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윤 상견례, 추-윤보다 나흘 빨랐다>
박범계 신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오늘(1일) 첫 만남을 가졌습니다.
박 장관 취임식이 오늘 오전 10시, 과천 정부청사에서 열렸는데, 윤 총장이 취임식 직전 법무부를 방문한 겁니다.
윤 총장은 법무부에 들어서며 만난 기자들에게 "축하 인사를 하러 왔다"고 했습니다.
만남을 마친 뒤에도 역시 "덕담을 나눴다"고 전했습니다.
자연스럽게 1년 전, 추미애 전 장관이 취임했을 때 윤 총장과의 상견례가 떠오르는데요.
일단 첫 만남의 시기부터가 훨씬 빨랐습니다.
박-윤의 오늘 첫 만남은 추-윤과 비교하면 나흘 더 빨랐습니다.
2020년 1월 3일 추 전 장관이 취임했고, 윤 총장은 나흘 뒤인 1월 7일 법무부를 찾아가 상견례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법무부의 외청장과 산하기관장들이 모두 모여 인사하는 형식이었는데, 추 전 장관과 윤 총장은 따로 자리를 만들어 참모들과 인사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인사를 한 바로 다음 날인 1월 8일부터 추 전 장관과 윤 총장 사이에 파열음이 일었습니다.
추 전 장관이 검찰 인사위원회를 불과 30분 앞두고, 윤 총장을 법무부로 호출한 겁니다.
인사에 대한 의견을 듣겠다는 명분이었지만, 윤 총장은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며 장관의 요청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바로 다음 날, 추 전 장관은 국회를 찾아가 윤 총장이 말을 듣지 않는다며 공개적으로 성토했습니다.
취임 채 일주일이 되지 않아, 또 두 사람이 상견례를 한 지 불과 이틀 만에, '추-윤'의 극한 대립이 막을 올렸던 겁니다.<상견례 시기도 빨랐고…분위기도 다르다?>
전임 장관과 '검찰 인사' 문제를 시작으로 거세게 충돌했던 만큼, 이번 박범계 장관의 검찰 인사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립니다.
박 장관과 윤 총장은 오늘 첫 만남에서 검찰 인사에 대한 이야기는 나누지 않았다고 합니다.
윤 총장이 박 장관에게 "추미애 전 장관의 최 측근으로 분류되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교체해 달라"고 요구했다는 일보 보도도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검찰 인사와 관련해 두 사람이 사전에 물밑 접촉을 했거나, 입장을 주고 받지 않았다는 겁니다.
박 장관은 취임 이전부터 검찰 인사에 대해선 법에 정해진 대로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겠다고 공언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지난주 금요일 인사 현안에 대해 보고를 받고, 주말 사이 인사 원칙을 세운 만큼 조만간 윤 총장을 만나겠다고 스케줄까지 밝혔습니다.
현재로선 작년의 '30분 전 일방통보' 같은 충돌 사태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추-윤과 다른 시작…'박-윤' 갈등은 없다?>
그렇다고 '박-윤 갈등'의 불씨가 아예 없다고 단언하긴 어렵습니다.
당장 박범계 장관의 취임사만 봐도, 곳곳에서 검찰을 향한 '뼈'가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박 장관은 취임사에서 "우리는 이제 막 국민의 명령인 검찰개혁을 위한 한 걸음을 내디뎠을 뿐"이라며 "권력기관 개혁 과제를 더욱 가다듬고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취임 전 '검찰 개혁의 마지막 구원투수'를 자처한 만큼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겁니다.
장관으로서 무거운 책임감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박 장관은 "검찰개혁을 위해선 공존의 정의가 중요하다"면서 "인권보호와 적법절차, 소통"을 강조했습니다.
'공존의 정의'는 박 장관이 청문회를 준비할 때도 언급했던 개념입니다.
당시 박 장관은 "검찰이 생각하는 정의와 일반 국민의 정의가 다르다"고 역시 검찰을 지적하면서 "공존의 정의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검찰이 수사를 할 때 국민 모두가 납득할 수 는 검찰권이 행사돼야 한다"면서 '절차적 정의'를 강조한 대목도 눈에 띕니다.
당장 김학의 전 법무차관에 대한 출국금지조치가 절차를 어겼다는 논란을 언급한 것인지 떠오르지만, 박 장관은 검찰 조직이 오랫동안 직면해왔던 비판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해석됩니다.
박 장관은 검찰의 수사권을 칼에 비유하면서 "검은 사람을 해치기도 하지만 사람을 살리기도 한다"고 취임사를 이어갔습니다.
"이젠 '모로 가도 서울로 가면 된다'는 식의 낡은 관념과도 작별해야 한다"면서 과거 별건수사나 검찰권 남용 등을 우회적으로 꼬집었습니다.<검찰 인사 논의…두번째 만남은 언제?>
당장 충돌 분위기는 아니지만, 검찰 개혁을 내건 장관과 개혁 대상인 검찰 수장 사이 갈등의 불씨가 완전히 꺼졌다고 보기도 어려워 보입니다.
두 사람의 첫 단추는 이번에도 검찰 인사입니다.
가장 먼저 부장검사 이상, 검사장, 고검장급 검사를 대상으로 한 고위 검찰 인사가 임박했습니다.
박범계 장관과 윤석열 총장이 내일 곧바로 만나 인사 얘기를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늦어도 이번 주를 넘기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해 오는 5일쯤 고위 검찰 인사가 단행될 거란 전망도 있습니다.
박 장관이 총장의 의견을 듣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강조해온 만큼 단순히 형식만 갖춘 면담이 아니라, 검찰총장의 의중도 어느 정도 반영하려면 시간이 걸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사의 최대 관심사는 이른바 '추미애 라인' 인사일 겁니다.
윤석열 총장의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의 '검언유착' 의혹 수사를 계속 붙들고 있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대표적입니다.
마찬가지로 대표적인 '윤석열 라인'인 한 검사장의 인사에도 관심이 높습니다.
높은 관심에 비해 인사 폭은 최소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추 전 장관이 취임 직후 윤 총장의 최측근을 좌천시키고 거의 6개월마다 간부들을 대거 교체했기 때문입니다.
윤석열 총장의 임기도 변수입니다.
오는 7월 윤 총장 임기 만료 이후 새 총장의 부임에 맞춰, 어차피 대규모 물갈이 인사가 불가피 한 겁니다.
'검찰개혁의 마지막 구원투수'를 자처한 박범계 장관의 취임 첫 날, 일단 추-윤과 시작은 달랐습니다.
박-윤의 두번째 만남에서 검찰 인사 논의가 어떻게 이뤄질지, 서초동의 눈과 귀가 쏠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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