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제공: 연합뉴스]
지난 12일 조선중앙TV가 방영한 국방발전전람회 영상에 따르면 행사 개막식에서 애국가 연주를 지휘한 지휘자가 입은 흰색 티셔츠에 김 위원장 얼굴이 흑백으로 그려져 있었습니다.
북한에서 절대적으로 신성시하는 김 위원장의 얼굴이 옷에 그려진 것은 전례 없는 일입니다.
최고지도자는 신성불가침의 존재로 사람들이 입고 다니는 옷에 얼굴을 그리는 건 권위를 훼손하는 '불량한 태도'로 간주되기 때문입니다.
외국에서는 김 위원장 얼굴을 프린팅한 티셔츠를 판매하는 경우가 있지만, 북한 내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북한은 최고지도자 얼굴이 담긴 신문과 사진, 교과서, 책 등을 '1호 출판물'로 어떤 상황에서도 가장 먼저 챙기고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목숨을 버려서라도 최고지도자의 초상화를 보호해야 한다는 게 일반적입니다.
실제로 2003년 9살 소녀가 집에 불이 나자 불 속에 뛰어들어 김정일 국방위원장 초상화를 구하려다가 숨진 사건이 있었다고 북한 매체가 크게 홍보한 바 있습니다.
2013년 김 위원장의 성형 의혹이 나왔을 때 조선중앙통신이 그의 얼굴을 '존안'으로 지칭하며 "태양의 존안에 얼마나 위압되고 얼이 나갔으면 차마 상상할 수도 없는 수술 의혹설까지 꾸며냈겠는가"라고 반발한 적도 있습니다.
이랬던 북한이 김 위원장의 얼굴이 그려진 티셔츠를 내놓은 것은 서구를 따라 하는 맥락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미 지난해 인공기와 한반도기를 그린 티셔츠를 만들고, 주민들이 입고 다니는 사진을 홍보한 적이 있습니다.
국기를 의류에 그려 넣는 것은 주로 서구에서 있는 일이라 당시에도 주목받았습니다.
최고지도자 얼굴을 그린 티셔츠까지 등장한 건 지도자의 친근감, 친밀감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있지 않으냐는 분석이 나옵니다.
체 게바라가 북한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는 점에서 '김정은 티셔츠'에도 영감을 준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옵니다.
다만 옷은 세탁이 불가피하고, 세탁 과정에서 최고지도자 얼굴에 물과 세제가 묻게 돼 북한 시각에서는 '훼손'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 티셔츠가 널리 퍼질지는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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