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의 '대장주'였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 입당에 거리를 두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사이,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입당 1호' 자리를 재빨리 꿰찼습니다.
최 전 원장은 "어제 국민의힘 권영세 대외협력위원장을 만난 뒤, 밤새 입당을 고민하면서 결정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는데요. 국민의힘은 당대표와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총출동해 최재형 평당원을 성대하게 환영했고, 일부 방송에선 '입당 환영식'까지 생중계하는 등 일단 흥행에는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 당사 방문 한시간만에 입당…중립성 논란에는 즉답 회피
최 전 원장의 입당은 감사원장 사퇴 17일 만에, 권영세 의원과의 회동 하루만에 이뤄진 일입니다.
또 국민의힘 당사를 직접 방문한지 한시간 만에 모바일 입당원서 제출까지 속전속결로 진행됐습니다.
현장을 지켜본 기자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는데요. 이준석 대표는 직접 국민의힘 뱃지를 최 전 원장에게 달아주며 "동지가 되신 것을 환영한다"고 응원했고, 김기현 원내대표도 "언행일치로 살아오신 분, 따뜻한 카리스마를 보여주셨던 분"이라며 극찬을 쏟아냈습니다.
하지만 감사원장의 중도사퇴와 야당 직행을 둘러싼 논란에는 최 전 원장의 입장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최 전 원장은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도 "국민들의 생각들이 있으시겠지만, 우리나라의 미래를 함께 설계해나가고 함께 만들어나가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말로 답을 피했습니다.
■ TK 출신 김재원, 비공개 최고위서 "호남 후보 영입하자"
'입당 1호'를 최재형 전 원장이 꿰차면서 다음 주자는 누가 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요. 오늘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선 이와 관련해 예상 밖의 발언이 나왔다고 합니다.
TK 출신인 김재원 최고위원이 "호남 출신의 장성민 전 의원을 영입하자"고 주장한 건데요. 김 최고위원은 MBC와의 통화에서 "장 전 의원의 국민의힘 입당은 득이 되면 득이 되지, 실이 될 건 없다"면서 "호남 출신이 국민의힘 경선에 참여한다면 그 자체로 큰 효과를 낼 것"이라고 발언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전 총장도 받아들이는 판에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면 누군들 못받아들이겠냐"며 "민주당 출신이라고 해서 무조건 거부감이 있는 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국민의힘의 한 핵심 관계자도 "최 전 원장의 입당에 이어, 다음 주에는 추가 영입 소식을 전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호남 출신 인사에 대한 삼고초려를 진행중"이라고 전했는데요. 국민의힘 대외협력위원장을 맡고 있는 권영세 의원도 MBC와의 통화에서 "정치권과 무관한 인물의 영입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야권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인사들 중에 2호, 3호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새 당명으로 "국민통합당?"…존재감 약해지는 안철수
당초 윤석열보다, 최재형보다, 장성민보다 더 일찍 국민의힘에 합류할 것으로 예상됐던 인물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였습니다.
하지만 서울시장 보궐선거 직전 조건없는 합당을 선언했던 것과 달리 안 대표의 국민의힘 합류는 석달째 지지부진한 상태입니다.
양 당의 합당 실무기구가 출범한 지도 벌써 한 달째, 하지만 양측은 회의만 거듭할 뿐 당명 변경을 놓고 여전히 줄다리기를 진행중입니다.
최근 국민의당은 '국민통합당'이라는 새 당명을 국민의힘에 제시했다가 거부당한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합당은 9부 능선을 넘었고 '당명 변경없는 합당'에 대한 안철수 대표의 결단만 남은 상태라고 합니다.
기대와 달리 합당이 늦어지자, 안 대표의 존재감도 점점 옅어지고 있습니다.
오늘 리얼미터가 발표한 안철수 대표의 지지율은 1.7%. 국민의당 지지율 6.6%에도 한참 못미치는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오늘 입당한 최재형 전 원장의 지지율 4.2%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준인데요. 지난해 말 안 대표의 지지율이 40%를 넘었던 것과 비교하면 허무할 정도입니다. (이번 조사의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2.2%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됩니다.)
이에 대해 리얼미터 배철호 수석전문위원은 "윤석열, 최재형 등 국민의힘 바깥 주자들이 순차적으로 등장하자 안 대표의 존재감이 미미해졌다"며, "지난 4.7 재보궐선거 때 밝혔던 국민의힘과의 합당 약속 등에 공격적 행보를 보이지 못한 것이 안 대표의 지지율 답보를 만든 요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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