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0년 노태우 대통령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북한의 반발을 의식해 극비리에 추진됐고, 한·소 관계개선에 북한 김일성 주석이 직접 소련 측에 압력을 가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외교부는 '태백산'이라는 암호명 아래 두 달간 극비리에 추진된 한소 정상회담과 한소수교 등이 담긴 30년 경과 외교문서 33만쪽 분량을 원문해제 요약본과 함께 오늘 일반에 공개했습니다.
공개된 외교문서에 따르면, 김일성 주석은 1988년 12월 평양을 방문한 셰바르드나제 소련 외상에게 '소련이 헝가리식으로 한국과의 관계를 정상화하면 모스크바주재 대사관 이외 공식 사절단의 전원 철수'를 언급했습니다.
이같은 내용은 1989년 1월 한국을 방문한 미구엘 스테클로프 소련연방상의 고문이 코트라 측과 면담에서 밝혔습니다.
소련과의 수교를 추진하던 노태우 대통령은 1990년 5월 고르바쵸프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김일성이 우리와의 대화나 접촉을 거부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남북관계를 푸는 최상의 길은 고르바초프 대통령을 만나는 것"이라며 '미국에서 한소 정상회담 추진'을 지시했습니다.
이에 한소 당국은 정상회담을 불과 이틀 앞두고 '샌프란시스코 페어몬트 호텔에서 6월 4일'로 구체적 시각과 장소에 합의했는데, 한국 외무부는 "한소 정상회담 합의가 최종순간 극적으로 이루어졌고, 소련 측이 미소정상회담 종료 시까지 완벽한 보안을 요구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후에도 소련 측은 "북한이 무척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한국 측이 동 회담을 지나치게 홍보하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한국 측에 당부했습니다.
북한은 주소련 북한대사대리가 한소 정상회담 후 소련 외무성을 항의 방문해 "이 회담이 한반도에서의 사태를 악화시키고 남·북한 간 첨예한 대립을 조장시킬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외교문서 공개목록과 외교사료해제집 책자는 주요 연구기관·도서관에 배포되며 외교사료관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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