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남성이 강원 고성 통일전망대 인근 해안으로 월남할 당시 감시 및 경계용 카메라(CCTV)에 10차례 포착됐는데도 군은 8번이나 놓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군 경계·감시망에 심각한 허점을 드러낸 겁니다.
군은 민간인으로 어업 분야에 종사한 이 북한 남성이 해안으로 올라온 뒤 민간인통제선 소초까지 이동해 식별될 때까지 3시간11분 동안 모르고 있었습니다.
또 소초에서 포착된 지 31분 만에 주요 부서와 직위자들에게 상황을 전파해 늑장 대응이란 비판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16일 동해 민통선 북방에서 신병이 확보된 북한 남성의 월남 경위와 군의 대응 조치 등에 대한 검열단의 현장 조사 결과를 오늘 발표했습니다.
합참에 따르면 북한 남성은 16일 새벽 1시 5분 쯤 통일전망대 인근 해안으로 올라와 해안 철책 전방 해안을 따라 남쪽으로 이동하면서 잠수복과 오리발을 암석지대에 버렸습니다.
합참은 이 남성이 북한 모처에서 잠수복을 입고 해상으로 헤엄쳐 이동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검열단이 해당 부대의 해안 CCTV를 확인한 결과, 오전 1시 5분부터 38분까지 4대의 CCTV에 이 남성이 5회 포착됐고, 상황실 모니터에 2회 경보음과 함께 경고등이 켜졌습니다.
해당 남성이 포착된 해당 화면은 모니터 전면에 '팝업' 창으로 뜨기도 했습니다.
그런데도 상황실 감시병은 바람에 의해 나뭇가지가 흔들려 오경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이를 무시했고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어 검열단은 북한 남성이 이동한 경로상의 다른 곳의 CCTV도 확인했습니다.
오전 4시 12분에서 14분 사이 동해안 최전방에 있는 해군 합동작전지원소 울타리 경계용 CCTV에 북한 남성이 3회 포착됐지만 이번에는 경보음은 울리지 않았고, 위병소 근무자도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이어 오전 4시 16분부터 18분 사이 민통선 소초 CCTV에 2회 포착되어 근무자가 식별하고 상황을 보고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북한 남성은 CCTV에 총 10차례 포착됐고, 군은 9, 10번째 포착됐을 때야 식별하고 상황을 전파했습니다.
그러나 이마저도 늑장 보고라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민통선 소초에서 오전 4시 16분께 식별하고 31분이 지난 4시 47분에야 고속상황전파체계로 주요 부서와 직위자에게 전파했기 때문입니다.
22사단장에게는 식별 34분 뒤에 보고됐습니다.
특히 이번 현장 조사에서 북한 남성이 오전 1시 40분에서 1시 50분 사이 통과한 해안 철책 배수로(직경 90㎝·길이 26m)는 동해선 철로 공사 때 설치됐으나 해당 부대는 존재조차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합참은 "수색 과정에서 부대 관리 목록에 없는 배수로 3개소를 식별했다"면서 "배수로 차단물의 부식 상태를 고려할 때 북한 남성이 통과 전부터 훼손된 상태였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습니다.국방부는 작년 7월 탈북민 김모 씨가 인천 강화도 월곳리 연미정 인근 배수로를 통해 월북한 이후 일선 부대에 수문 및 배수로 일제 점검을 지시했지만, 이번 사건이 발생한 22사단은 이런 지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습니다.
합참은 현장 점검 결과, 해당 부대의 상황실 간부와 영상 모니터 감시병이 임무 수행 절차를 미준수해 식별하지 못했고, 수문·배수로 일제 점검 및 보완대책 강구 지시에도 시설물 관리가 부실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북한 남성을 최초 식별한 후 22사단과 8군단의 초기 상황 판단 때 엄중한 상황임에도 안일하게 대응했고, 상황 조치 매뉴얼을 준수하지 않는 등 작전 수행이 미흡했다고 결론내렸습니다.
이에 합참은 후속 대책으로 원인철 합참의장 주관 작전지휘관 회의를 개최해 전 부대 지휘관, 경계작전 수행 요원의 작전 기강을 확립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이번 사례를 통해 식별된 문제점을 토대로 과학화 경계체계 운용 개념을 보완하고, 철책 하단 배수로·수문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조속한 시일 내에 보완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22사단장 등 지휘계통의 문책 여부에 대해서는 국방부에서 조치할 계획입니다.
한편 패딩형 점퍼에 모자를 쓰고 있던 북한 남성은 체포될 당시 하반신에 낙엽을 덮고 누운 상태로 눈을 감고 있었다고 합참은 전했습니다.
정치
정동훈
北남성 CCTV 10회 포착에 8번 놓쳐…배수로 위치도 몰라
北남성 CCTV 10회 포착에 8번 놓쳐…배수로 위치도 몰라
입력 2021-02-23 14:01 |
수정 2021-02-23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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