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TV토론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을 향해 '제가 갑철수입니까', '제가 MB 아바타입니까'라고 반문하자, "지금 대선 토론인지 초등학생 감정싸움인지 모르겠다"고 혀를 찼습니다.

    TV토론이 끝난 뒤에도 SNS를 통해 "한 나라의 대통령을 선출하는 토론에서 마치 어린애가 칭얼대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토라진 초등생 모습으로 국민들에게 비춰지는 것은 나만의 느낌은 아닐 것”이라고 안 대표를 초등학생에 빗대 조롱하기도 했습니다.

    그랬던 혹평이 4년 만에 '돋보이고, 대단하고, 기막힌' 호평으로 탈바꿈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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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준표의 안철수 띄우기..대선 직행 시나리오?

    칭찬에 인색한 것으로 알려진 홍 의원은 왜 안철수 후보에게 칭찬 세례를 늘어놓은 걸까요?

    홍 의원은 이미 지난달 대구 동화사에서 안 후보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신년 인사 자리에서 우연히 만났다고 해명했지만, 두 사람은 그 자리에서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해 덕담을 주고 받았고, 정권교체 필요성에 뜻을 같이 하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당시 홍 의원은 MBC와의 통화에서 "12월에 안 후보를 만나 직접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제안했다. 오세훈 전 시장도 서울시장 출마를 고민하길래 고민하지 말고 서울시장 나가라고 했다. 나경원 의원한테도 셋이 같이 나가서 야당 판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해줬다"고 말했습니다.

    홍 의원이 야권의 유력 대선후보군이었던 안철수, 오세훈, 나경원 세 사람을 모두 서울시장 선거에 뛰어들도록 했다는 건데요.

    국민의힘의 한 핵심 관계자는 "최근 안철수 후보에게 쏠린 높은 지지율을 보면 그 속내를 알 수 있을 것"이라면서 "안 후보가 과감하게 서울시장으로 빠져줘야 홍 의원의 대권가도에 가장 큰 장애물이 없어지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공감과 논쟁' 장성철 소장도 "홍 의원이 자신과 마찬가지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대척점에 서 있는 안 후보를 칭찬해주고 서울시장으로 만드는 것이야 말로, 대선 국면에서 야권 내 경쟁자를 없애고 김 위원장 퇴진 후 자신의 입지를 높이는 최적의 방안"이라고 해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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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외의 선방?.."퀴어축제 돌발 대응도 안정적"

    어제 안철수-금태섭 두 사람의 토론이 끝나고 오늘 정치권에선 "안철수가 기대만큼(?) 토론을 못하지 않았다", "선방했다" 등의 평가가 나왔습니다.

    지난 대선 때 TV토론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안 후보에 대한 기대 심리를 낮췄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많은데요.

    국민의힘의 또 다른 관계자는 "안 후보가 어제 토론을 잘했다기보다는 지난 대선 때와 달리 사고를 치지 않으니 잘해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특히 퀴어축제라는 금태섭 후보의 돌발 질문에도 안 후보가 나름 안정감 있게 대응하며 오히려 보수 진영의 공감을 얻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박상헌 정치평론가도 "지금까지 평론하면서 안 후보를 좋게 얘기한 적이 없었는데 어제 토론에선 안철수 후보의 무게감이 느껴졌다"며 "안 후보에게 절대 나쁘지 않은 토론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어제 토론의 룰이 금태섭 후보에게 불리하게 짜여진 측면이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합니다.

    전체 90분 토론 중 20분을 문재인 정부 비판으로 할애해 두 사람간 차별이 이뤄지지 않았고, 주도권 토론 역시 부동산과 코로나 등 4개 주제로 나뉘어 진행되는 등 공격적 토론에 능한 금 후보의 장점이 발휘되지 못했습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금 후보 측이 토론 룰을 사전 조율하는 데 실패한 것 같다"며 "국민의힘도 안 후보와 최종 단일화 토론 룰을 협상할 때 감안해야 할 것 같다"고 경계심을 드러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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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 이상 초딩 안철수는 없다..고무된 안철수 캠프

    이같은 호평에 안철수 캠프는 상당히 고무된 분위기입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어제 토론이 끝난 뒤 당내 분위기가 상당히 좋아졌다"며 "지지자들로부터도 '내공이 쌓인게 보여 좋았다', '대권 후보 답다', '더 이상 토론으로 트집잡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등의 응원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초딩 안철수가 아닌 중량감 있는 정치인 안철수의 모습이 진가를 발휘할 것"이라며 "더 이상 토론 못하는 초딩 얘기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자평했습니다.

    안 후보도 토론이 끝난 뒤 당직자들에게 "마음을 많이 졸이게 해 미안하다. 앞으로 더 잘할 수 있으니 걱정말라"고 자신감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국민의당은 '금태섭의 일방적 한판승'이라는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의 SNS 글이나, '안동설, 놀부심보'라며 어제 안 후보의 토론을 비판한 민주당 우상호 의원의 SNS 글에 대해선 반응을 보이지 않기로 했습니다.

    '존경받는 정치인이 아니라 사회적 지탄을 받는 정치인들의 얘기엔 대응 할 필요를 못 느낀다'는 설명인데요.

    안 후보 측은 다만, 어제 홍 의원의 사과와 관련해서는 "홍 의원이 열린 시각으로 객관성 있게 평가해준 걸 보며 홍 의원도 꼰대는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감사를 표했습니다.

    장성철 소장은 "안 후보의 '실수하지 말자'는 토론 콘셉트가 어제 먹혔다고 본다"며 "향후 국민의힘 후보나 여당 후보들이 토론에서 안 후보를 상대로 차별화된 프리미엄을 갖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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