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범죄' 의사면허 취소법…안철수 입장은?
중대범죄를 저지른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이 법을 두고 여당은 의지를 드러내고 있고, 대한의사협회는 파업과 백신 접종 거부까지 거론하면서 강력 반발하고 있습니다.
'의사 출신' 정치인,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생각은 어떨까요. 안 대표는 어제 처음으로 '의료법 개정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는데, 먼저 "기본적인 방향에 대해선 동의한다"는 전제를 깔았습니다.
변호사나 회계사 같은 다른 전문직종에는 적용되는 법이 유독 의사에게만 적용되지 않고 있는 건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겁니다.
하지만 보통 진짜 하고 싶은 말은 '다만'이라는 말 뒤에 붙이는 법이죠. ' A but B'의 구조에서 하고 싶은 말은 보통 B에 담깁니다.
안 대표는 "다만 시기적인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을 이어갔습니다.
그러면서 "지금 한창 코로나19가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고 백신 접종 앞두고 있는데, 지금 이 시기에 이런 것들을 급하게 통과해야 하는지 그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시기' 문제삼은 발언에…"의협 아바타냐"
결국 '시기가 문제'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코로나19로 의료진들이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이 때에 의사들의 사기를 꺾을 필요가 있느냐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코로나 시기에 의사들의 심기를 건드릴 이유가 있냐'고 했던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발언과도 맥이 닿아있어 보이고, 실제로 법안을 발의한 강병원 의원이 그렇게 지적했습니다.
강 의원은 "안 대표는 'MB 아바타'에 이어 '최대집 아바타'가 되지 않길 바란다"면서, 논의 역사만 15년 된 법인데 시기를 문제 삼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습니다.오늘은 '시기 부적절'→'취지 찬성'?
논란이 커지자 안 대표, 오늘 당 공식회의에서 의료법 개정안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번 밝혔습니다.
눈에 띈 건 어제와 달리 "지금 꼭 개정안을 밀어붙여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분들이 고개를 갸웃하고 있다", "이 정권의 행태상 어떤 숨겨진 의도가 있는지 궁금해한다"며 '시기'와 '의도'를 먼저 문제삼은 것이었습니다.
어제보다 더 강력한 반대 메시지를 내는 건가? 싶었는데 오늘은 '그럼에도'로 한 번 반전을 줬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의료법 개정 취지에 찬성한다", "의사를 비롯하여 사회 지도적 위치에 계신 분들이 그 일을 수행하기에 부적절한 정도의 죄를 지었다면 그 일을 계속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법안의 타당성을 강조한 겁니다.
같은 'A but B'의 구조인데 어제는 B에 '시기 부적절'을 담았다면, 오늘은 '취지 찬성'을 담은 셈입니다.
의료법 개정안에 대한 국민들의 찬성 여론이 상당히 높은 상황을 의식한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또다시 등장한 '다만'
하지만 안 대표는 여기서 끝나지 않고 다시 한 번 반전을 펴는데, 또다시 '다만'을 등장시켰습니다.
"다만, 의사는 고위공직자처럼 사회의 공적 역할을 담당하거나 독점하는 직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공적 책임을 요구하는 <과잉 제재> 요소가 있다면 법안 심사과정에서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고 말한 겁니다.
의사가 공직도 아닌데 '금고 이상의 형'이라는 면허취소 기준이 너무 엄격할 수 있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그러면서 "같은 의료인의 한 사람으로서 의료인 여러분들의 깊은 이해를 구하며, 코로나19와 싸우며 헌신하고 계신 많은 의료인들의 명예에 누가 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면서 발언을 마무리했습니다.
정리해보면, '지금 개정안을 왜 밀어붙이나', '그럼에도 취지에는 찬성한다', '하지만 의사에 대한 과잉 제재는 없어야 한다'는 흐름입니다. A but B but C..안철수 의도는?
이같이 안 대표의 발언은 어제의 'A but B'에서 오늘은 'A but B but C'로 진화한 양상입니다.
결론적으로 현 의료법 개정안의 처리 시기는 물론 내용에도 동의하기 어렵다는 기존 입장을 돌려돌려 재확인한 것으로 해석하는 게 타당해 보입니다.
하지만 여론을 의식해 무작정 '반대한다'고 명확하게 말할 수도 없는 상황이 이같은 '오락가락' 화법을 나오게 한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시장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안 대표 입장에서는 국민 여론을 제쳐두고 마치 대한의사협회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느낌을 줄 수는 없었을 겁니다.
게다가 이번 의료법 개정안에는 같은 당 최연숙 의원이 발의한 법안 내용도 함께 포함돼 있습니다.
정부 여당이 밀어붙이고 의사협회의 반발을 사고 있는 법안을 전적으로 찬성할 수도, 그렇다고 국민 여론을 외면할 수도 없는 고민이 느껴지지만, 소신은 느껴지지 않은 안 대표의 이틀간 발언이었습니다.
정치
배주환
[국회M부스] "의료법 찬성? 반대?" 알쏭달쏭 안철수 화법 해부
[국회M부스] "의료법 찬성? 반대?" 알쏭달쏭 안철수 화법 해부
입력 2021-02-25 11:25 |
수정 2021-02-25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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