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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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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M본부] 곳곳에서 물 새는 공수처법…'산파'역 했던 여권은 나몰라라?

[서초동M본부] 곳곳에서 물 새는 공수처법…'산파'역 했던 여권은 나몰라라?
입력 2021-05-31 16:36 | 수정 2021-07-16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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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초동M본부] 곳곳에서 물 새는 공수처법…'산파'역 했던 여권은 나몰라라?

    자료 제공: 연합뉴스

    # 우여곡절 끝 '1호 사건'…또 다시 논란

    지난 10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특별채용 의혹'을 이른바 '1호 사건'으로 수사한다고 밝혔습니다.

    출범 넉 달여 만의 첫 수사. 하지만 수사를 시작하자마자 또 다시 논란에 휘말렸습니다 지난 18일, 공수처가 서울시교육청을 압수수색하며 첫 강제수사에 나섰는데, 이 압수수색이 '위법하다'는 지적이 나온 겁니다.

    정확하게는 공수처 검사가 '직접' 법원에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한 것이 법에 어긋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검찰 출신인 이완규 변호사는 자신의 SNS에 "공수처 검사는 이 사건에서 영장을 청구할 권한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가 수사를 한 뒤 직접 재판에 넘길 수 있는 대상은 검사와 판사, 경무관급 이상 고위 경찰 뿐입니다.

    따라서 공수처가 조희연 교육감에 대해서 수사할 수는 있어도, 조 교육감을 재판에 넘길 권한은 없다는 게 압수수색이 위법하다는 근거였습니다.

    우리 헌법은 체포, 구속, 압수수색을 위한 영장을 청구할 수 있는 사람을 검사로 제한하고 있는데, "검사와 검사가 아닌 수사기관을 구분하는 핵심이 기소권"이라는 겁니다.
    [서초동M본부] 곳곳에서 물 새는 공수처법…'산파'역 했던 여권은 나몰라라?

    출처: 연합뉴스

    # 공수처 첫 압수수색은 위법?! 전문가들은?

    여러 전문가에게 이 지적에 대해 물어봤는데, 의견은 분분했습니다.

    한 지방법원 판사는, 법원이 이미 공수처 검사가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을 내줬다는 점에서 '법원은 공수처 검사의 영장 청구를 위법하지 않다고 본 것 아니겠느냐'고 풀이했습니다.

    이 논란과 관련해서는 헌법재판소가 이미 한 차례 정리를 했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옛 미래통합당 등이 공수처는 삼권분립의 원칙을 어긴 초헌법적 기관이라며 낸 헌법소원에 대해, 지난 1월 28일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였습니다.

    당시 헌재는 "헌법에 규정된 영장신청권자로서의 검사는 검찰청법상 검사만 지칭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명시했습니다.(2020헌마264, 681 결정 / 2021. 1. 28)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이자 수사 단계에서 인권옹호기관으로서, 그에 부합하는 직무를 수행하는 자를 의미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헌재의 이 결정을 '공수처에 기소권이 없는 사건을 수사하는 경우'에도 적용할 수 있는지는 여전히 의견이 갈립니다.

    # 압수수색만 문제? 앞으로도 첩첩산중

    출범 초부터 각종 권한 논쟁에 휘말린 공수처, 압수수색을 둘러싼 논란에 그치지 않습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도 곳곳에서 이런 시비가 수사의 단계마다 반복될 수 있다는 겁니다.

    검사가 청구할 수 있도록 명시된 또 다른 영장, 구속영장도 마찬가지입니다.

    공수처가 당장 누군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더 큰 논란이 불거질 수 밖에 없습니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경찰 수사 단계에서 최대 10일, 검찰 수사 단계에서 최대 20일까지 피의자를 구속해 수사할 수 있습니다.

    만약 공수처가 기소 권한이 없는 사건을 수사할 때도 구속영장을 청구할 권한이 있는지, 압수수색 영장과 같은 지적이 나올 수 있습니다.

    검찰과 똑같이 20일의 구속 기간을 인정해 준다면, 공수처가 수사를 끝낸 뒤 검찰에 기소하라고 사건을 넘겼을 때, 검찰이 추가 구속을 할 수 있을 지를 놓고 당장 혼란이 불가피합니다.

    인신의 구속 여부, 아주 기초적인 기본권이 과도하게 제한될 수 있기 때문에, 압수수색 때보다도 더 큰 논란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서초동M본부] 곳곳에서 물 새는 공수처법…'산파'역 했던 여권은 나몰라라?

    연합뉴스TV 제공

    #공-검 갈등의 촉발 '유보부 이첩'…헌재는?

    최근, 공수처를 둘러싼 헌법재판소의 또다른 결정이 나왔습니다.

    사건은 지난 3월로 거슬러 갑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을 수사하던 검찰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이규원 검사 혐의를 분리해 공수처에 넘겼습니다.

    아직 수사 인력을 뽑지도 못했던 공수처는 이 사건을 검찰로 되돌려 보냈습니다.

    이 때 조건을 하나 달았습니다.

    검찰이 사건 수사는 하되, 재판에 넘길지 결정은 공수처에서 하겠다고 요청한 것입니다.

    이른바 '공소 유보부 이첩'이었습니다.

    이에 검찰 내부와 법조계 일각에서는 '사건의 권한 일부를 제외하고 이첩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 터져나왔습니다.
    [서초동M본부] 곳곳에서 물 새는 공수처법…'산파'역 했던 여권은 나몰라라?
    [정웅석/서경대 교수 (MBC 인터뷰)]
    "그 논리라면, 수사권도 피의자 신문, 참고인 조사 권한이거든요. 그럼 (공수처가) 경찰이나 검찰에 '참고인 조사만 해라', '피의자 신문만 해라' 이런 식으로 일부만 보낼 수 있다는 논리가 되거든요."


    결국, 검찰은 독자적 판단으로 이규원 검사를 재판에 넘긴 뒤, 공수처에는 결과만 통보했습니다.

    공수처도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그로부터 한 달 뒤, 공수처는 사건 접수와 수사 처리 등에 대한 규칙을 담은 '사건사무규칙'을 마련했는데, 여기에 '유보부 이첩'을 명문화 했습니다.

    대검찰청은 즉각 반발했습니다.

    "법적 근거 없이 새로운 형사절차를 창설하는 것으로 적법 절차 원칙에 위배될 우려가 있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이렇게 공수처와 검찰의 평행선 대립이 계속되는 사이, '김학의 불법 출금' 의혹 수사를 받는 이규원 검사도 논쟁에 뛰어들었습니다.

    공수처가 '사건사무규칙'을 마련하기에 앞서 이 검사는, 검찰이 공수처를 무시한 채 기소를 강행해 자신의 기본권이 침해당했다며 헌법소원을 냈습니다.

    헌재는 '검찰의 기소가 적법한지 여부는 재판을 통해 판단할 문제이며 헌법소원 심판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2021헌마453 / 2021. 5. 25)

    이른바 '유보부 이첩'에 대한 판단이 이규원 검사 사건 담당 재판부에게로 넘어가면서, 사건 이첩을 둘러싸고 공-검이 앞으로도 거듭 충돌할 가능성은 여전합니다.

    #검찰도 '이첩 규정' 만들었다

    앞서 말씀드린 공수처의 '사건사무규칙' 공방이 잦아 들자, 이번엔 대검의 예규가 또 파열음을 내고 있습니다.

    공수처 출범 직후인 지난 2월, 대검은 이미 사건 이첩 기준과 절차가 명시된 예규를 만들었습니다.

    향후 공수처와의 사건 관련 권한 다툼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검찰이 발빠르게 공수처법의 허점을 파고 든 겁니다.

    특히 고위공직자범죄 가운데 '다른 수사기관에 이첩해서는 안 되는 사건'을 명문화하고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하기 전인 조사·진정 사건 가운데, 검사가 직접 수사할 수 있거나 입건하지 않고 종결하는 경우는 공수처에 넘기지 않아도 된다는 겁니다.

    또 이첩하더라도 다른 수사기관에서 입건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이첩하지 않는다고 명시했습니다.

    검찰이 수리한 지 일정 시간이 경과한 조사·진정 사건도 대상에 포함됩니다.

    더구나 검사의 고위공직자범죄 등에 관한 진정 사건 역시 보내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검찰이 먼저 파악한 고위공직자범죄 사건에 대해서는 이첩 여부를 검찰이 판단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보기에 따라서는 공수처의 출범 취지를 정면으로 부정하려 하거나, 검사 비위를 둘러싼 '제식구 감싸기'를 계속하겠다는 뜻으로 비칠 수도 있는 모양새입니다.

    공수처법은 '다른 수사기관이 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고위공직자범죄 등을 인지한 경우 즉시 통보'하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서초동M본부] 곳곳에서 물 새는 공수처법…'산파'역 했던 여권은 나몰라라?

    자료 제공: 연합뉴스

    #"더 늦기 전 법 정비" 목소리

    '1호 사건' 수사를 시작한 이후, 공식적으로 공수처가 착수한 사건은 현재 4건입니다.

    하지만 이 사건들 수사가 순항할 수 있을지에는 우려하는 시각이 많습니다.

    지금의 공수처법으로는 수사 권한과 사건 이첩 등을 둘러싸고 앞으로도 다른 기관들과의 힘겨루기를 피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경찰과도 얽혀 있는 문제가 드러나 있습니다.

    공수처 '사건사무규칙'은 공수처가 기소권을 갖는 사건을 경찰이 수사할 경우 공수처에 영장을 신청해야 한다고 명문화했는데요.

    이에 대해 대검이 "형사소송법과 정면으로 상충될 뿐만 아니라 사건관계인의 방어권에도 지장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며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습니다.

    경찰은 '검찰'에만 영장을 신청해야 한다는 주장인 건데요. 출범 뒤 사사건건 발목이 잡히고 있는 공수처의 초반 행보가 위태롭기만 합니다.

    2년 전 국회 점거, 몸싸움 등 초유의 폭력 사태까지 벌이며 '공수처법'을 패스트트랙 법안으로 지정했는데, '이러려고 그랬느냐'는 한숨 섞인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양홍석/변호사]
    "형사소송법 체계와 충돌하지 않도록 공수처법에 특별 규정 넣어서 공수처의 수사와 기소가 특별한 수사, 기소라는 것을 명시해줘야 한다."


    형사소송법 전문가들은 더 늦기 전, 공수처법을 더 촘촘하게 손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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