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사회
기자이미지 곽동건

[서초동M본부] 대한변협은 왜 '밥그릇 지키기' 비판에 직면했을까?

[서초동M본부] 대한변협은 왜 '밥그릇 지키기' 비판에 직면했을까?
입력 2021-05-21 11:41 | 수정 2021-05-21 11:41
재생목록
    [서초동M본부] 대한변협은 왜 '밥그릇 지키기' 비판에 직면했을까?

    [사진 제공: 연합뉴스]

    #. 2021년 한국에서 '변호사'가 되는 방법

    변호사들이 달고 다니는 황금색 배지를 보신 적 있으신가요?

    금색 테를 두른 무궁화 형태 가운데 '정의'를 상징하는 저울이 그려진 모양이죠.

    인기리에 방영된 여러 법정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도 단골 소품으로 등장하곤 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현실에선 이 배지를 보는 일이 그리 쉽지만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간단히 말해서, 아무나 달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배지가 공식적으로 어떤 '자격증'이나 '증명서'같은 효력을 갖고 있는 건 아니지만요.

    일단 이걸 받기 위해서는 공식적으로 '변호사' 자격을 획득해야만 합니다.

    이 변호사 자격을 관리하는 주체는 바로 '국가'인데요.

    만약, 법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법률 상담을 하거나, 소송을 대리하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될 수 있겠죠.

    이 때문에 국가는 '최소한 이 정도 지식과 전문성을 갖춰야 국민에게 법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기준을 만들어왔습니다.

    그리고 그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사람들이 '변호사 노릇'을 하면 형사 처벌까지 하고 있죠.

    과거에는 오랜 기간 변호사 자격 기준을 충족하는지 판단하는 절차가 바로 '사법고시'라고도 불렸던, '사법시험'이었고요.

    지금은 '로스쿨', 그러니까 법학전문대학원 졸업자들이 응시하는 '변호사 시험'을 통해서만 변호사들이 배출됩니다.

    '사법시험' 시절엔 합격자들을 '사법연수원'에 모아놓고 국가 예산을 투입해 일정 기간 교육을 받도록 했죠.

    아무래도, 그동안 시험공부만 했던 합격자들이 곧바로 실무에 투입되면 시행착오가 생길 수 있으니, 추가 연수까지 마친 뒤에 사회로 내보내기 위한 제도였습니다.

    그러나 다른 공인 자격과 다르게 '왜 변호사만 나랏돈을 들여 교육하냐'는 의문도 자연스럽게 생기겠죠.

    이 같은 이유 등으로 로스쿨 도입 이후에는 변호사 시험 합격자들이 '각자 알아서' 6개월간 실무 수습이나 연수를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보통은 로펌이나 법률사무소, 공공기관 등에서 취업을 전제로 실무 수습을 받기도 하고요.

    수습 자리를 못 구했거나, 다니던 기관에서 문제가 생겨 퇴사해야 하는 경우엔 변호사협회 연수를 들으면 됩니다.

    만약 이 의무 기간을 채우지 못하면 말 그대로 '이름만 변호사'인 셈이라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습니다.

    사건 수임, 사무실 개업 모두 불가능하고, 법원에 서류조차 제출할 수 없는 겁니다.

    #. 법정 변호사 단체 '대한변협'에 무슨 일이?

    앞서 설명드린 것처럼 대한변협에서 주관하는 '합격자 연수'는 그래서 무척 중요합니다.
    [서초동M본부] 대한변협은 왜 '밥그릇 지키기' 비판에 직면했을까?
    매년 1천 6백명에서 1천 7백명 가량 변호사 시험 합격자가 배출되는데, 로펌이나 공공기관 등 실무수습이 가능한 전국의 2천9백여 곳 '법률사무종사기관'에서 매년 뽑는 수습은 1천명 남짓에 그치기 때문입니다.

    결국 어떻게든 매년 대략 7백명 가까이는 곧바로 취업하긴 어렵다는 거죠.

    그래서 당장 수습 자리가 정해지지 않은 많은 합격자들은 유일한 선택지인 변협 연수를 들으면서 구직을 병행하게 됩니다.

    최근 2년간 변협에 연수를 신청한 합격자 수가 지난해 789명, 재작년 738명으로 7백 명을 훌쩍 넘긴 이유입니다.

    다만, 연수 도중 취업한 합격자들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이 연수에 남아 있는 인원은 거의 절반 가량으로 줄어들곤 합니다.

    그런데 올해는 이 변협 연수에서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그동안 정원 없이 신청자 전원을 받아주던 변호사협회가, 올해는 연수 인원을 딱 200명만 받겠다고 나섰기 때문입니다.

    결국 지원자 가운데 345명은 추첨에서 탈락해 변협 연수를 들을 수가 없게 됐습니다.

    이들은 당장 실무수습도, 연수도 받지 못하게 됐고, 결국 남들은 다 정식 변호사 자격을 얻게 되는 6개월 뒤에도 사실상 변호사 일을 할 수 없는 처지가 된 건데요.

    이 때문에 서초동에선 올해 변협이 이처럼 연수 인원을 갑자기 제한한 이유가 뭔지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죠.

    사상 처음으로 연수 인원을 제한한 이유, 변협이 공식적으로 내세운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연수 내실화'입니다.

    그동안 합격자들을 가르칠 5년 경력 이상의 변호사들인 '지도감독관'이 부족해 연수가 부실하게 진행됐다는 겁니다.

    따라서 부실한 연수를 받은 변호사를 배출하기보다는, 소수라도 확실히 교육받은 변호사들을 배출하는 게 낫다는 것이죠.

    실제로 그동안 연수가 부실했다면, 법률 소비자들에게 그 피해가 돌아가는 것이니 공익적 차원에서 어쩔 수 없는 결정이라고 변협은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예산 부족'입니다.

    과거엔 변호사 시험 합격자 연수에 국가 예산이 일부 투입됐는데, 재작년 이후로 이 예산이 완전히 삭감돼서 당장 연수를 운영할 돈이 모자라다는 겁니다.

    결국 인력과 예산 부족으로 이같은 연수 인원 제한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건데, 일리가 있어 보이기도 합니다.
    [서초동M본부] 대한변협은 왜 '밥그릇 지키기' 비판에 직면했을까?
    #. '초유의 연수 제한'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그러나 곧바로 법조계에서는 이같은 변협의 공식적인 해명이 '핑계'일 뿐이라는 지적도 쏟아졌습니다.

    왜냐면, 앞서 연수 제한을 발표하기까지 법무부와 변협이 '변호사 시험 합격자 수'를 놓고 갈등을 벌였던 맥락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변협은 '변호사가 이미 너무 많다'며 '변호사 시험 합격자 수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정년이 따로 없는 변호사 직역의 특성상 시장에서 빠져나가는 변호사는 너무 적은데, 매년 너무 많은 신입 변호사들이 배출된 탓에 기존 변호사들이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겁니다.

    따라서 변협은 올해 변호사 시험 합격자 수를 지난해보다 500명 이상 줄여서 1천 2백 명만 합격시켜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반면, 법무부와 로스쿨협의회 쪽 얘기는 정 반대인데요.

    애초에 사법시험을 폐지하고, 로스쿨 제도를 도입한 취지 자체가 시장에 다양한 능력을 갖춘 변호사들을 많이 내놓기 위해서라는 건데요.

    우리 사회 곳곳에서 좀 더 많은 변호사들이 활동하게 하고, 법률소비자인 국민들이 더욱 쉽게 변호사를 만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죠.

    말 그대로 변호사가 더 늘어나야 법률 서비스의 문턱이 낮아진다는 겁니다.

    이렇게 양측이 양보 없이 부딪치면서 매년 변호사 시험 합격자 수 결정 과정에서 격한 갈등이 벌어지곤 했는데요.

    그러나 올해도 변협의 '합격자 1천2백명' 요구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합격자 수는 1천706명으로 공식 결정됐습니다.

    #. '변호사 수' 놓고 줄다리기…결국 강경책?

    결국 변호사 시험 합격자 수 줄이기에 실패하자, 변협은 '연수 제한'이라는 강경책을 꺼내 들었습니다.

    이런 맥락을 놓고 살펴볼 때 변협의 이번 '연수 제한' 조치에는 공식적인 이유말고 '진짜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죠.

    게다가 직전까지 연수를 담당했던 변협 전직 임원들조차 "변협이 내세우는 '인력과 예산 부족'은 핑계일 뿐"이라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변협의 주장과 달리 지난해 합격자 연수에선 오히려 지도감독관이 남아서 합격자를 배정하지 못한 경우까지 있었다는 겁니다.

    또한, 정부 보조금이 사라졌다곤 하지만 이미 합격자들에게 '연수비' 명목으로 100만 원이 넘는 돈을 걷고 있는 만큼, 합격자들이 자비로 부담하는 돈만 가지고도 6개월 연수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쯤 되면 왜 이렇게 변호사들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지 짐작할 수 있겠죠.

    결국 변호사협회가 초유의 연수 제한에 나서게 된 진짜 이유는 변호사 수를 줄이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겁니다.

    변협이 회원들 중에 가장 힘없고, 목소리 내기 힘든 신입 변호사들을 볼모로 잡는 모양새로 보인다는 거죠.
    [서초동M본부] 대한변협은 왜 '밥그릇 지키기' 비판에 직면했을까?
    #. "사다리 걷어차기" 말도 못 꺼내는 합격자들

    이번에 관련 취재를 하면서, 저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이번 사태의 최대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올해 변호사 시험 합격자들, 그 가운데서도 매년 당연히 받을 수 있었던 변협 연수 추첨에서 떨어지면서 오갈 데 없는 처지가 된 분들을 만나보려 했죠.

    그런데 시작부터 쉽지가 않았습니다.

    어렵사리 연수 탈락자 서너명과 전화 통화를 할 수 있었는데요.

    하나같이 "부당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취재에 응하거나, 인터뷰를 할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앞으로 업계에서 계속 일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 혹시나 선배들에게 밉보일까 두렵다는 겁니다.

    그만큼, 변호사 업계의 동료의식이라는 것이 무척 강하고, 이른바 '주류'의 정서에서 벗어나는 목소리를 내는 게 부담스러운 일이라는 뜻이겠죠.

    결국 확실한 익명이 보장되는 인터뷰 방식을 제안한 끝에서야 이들의 이야기를 겨우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저희가 만난 합격자들은 이건 '사다리 걷어차기'와 다름 없다며 선배 변호사들에 대한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특히 올해 새롭게 구성된 변협의 집행부 가운데 로스쿨 1,2기 선배들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데, 이들이 이같은 조치를 결정한 것 자체를 이해할 수가 없다는 겁니다.

    로스쿨이 도입되고 첫 세대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은 변호사 시험 합격자 수가 한창 논의되던 2010년 당시에 집단 행동에까지 나섰습니다.

    '변호사 시험 합격자 수를 대폭 늘려야 한다'며 일괄 자퇴서를 걷고, 전체 학생 4천명 가운데 3천명 이상이 정부청사 앞에 모여 집회를 열기도 했죠.

    그런데 이런 선배들이 변호사가 먼저 되더니, 로스쿨 후배들의 진로를 마치 협상 카드처럼 쓰는 모습에 충격이 컸다고 합니다.


    [올해 변호사 시험 합격자]
    "로스쿨 제도로 가장 큰 수혜를 받은 사람들이 정작 자신들이 기득권을 갖게 되면서 '사다리 걷어차기'를 하고 있는 이 현실이 전혀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고…"


    #. "변협의 '공적 책임과 권한'…균형 잃었다"

    사실 대한변협은 변호사 회원들의 이익을 대표하는 이익 단체인 동시에, 공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법정 단체'이기도 합니다.

    당장 변호사법에서도 변호사 직군의 '공공성'을 가장 먼저 분명히 밝히고 있고요.


    [변호사법 제1조 1항]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한다."


    변협 역시 공식적으로 이 같은 사명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특히 법률에는 대한변협이 국내 변호사를 대표하는 유일한 단체로 명시돼 있고, 변협이 갖고 있는 각종 권한들도 적지 않습니다.

    일단 한국에서 변호사로 일하려면 변협의 등록심사를 거쳐야만 하고요.

    변호사가 잘못을 저질렀을 때 징계할 수 있는 '징계권'도 변협에 위임돼 있습니다.

    법무사는 지방법원장이, 변리사는 특허청장이 징계권을 갖고 있는데, 변협은 회원 징계를 스스로 정하는 거죠.

    이를 이용해 변협은 최근 이른바 '법률 플랫폼' 가입 변호사들을 징계하겠다는 방침까지 내놓고 있죠.

    일정 금액을 내면 이런 플랫폼에서 변호사들의 광고를 대신 해주고 있는데, 이게 사실상 불법적인 사건 중개 브로커 노릇을 하는 것이라며 변호사들의 이용을 금지시킨 겁니다.

    지금은 그렇지 않더라도 나중에는 거대 자본에 법률 시장이 장악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는데요.

    당장 법률 플랫폼 서비스의 불법성 여부도 가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변협이 업계 이익을 위해 징계권을 남용하고 있다는 지적마저 제기됐습니다.

    게다가 변협회장은 검찰총장, 대법관, 헌법재판소장, 공수처장 등 법조계 각종 요직 임명에 추천권까지 행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변협이 벌이는 일들을 보면 '권한과 책임'이라는 두 축의 균형이 무너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서초동M본부] 대한변협은 왜 '밥그릇 지키기' 비판에 직면했을까?
    #. 변호사들도 부끄럽다는데…변협은 여전히 "강경"

    특히 변협 소속인 변호사들마저 이같은 변협의 최근 행보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데요.

    아무리 목적이 정당하더라도 그 수단이 부적절하다면 국민들의 공감을 얻을 수 없고, 오히려 부작용만 커질 수도 있다는 겁니다.


    [류하경/민변 사무차장]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이라는 로스쿨 제도를 망가뜨리면서까지 이렇게 우리 이익을 추구해야 되겠느냐, 신입 변호사들에게만 고통을 주면서 우리 이익을 이렇게 추구하는게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할 것이냐."


    지난 17일 '뉴스데스크'에서 관련 보도가 나간 뒤에 여러 변호사들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내부에서도 이 같은 변협 집행부의 강경 행보에 문제 의식을 느끼는 변호사들이 많이 있다며, 이번 보도를 보고 부끄러움과 고마움을 느꼈다는 겁니다.

    반면 변협 집행부들의 생각은 여전히 강경하기만 한 것 같습니다.

    변협은 로스쿨에서 자퇴한 학생들로 생기는 결원만큼 이듬해 신입생을 더 뽑을 수 있게 한 법률이 잘못됐다며, 최근 헌법소원도 냈습니다.

    "로스쿨 결원을 보충하게 한 제도로 신규 변호사가 늘어나 법률시장 황폐화를 가속하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게다가 이번 저희 취재에 응해줬던 변호사들에겐 변호사 커뮤니티 내부에서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는 소식마저 들려오고 있습니다.

    변호사 수 줄이기에 골몰하는 모양새인 대한변협이 앞으로 또 어떤 과격한 행보를 보일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 겁니다.

    변협 집행부가 계속해서 지금처럼 이권 단체처럼 행동한다면 법률 소비자인 국민들의 공익도 침해될 수 있는 만큼, 앞으로도 관련 문제를 꾸준히 따져볼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서초동M본부] 대한변협은 왜 '밥그릇 지키기' 비판에 직면했을까?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