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가 1980년 5월 27일 당시 광주시민들을 무력 진압하기 전날, 계엄군 투입 결정을 미국에 미리 알린 사실이 미 정부 문서를 통해 다시 확인됐습니다.
외교부는 지난 달 29일 한미 양자정책대화를 계기로 미국 정부로부터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된 비밀해제 문서 사본 21건을 전달받았습니다.
여기에는 1980년 5월 26일 윌리엄 글라이스틴 당시 주한 미국대사가 최광수 대통령 비서실장을 면담한 결과 내용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최 실장은 "계엄사령관을 포함한 다수의 군 지휘관들은 광주 상황이 더 악화하도록 둬서는 안 된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습니다.
최 실장은 또 "현장 지휘관인 소준열 중장에게 도시 재진입에 대한 재량권을 부여했으며, 그는 실제로 진입하기 전 서울에 통보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최 실장은 "민간인과 일부 간부들은 광주시민들에게 충분히 알리고 사전 통보한 이후 낮에 재진입하는 것을 선호했지만, 다른 이들은 이같은 방식이 저항 강도를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해, 군사행동은 사전 발표 없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이 계엄군의 재진입 결정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사실은 미 국무부가 1989년 광주특위에 보낸 답변서 등을 통해 이미 알려진 적이 있지만, 미국 정부 문서로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번에 공개된 문서에는 12·12 사태 직후인 1979년 12월 15일 글라이스틴 대사가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을 면담한 결과 등도 포함됐습니다.
면담에서 전두환은 12·12 사태에 대해 "박정희 대통령 암살사건 수사에 필요한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이 체포에 저항해 벌어진 일"이라며 "개인적 정치 야심은 없으며, 최규하 대통령의 자유화 정책을 지지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1980년 1월 17일 작성된 문서에는 당시 한국을 찾은 리처드 홀부르크 국무부 동아시아차관보가 최규하 대통령, 김영삼 신민당 총재, 김종필 민주공화당 총재 등을 면담한 내용도 담겼습니다.
이 문서들은 '5·18 민주화운동 기록관' 홈페이지에 공개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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