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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자이미지 김세진

'새우 튀김 갑질 고객' 음성을 왜 공개 하지 않았을까?

'새우 튀김 갑질 고객' 음성을 왜 공개 하지 않았을까?
입력 2021-06-25 19:46 | 수정 2021-06-26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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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우 튀김 갑질 고객' 음성을 왜 공개 하지 않았을까?
    '새우 튀김 갑질 고객'의 음성을 왜 공개하지 않았을까?

    새우튀김 환불을 요구하는 악성 고객과 배달앱 업체의 압박으로 김밥가게 주인이 쓰러져 숨졌다는 MBC 보도 이후, 별점 테러, 블랙컨슈머, 또 이를 방관하는 배달앱에 비판이 잇달았습니다.

    특히 뇌사상태에 빠진 음식 점주에게 깨어나면 고객과 언쟁을 벌이지 말 것을 지속해서 요구하는 쿠팡의 대응은 커다란 분노가 일었습니다.

    함께 하루가 지난 음식을 바꿔달라던 그리고 음식 점주에게 부모 모욕까지 했던 이른바 '새우튀김갑질녀'에 대해 신상까지 공개해야 한다며 분노가 커졌습니다.

    음식점주가 쓰러져 생사를 헤맬 당시, 너무 기가 막힌 남편은 해당 고객과 통화했고, 취재진도 원본을 입수했습니다.

    이후 취재기자도 사실 확인 등을 위해 해당 고객과 통화했습니다.

    해당 고객은 그냥 죄송하다고 했으면 그냥 넘어갈 일을 음식점주가 불성실하고 반말로 이야기해 일이 커진 거라며 자신도 억울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하루가 지난 음식을 환급해달라는 게 정상적이냐는 물음에는 쿠팡에 환급기한이 있었다면 환불을 요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고객은 당시 가게 측과의 전화통화를 녹음했다고 했고, 기자가 제공을 요구했지만 이내 사정이 있어 지웠다고 말했습니다.

    고객 말대로 자신과의 언쟁이 음식점주의 사인과 직접 연관이 됐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어떤 상황이건 한 사람이 목숨을 잃은 상황, 유족들은 고객으로부터 사과는 둘째치고 최소한 안타까운 어투라도 듣길 바랐지만, 그러지 못했습니다.

    고민 끝에 취재진은 해당 고객의 목소리를 싣지 않았습니다.

    보도 반향을 더 크게 하는 데 도움은 됐겠지만 결국, 한 개인의 일탈로 사회적 비난이 집중되고, 정작 쿠팡에는 면죄부가 될 가능성 때문이었습니다.

    유족도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이 사안이 고객과 음식점주간의 다툼으로만 끝나길 바라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새우 튀김 갑질 고객' 음성을 왜 공개 하지 않았을까?
    쿠팡이 이런 음식점주들의 고통을 몰랐을까?

    쿠팡은 보도 하루가 지나고, 참여연대와 가맹점 협의회의 공동 규탄 기자회견이 열린 뒤에 사과 성명과 함께 갑질 방지 전담 조직을 신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마치 이런 문제점을 몰랐는데, 보도가 나오고 최선을 다해 방지책을 만들었다는 식이었습니다.

    취재진은 불과 3달 전에도 이들 배달앱과 플랫폼 별점 테러와 이들의 허술한 리뷰 시스템에 대해 집중 고발한 적 있습니다.

    [연관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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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이번 쿠팡 취재에서도 쿠팡 측에 이번 일의 심각성을 전달하고, 성의 있는 답변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쿠팡이츠 보도전 입장]
    "쿠팡이츠는 관련 법령에 따라 게시물 관리를 하고 있으며, 손쉽게 신고 버튼을 통해 악성댓글에 대한 이의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이에 더하여 임시 게재 중단 및 삭제를 요청할 수 있는 권리침해 신고 제도도 운용하고 있습니다."


    쿠팡은 왜 고객리뷰에 대해 점주 댓글조차 허용하지 않고, 점주 신고에 며칠간 맞춤법 검사를 해 점주들의 정당한 항변조차 막고 있는 것이냐고 물었는데, 질문의 답이 아닌 '우리 시스템은 문제없다'는 대답만 한 겁니다.

    하지만 보도 후 쿠팡은 재발방치 대책을 5개나 내놨습니다.

    보도를 보도 뒤 반향을 보고 사과나 대책 수위를 정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대목입니다.

    쿠팡 측의 진정성(문제해결의지)에 의문이 드는 것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그동안 음식점주들은 쿠팡에 이런 문제를 해결하자며 상생협약과 상시 협의체를 요구해왔지만, 무대응으로 일관해왔습니다.

    이런 배경이 있었기 때문에 유족들도 보도 후 가게로 찾아온 한 쿠팡 간부의 방문을 거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유족 딸]
    "억울함을 호소할 때는 듣지 않고, 이런 문제가 계속 없었던 것도 아니고 어머니가 돌아가시니까 와서 하는 사과가 무슨 소용이 있나?"
    '새우 튀김 갑질 고객' 음성을 왜 공개 하지 않았을까?
    요기요, 배민은 왜 아무말도 없나?

    취재진은 요기요와 배달의 민족을 이용하는 음식 점주들에게 벌어지는 블랙컨슈머와 이를 방치하는 배달앱의 횡포 역시 연속 보도했습니다.

    [연관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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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기가 시키는 대로 버거를 회수했다 새벽 4시에 환불요구와 함께 코로나 바이러스를 옮겨 버리겠다는 횡포를 당한 강원도 원주의 버거집 사장님은 아직도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억울한 음식점주는 해당 고객을 고소하고 유튜브에 사연을 올렸는데, 그 뒤 갑질을 했던 고객은 사과는 했지만 '자살하겠다'며 문자를 계속 보내왔습니다.


    [음식점주]
    "지금도 밤이 되면 문 잠가요. 그리고 CCTV 봐요. 자동차를 봤거든요. 또 오나 싶으면 잠가요. 무서워요."


    음식을 시켜먹고 배가 아프다며 보상금으로 180만원을 요구받은 뒤, 고객으로부터 폭언과 가게 행패까지 당한 음식점주는 결국 정신과를 찾았고, 3년간 집에도 못 가고 가게 바닥에서 쪽잠을 자면서 지켜온 가게를 닫게 됐습니다.

    그러나 요기요와 배달의 민족은 어떤 대책이나 반응도 내놓지 않았습니다.

    취재 중 만난 여러 음식 점주들은 신경안정제 없이 잠을 못 자고, 우울증 증세를 호소하고 있었습니다.

    2-3일 지났거나 심지어 다 먹은 음식도 무조건 환불을 원하고, 공짜 음식을 달라는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어김없이 별점테러… 억울한 일이 있어도 항상 고객에게 '무조건 죄송하다'라는 말을 하도록 강요하는 배달앱 업체들… 음식점주들은 반복된 갑질과 행패에 아무도 자신을 보호해 줄 수 없다는 느낌과 함께 잠에 들기 전 '누군가에게 행패를 부리고 싶다', '극단적인 생각까지 자꾸 생각이 난다'고 말했습니다.

    배달앱의 방치속에 감정의 극단까지 몰린 음식점주들… '새우튀김 환불'과 두고 벌어진 비극은 언제라도 다시 재현될 수 있는 문제인 겁니다.

    하지만 당장이라도 이런 갑질 고객을 줄일 방법은 있습니다.

    미국의 승차공유 업체인 우버를 예로 들어보면, 우버는 고객과 드라이버가 서로 별점을 매길 수 있게 해놨습니다.

    드라이버들이 악성고객은 승차를 거부할 수 있도록 해 함부로 고객이 갑질을 할 수 없도록 자정 작용을 유도하는 건데, 의지가 있다면 배달앱에도 당장이라도 도입이 가능한 기능이라는 지적입니다.

    또 사실이 아니거나 논쟁중인 리뷰는 전체 별점과 따로 관리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물론 고객 리뷰가 정당하거나 사실일 수도 있지만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매출에 직접 영향을 주는 별점을 결정해 버리는 것은, '재판도 받지 않고 판결해 버리는 것과 뭐가 다르냐'는 음식점주들의 항변은 지나치지 않아 보입니다.
    '새우 튀김 갑질 고객' 음성을 왜 공개 하지 않았을까?
    새우튀김 환불 갑질 방지 법안까지 나왔지만…

    이번 보도 이후 정의당 배진교 의원을 비롯한 여야 의원 10명은 이른바 '새우튀김 환불 갑질' 방지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법안은 플랫폼 업체가 후기나 배열 순위, 추천 수 등을 인위적으로 조작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허위리뷰에 대한 책임을 고객과 배달앱사에 지우게 하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러한 정치권의 노력도 마냥 반길 일만은 아닙니다.

    이미 배달앱 등 온라인 플랫폼 업체의 다양한 갑질과 횡포를 막기 위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이 발의 됐지만, 석연치 않은 이유로 국회 정무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석연치 않은 이유는 취재중입니다.)

    실제 이들 법안이 실제 배달앱 음식점주들의 눈물을 조금이나마 닦아 줄 수 있을 지 지켜볼 일입니다.

    그리고 저희도 계속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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