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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통방통] 이란, '한국 선박 왜 풀어줬나' 속내를 따져봤습니다.

[외통방통] 이란, '한국 선박 왜 풀어줬나' 속내를 따져봤습니다.
입력 2021-04-09 16:32 | 수정 2021-04-09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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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통방통] 이란, '한국 선박 왜 풀어줬나' 속내를 따져봤습니다.

    한국케미호(오늘) [외교부 제공]

    이란 정부에 억류돼 있던 한국 화학운반선 '한국케미'호와 나머지 선원들이 억류 95일만에 모두 석방됐습니다.

    한국케미호는 이란 우리 시간으로 오늘(9일) 오전 10시 20분쯤 이란 반다르 압바스 항 인근 라자이항에서 출발했습니다.

    배엔 선장을 포함한 우리 선원 5명과 미얀마인 5명, 인도네시아인 1명, 베트남인 2명이 타고 있으며, 건강은 모두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케미호는 원래 목적지였던 아랍에미리트의 푸자이라 항에 가서 선박 점검 등을 전체적으로 실시할 예정인데, 귀국 날짜 등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외통방통] 이란, '한국 선박 왜 풀어줬나' 속내를 따져봤습니다.

    사이드 하티브자데 이란 외무부 대변인

    '환경오염 혐의'에는 묵묵부답…"국내법적 절차 종료"

    이란 측은 억류해제와 관련해 별도의 입장을 내진 않았습니다.

    다만, 이란 외무부 사이드 하티브자데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지난 5일 기자회견에서 "모든 조사가 선장과 선박을 돕는 방향으로 진행됐다. 외무부가 선박에 대한 입장을 사법부에 보냈고, 사법부도 해당 사건에 대해 긍정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밝혀 억류 해제가 임박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한 바 있습니다.

    이란 측이 당초 선박억류 이유로 들었던 '환경오염'과 관련된 근거 등은 끝까지 제시되지 않았고, 사법절차 등도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선사와 이란 항만청과의 합의를 통해 이란 국내법적 절차가 종료됐다"고 밝혔는데요.

    한국케미호의 선박관리회사인 타이쿤쉽핑 측은 언론과의 통화에서 "현재까지 이란이 선박 억류 이유로 들었던 해양 환경오염 등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전해 들은 바가 없다"며 "향후 외교부와 이 부분에 대해 논의하고 선사 영업팀과 선박 억류에 따른 피해 정도 등도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선장과 선원들이 모두 무사하게 버텨줘서 고맙고, 민간 채널이 막힌 상황에서 선박 억류 해제에 힘써준 외교부와 해수부에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했습니다.
    [외통방통] 이란, '한국 선박 왜 풀어줬나' 속내를 따져봤습니다.

    나포 당시 이란항 향하는 한국케미호 [CCTV에 찍힌 모습]

    '동결자금 해결' 본게임은 '이란핵합의(JCPOA)'

    외교부 당국자는 선박억류 해제 배경과 관련해, 세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밝혔습니다.

    ①우리 정부가 긴밀한 외교 소통을 통해 선박과 선장의 억류 해제를 지속적으로 촉구해왔고 ②동결자금 문제 해결과 관련해 우리 정부의 진정성 있는 의지를 표명했으며 ③양국관계 증진과 복원에 대해 양국의 의견 합의가 이뤄졌다는 겁니다.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한국 내 기업은행과 우리은행에 묶여 있는 이란의 원유 대금 70억 달러 문제입니다.

    이란은 지속적으로 한국 측에 동결자금을 지불할 것을 요청해 왔고, 우리는 자금 해제의 결정권을 갖고 있는 미국 측과 협의해왔는데요. 특히 미국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자금 해제의 필요성을 미국 측에 강하게 요구해왔습니다.

    또 이란핵합의(JCPOA) 복원이 자금 해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JCPOA 협상을 중재한 유럽연합(EU)과도 긴밀히 협의를 해왔습니다.
    [외통방통] 이란, '한국 선박 왜 풀어줬나' 속내를 따져봤습니다.

    이란핵합의 당사국회의(현지시간 6일)

    그 결과 지난 6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JCPOA 당사국 회의에서, 미국은 이란이 농도 20%의 우라늄 농축을 중단하는 조건으로 동결자금 10억 달러의 해제를 제안했습니다.

    비록 이란 측이 미국의 제안을 그 자리에서 거부하긴 했지만, 첫 회의에서 동결자금 문제가 거론된 만큼 본격적인 논의는 이제부터 시작인 것으로 보입니다.

    이 밖에 동결 자금을 활용해 이란 측이 연체한 유엔 분담금 약 1천6백만 달러를 한국이 대납하는 방안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고, 지난해 4월 이후 인도적 교역을 통해 3천만 달러 상당의 의약품과 의료기기를 이란에 수출해 온 것도 동결자금 해제와 관련한 우리 정부의 의지를 알리는 계기가 됐다고 외교부는 설명했습니다.

    이와 더불어 곧 있을 것으로 알려진 정세균 국무총리의 이란 방문을 통해 양국 관계를 정상화하고 증진시키자는 의지를 강하게 보였고, 이에 대해 이란도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결론적으로, 원화자금을 해결하고자 하는 우리 정부의 노력과 의지를 이란 측이 이해하면서, 한-이란 관계 정상화에 양측이 합의한 것이 선박억류 해제로 이어졌다는 겁니다.

    특히 JCPOA라는 본게임이 시작되면서 미국과 담판을 앞두고 있는 이란 입장에서 국제사회의 비난을 감수하며 한국 선박을 억류하는 것이 득보다 실이 많다고 판단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애초에 한국에 있는 동결자금 해제의 열쇠를 미국이 가지고 있었는데, 이란이 미국과 협상을 시작하면서 굳이 애먼 한국과의 관계까지 나쁘게 가져갈 필요는 없다는 겁니다.

    더불어 한국 선박을 풀어주면서, 이란이 정상적인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JCPOA 복원에도 의지가 있다는 신호를 간접적으로 보내는 효과도 노린 것으로 해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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