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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자이미지 양소연

[서초동M본부] '성추행 교사' 14명이 교단 서는 학교… 끝나지 않은 '스쿨 미투'

[서초동M본부] '성추행 교사' 14명이 교단 서는 학교… 끝나지 않은 '스쿨 미투'
입력 2021-02-23 16:04 | 수정 2021-02-23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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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초동M본부] '성추행 교사' 14명이 교단 서는 학교… 끝나지 않은 '스쿨 미투'
    # 'Me, too'… 터져 나온 학생들의 폭로

    2018년 4월 6일. 서울 용화여고 4층 3학년 교실 창문에 나타난 영문 'With you'.

    '스쿨 미투'의 첫 시작은 '당신과 함께 하겠다'는 연대의 표현이었습니다.

    한 달 앞서, 이 학교 졸업생 5명이 재학 시절 교사들로부터 당한 성추행 피해를 폭로한 뒤였습니다.

    곧 'Me, too(나도 고발한다)', '지켜 줄게'와 같은 문구가 다른 층 창문에 연이어 나타났습니다.

    졸업 후 학교를 떠났던 선배들의 폭로에, 학교에 남아있는 후배들이 또 다른 폭로로 연대한 겁니다.

    이로써 오랫동안 은밀하게 이어져 왔던 학내 성폭력의 실체가 드러났습니다.

    학생들에게 가장 안전한 울타리였어야 할 학교에서 오히려 차별과 혐오, 폭력이 일상처럼 벌어졌고 더구나 그 가해자가 교사라는 사실에 많은 사람들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학내 성폭력은 용화여고만의 문제가 아니었고, 이른바 '스쿨 미투'는 전국으로 퍼져나갔습니다.
    [서초동M본부] '성추행 교사' 14명이 교단 서는 학교… 끝나지 않은 '스쿨 미투'
    # 고작 '1명'만 법정에… 3년 만의 판결

    이후 3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습니다.

    지난 19일, 가해교사 중 유일하게 재판에 넘겨진 전직 국어교사 주 모 씨에게 1심 법원은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에서 구속했습니다.

    또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과 장애인 복지시설 등에 5년 간 취업하지 말 것을 명령했습니다.

    재판부는 주 씨가 교육자로서의 지위를 망각하고 범행을 저질러 놓고도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꾸짖었습니다.

    [서울북부지법, 교사 주 모 씨 1심 판결(2021년 2월 19일)]
    "피고인은 교육자로서 학생을 지도하고 보호해야 할 지위에 있음에도 10여 차례에 걸쳐 반복적으로 추행했다. (중략)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성하지 않고 있고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학생들은 지난 3년 동안 경찰과 검찰은 물론, 법정까지 불려다니며 성추행 피해를 드러내야 했습니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들을 억지로 떠올려 가며 반복적으로 털어놓아야 했는데, 재판부는 이 피해 진술이 상당히 믿을 만하다고 인정했습니다.

    [서울북부지법, 교사 주 모 씨 1심 판결(2021년 2월 19일)]
    "피해 진술은 본질적인 중요한 부분에 있어서는 수사기관에서부터 법정에까지 일관되고, 당시 상황에 관한 묘사가 구체적이고 분명하다"


    범행 일시나 정황 등과 관련한 진술 가운데 불명확한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이는 오히려 범행이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일어났기 때문이라고 판시했습니다.

    범행이 오죽 되풀이됐으면, 일일이 기억을 못 할 정도냐는 겁니다.
    [서초동M본부] '성추행 교사' 14명이 교단 서는 학교… 끝나지 않은 '스쿨 미투'
    # 나머지 '가해 교사'들은 어떻게 됐을까

    '스쿨 미투' 당시 용화여고 졸업생들이 직접 실시한 '용화여고 성폭력 실태 설문조사'에서는 100명의 응답자 가운데 무려 42명이 성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했습니다.

    수백 건의 성폭력 제보도 쏟아졌습니다.

    교육청은 뒤늦게 특별감사에 착수했고, 이를 토대로 성폭력 문제에 연루된 교사 18명을 징계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파면 1명, 해임 1명, 계약 해지 1명, 세 명의 교사만 학교를 떠났고 나머지 15명은 비교적 가벼운 징계를 받고 학교에 그대로 남았습니다.

    그리고 학교를 떠난 3명 가운데도 법의 심판을 받은 것은 주 씨 뿐이었습니다.

    그나마 주 씨를 피고인석에 세우는 것도 처음엔 쉽지 않았습니다.

    10대 학생들의 '나도 고발한다'는 외침이 2018년 봄을 뒤흔들었지만, 계절이 두 번 바뀐 뒤 그 해가 끝나갈 무렵, 검찰은 주 씨를 재판에 넘기지 않겠다고 결론냈습니다.

    '스쿨 미투' 당시 진행된 조사에서, 모두 186명의 학생들이 주 씨를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했는데도, 검찰은 증거가 없다고 했습니다.

    '스쿨 미투' 참여자와 여성단체들은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강하게 항의하면서 수사를 다시 하라고 재진정을 했습니다.

    결국 재수사가 이뤄졌고 1년을 훌쩍 넘겨 첫 '스쿨 미투' 2년여 만인 작년 5월에야 주 씨 1명만이 겨우 재판에 넘겨진 겁니다.

    다른 가해 교사들의 경우, 대부분 미성년 재학생인 피해자들의 진술이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못해 법적 처벌에는 한계가 있었던 걸로 전해집니다.
    [서초동M본부] '성추행 교사' 14명이 교단 서는 학교… 끝나지 않은 '스쿨 미투'
    # 여전히 교단에 서는 '가해 교사' 14명

    지난 19일 주 씨의 선고 공판에는 3년 동안 용화여고 '스쿨 미투' 참여자들을 지원해왔던 여성단체 관계자들도 함께 했습니다.

    이들은 교사가 학생 여러 명을 오랫동안 성추행한 죄질에 비해 처벌이 약하다고 비판하면서 이번 판결로 '스쿨 미투'로 드러난 성폭력 단죄가 끝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다슬 한국여성의전화 정책팀장 / 선고 직후]
    "단순히 용화여고 '스쿨 미투' 가해자 한 명에 대한 결과로 그쳐서는 안 됩니다. 이번 재판을 시작으로 다른 '스쿨 미투' 가해자들에게도 합당한 처벌이 이뤄져야 합니다."


    당초 주 씨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던 검찰도 항소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주 씨를 고발했던 '스쿨미투' 참여자인 졸업생은 당분간은 법원에 오지 않아도 되겠다며, 선고 직후 옅은 미소를 보여습니다.

    그리고 아직 학교에 남아있는 후배들에게 미안하고 고맙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용화여고 '스쿨 미투' 참여자 / 선고 직후]
    "용화여고를 생각하면, ('스쿨 미투'로) 시끌벅적해진 학교 현장에서 공부해야 했던 당시의 재학생들에게 미안하고 그들이 우리의 시작에 동조해주었던 것에 감사하다."


    용화여고 스쿨미투 이후 3년.

    징계 이후, 정년 퇴직해 학교를 떠난 교사 1명을 제외한 14명의 교사들은 여전히 교단에 올라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3년 전 '스쿨미투' 당시 폭로가 나왔던 다른 학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일 겁니다. 상처를 입 밖에 내지 못한 채 마음 아파하는 누군가들도 여전히 있을 겁니다

    안전한 학교를 만들기 위한 '스쿨 미투'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3년 전 용화여고 4층 3학년 교실 창문에 학생들이 새긴 문구를 다시 한번 생각해봅니다. "with you… 당신과 함께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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