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방부 조사본부가 공군 차원에서 진행된 초동 부실 수사 의혹 규명에 착수한 건 지난 1일.
23일이 흐른 오늘까지 사건 관련자 13명이 피의자로 형사 입건된 가운데 이 중 최초 수사를 담당한 '군사경찰'은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에 대해, 국방부 조사본부 고위 관계자는 "20비행단 군사경찰이 부실수사와 관련된 부분이 있다는 것은 확인이 되지만 입건 여부는 더 살펴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입건을 해야 될 정도의 부분이냐 등을 고민하고 있고, 수사심의위원회 의견을 들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외부 전문가와 유족측 법률대리인까지 참여하는 수심위 의견을 들어 결정하겠다는 조사본부의 입장이 얼핏보면 공정성을 기하겠다는 의도로도 읽힙니다.

[사진 제공:연합뉴스]
故 이 중사 유족측 법률대리인인 김정환 변호사는 MBC와의 통화에서 "조사본부가 초동 부실 수사 관련자들 입건 여부와 관련해 '검토중'이라는 말만 하고 있는 게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수사심위의 의견을 들어 결정하겠다는 입장에 대해서도 "조사본부가 수심위를 도피처로 생각하거나 아니면 책임회피용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군 법무관 출신 변호사들도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비판했습니다.
한 변호사는 "수심위에 안건을 상정할 때는 수사기관이 먼저 구속을 할지, 입건을 할지 등 입장을 정한 뒤, 위원들에게 왜 그렇게 해야하는지를 설명하고, 의견을 구하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게 일반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조사본부가 아무런 입장도 정하지 않은 채, 수심위에 모든 결정을 맡기겠다는 것은 수사를 할 의지도 없고, 수사 결과에 책임도 안 지겠다는 의도가 아니겠냐"고 반문했습니다.

실제로 공군 군사경찰의 부실 수사 정황은 이미 여러차례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상당 부분 알려졌습니다.
특히, 공군 20비행단 군사경찰의 경우, 피해자인 이 모 중사의 성추행 피해사건을 최초 수사한 조직으로, 초동 부실 수사 의혹의 핵심으로 지목됐습니다.
20비 경찰은 지난 3월 5일 피해자 조사를 진행 한 뒤, 12일이 더 지나서야 장 중사를 상대로 가해자 조사를 받았습니다.

고개 숙인 채 영장실질심사 출석하는 장모 중사 [국방부 제공]
증거 확보에는 아예 관심이 없었다는 정황도 여럿 확인됐습니다.
당장 증거인멸이 우려되는 상황인데도, 장 중사의 휴대전화를 곧바로 압수하기는 커녕, 임의 제출을 요구하지도 않았습니다.
성추행 당시 상황이 고스란히 녹화된 차량 블랙박스는 사건 발생 열흘이 지나 피해자가 직접 챙겨서 제출할 때까지 확보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이 중사가 성추행 피해 직후부터 회유·압박이 있었다고 여러차례 주장했지만, 2차 가해 여부에 대해선 아예 조사도 하지 않았습니다.
현재 국방부 차원의 공군 부실 수사 및 사건 축소·은폐 의혹 규명 수사는 두 갈래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국방부 검찰단은 20비 군 검찰과 공군 본부 법무실을, 국방부 조사본부는 20비 군사경찰과 공군본부 군사경찰단의 수사내역을 들여다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사본부가 입건한 피의자는 한 명도 없는 상황.
조사본부 관계자는 "수사가 부실한 것이 과연 직무유기 법리상 `고의성` 요건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아직 결정을 못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유족측은 조사본부의 수사 의지가 의심되는 만큼, 조간만 20비 군사경찰 관련자들에 대한 고소장을 조사본부가 아닌 검찰단에 제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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