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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M부스] "이부망천", "서울 천박"…윤석열이 소환한 정치인의 지역 비하

[국회M부스] "이부망천", "서울 천박"…윤석열이 소환한 정치인의 지역 비하
입력 2021-07-21 16:17 | 수정 2021-07-21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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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M부스] "이부망천", "서울 천박"…윤석열이 소환한 정치인의 지역 비하

    [사진 제공: 연합뉴스]

    "코로나가 초기에 대구에서 시작됐으니까 잡혔지. 만약 우리나라 사람이 그런 얘기 많이 해. 초기에 코로나 확산된 게 대구가 아니고 다른 지역이었다면 질서있는 처치나 진료가 안 되고 아마 민란부터 일어났을 거다. 하는 얘기를 할 정도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뜬금없는 이 발언이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대구 시민과 의료진을 치켜세우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지만, 역으로 해석하면 대구가 아닌 다른 지역 시민들은 코로나 확산에 질서없이 민란을 일으켰을 것이란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인데요.

    '민란이 일어났을 것이란 다른 지역'이 어디인지 윤 전 총장이 특정하진 않았지만, 이른바 '민란' 발언으로 지역 비하 논란이 일었습니다.

    윤 전 총장은 이렇게 해명했습니다.

    "그만큼 대구 시민들이 인내심이 강하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어렵다는 얘기를 잘 안 하는 성격이 있기 때문에 그 난리통에 그게 진정되지 않았나 생각하고 제가 그런 생각을 한 게 아니라 그런 얘기가 당시에 많을 정도로…"

    본인의 생각이 아니라, 들은 얘기를 전한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국회M부스] "이부망천", "서울 천박"…윤석열이 소환한 정치인의 지역 비하

    [사진 제공: 연합뉴스] 정태옥 전 의원

    ■지방선거 직전 터진 "이부망천" 폭탄…탈당과 컷오프, 낙선

    지방선거 6일 전이던 지난 2018년 6월 7일.

    당시 자유한국당 정태옥 대변인이 한 방송에 출연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살던 사람들이 이혼을 한 번 하거나 하면 부천에 가고, 부천에 갔다가 살기 어려워지면 인천 중구나 남구 이런 쪽으로 간다."

    인천과 부천의 경제 발전이 미흡한 점을 지적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었지만, 곧바로 인터넷과 SNS상에선 '이부망천'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졌고 지역 비하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선거를 앞두고 있던 예민한 시점.

    정 대변인의 갑작스러운 '이부망천' 발언에, 여야 할 것 없이 거센 비난을 쏟아냈습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경기지사 후보는 "이혼하면 부천에 온다는 경멸스러운 말은 국민을 지배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이라 말했고, 바른미래당 문병호 인천시장 후보도 "정 대변인의 발언이 인천시민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고 비난했습니다.

    자유한국당 내에서도 반발이 컸습니다.

    유정복 인천시장 후보는 “정태옥 의원은 이미 국민의 대표로서 자격을 상실한 만큼 의원직을 사퇴하고 정계를 떠나길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건데요.

    결국, 정 의원은 "상심이 크셨을 인천 시민과 부천 시민께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며 탈당했고,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미래통합당에 복당했지만, 공천을 받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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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제공: 연합뉴스] 이해찬 전 대표

    ■"부산 초라, 서울 천박" 이해찬 논란 자초…단순히 안타까움 표현?

    지역 비하 논란은 여당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지난 4.15 총선을 일주일여 남기고 있던 지난해 4월 6일,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부산을 찾아 이렇게 말했습니다.

    "부산에 올 때마다 많이 느끼는 건데 왜 이렇게 부산은 교통 체증이 많을까. 그리고 도시가 왜 이렇게 초라할까 그런 생각을 참 많이 했습니다."

    즉각 야당의 비난이 쏟아졌지만, 이 대표는 이로부터 석 달 뒤 이른바 '서울 천박' 발언으로 또다시 설화의 중심에 섰습니다.

    "서울 한강 배를 타고 지나가면 저기는 무슨 아파트, 한평에 얼마. 우리는 한강변 아파트만 들어서 이런 천박한 도시 만들면 안 되거든요."

    '부산 초라'에 이어 나온 이른바 '서울 천박' 발언.

    과거 '이부망천'으로 호되게 당했던 야당이 이번엔 집중포화를 퍼부었습니다.

    하태경 의원은 "이 대표의 '부산은 초라하고, 서울은 천박하다'는 '부초서천' 발언은 정치적 이득을 위해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참 나쁜 발언"이라고 비난했고,

    김은혜 당시 대변인도 "좁은 땅덩어리마저도 갈라치는 집권당 대표의 부끄러운 발언을 우리당이 대신 사과드리겠다"고 비꼬았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더불어민주당 공보국은 "앞뒤 문맥을 생략한 채 특정 발언만 문제 삼아 마치 서울을 폄훼하는 것처럼 보도한 것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반박했습니다.

    또 "서울이 집값 문제와 재산 가치로만 평가되는 현실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현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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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제공: 연합뉴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

    ■"예안 출신이라 기본이 안 돼 있다"…12일만에 머리 숙여 사과

    최근엔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이 이재명 경기지사를 비난하다 지역 비하 논란을 촉발했습니다.

    지난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지사가 안동이 아닌 예안 출신이라 기본이 안 돼 있다는 얘기를 하더라"고 전언의 형식으로 말했다가 예안 비하라는 지적에 직면한 건데요.

    특히 예안 유림들이 강력하게 반발했고, 결국 김 최고위원은 발언 12일 만에 예안 유림을 직접 찾아가 머리 숙여 사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인이 농담 삼아 한 얘기를 잘못 전달해 오해를 불렀다. 신중하지 못한 발언으로 어르신들께 불편을 끼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7월 17일,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

    선거철만 되면 정치인들이 잇따른 지역 비하 논란을 일으키자, 박상헌 정치평론가는 "정치인의 실력은 겉으로 나타나는 메시지로 판명될 수밖에 없다"며 "진의가 왜곡됐다는 등의 변명으로 남 탓을 한다는 자체가 자신의 한계를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윤 전 총장의 경우는 단순한 실언의 문제가 아니라 실언 이후 대처와 수습 과정도 문제"라면서 "들은 얘기를 전한 것이라고 넘길 게 아니라 본인의 의도가 그렇진 않았더라도 그렇게 들렸다면 사과나 유감 표명이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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