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PD수첩은 ‘쩐(錢)의 전쟁, 옵티머스’를 통해 펀드 환매 불능사태 이전, 옵티머스 사태의 배경을 좇았다.
2019년 5월, 경기도 양주의 한 주차장에서 사업가 윤 모 씨(가명)의 시신이 발견됐다. 범인은 전남 지역 최대 폭력조직인 ‘국제PJ파’ 부두목 조규석 씨. 조 씨는 9개월간의 도피 끝에 잡혔는데, 검거 당시 그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자신이 저지른 살인이 “주가조작과 무자본 M&A 때문”이라는 것. 피해자 윤 씨의 가족 역시 배후에 다른 세력이 있을 것이라 봤다. “옵티머스 사고가 나고 보니 (동생의 죽음이) 간단한 죽음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된 거죠.”
숨진 윤 씨는 당시 무자본M&A를 통해 한 기업 인수에 나섰다. 한때 선박 방향타 제조 세계 1위였던 해덕파워웨이다. 인수대금 750억 원 중 윤 씨는 계약금 75억 원을 마련하는 데 앞장섰다. PD수첩이 만난 한 주주에 따르면, 이 계약금에는 여러 악성 자금이 포함돼 있었다. “사채, 조폭 자금, 카지노 롤링업자 자금 등 굉장히 악성 자금이었죠. 조건이 붙은.”
이러한 윤 씨의 자금 마련으로 트러스트올이란 업체가 해덕파워웨이를 인수했다. 트러스트올은 일명 페이퍼컴퍼니였고, 이동열 대표이사는 옵티머스의 2대 주주였다. 자금을 마련한 윤 씨 역시 옵티머스의 고문으로 불리던 인물. 결국 해덕파워웨이의 실소유주는 옵티머스였던 셈이다. PD수첩에 공개한 윤 씨 유족 측 자료에 따르면, 김 대표는 사망한 윤 씨와 금전 관계도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옵티머스는 어떻게 몸집을 키워왔을까. 옵티머스의 시작은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재현 대표는 약 6억 원을 투자해 경영난을 겪고 있던 AV자산운용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당시 AV자산운용 대표였던 이혁진 씨는 “공공기관 매출채권 투자 상품을 김재현 씨가 책임지고 준비하겠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김 대표의 경영참여 직전,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에서 100억 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거금이 들어온 직후 AV자산운용 내부에선 경영권 분쟁이 일어났다. 김 대표는 이 씨를 몰아냈고, 사명도 ‘옵티머스자산운용’으로 바꿨다. 당시 주총에는 거물급 인사가 나타났다. 양호 전 나라은행장이었다.
옵티머스 측은 양호 씨에게 20억 원을 투자 받고 그를 대주주로 올리려 했다. 금융사 대주주가 되기 위해선 금융감독원의 승인이 필요했는데, 금감원에선 이를 승인하지 않았다. 그때 양호 씨가 끌어온 또 다른 거물급 인사가 등장했다. 평소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와의 친분을 자랑했던 양 씨의 말마따나, 금감원의 태도는 저승사자로 불리던 통상의 모습이 아니었다. 대주주 승인을 앞두고, 금감원 직원이 문제 해결 방법까지 알려줬다는 녹취가 나온 것.
옵티머스 특혜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금감원은 PD수첩에 서면 답변을 보내왔다. 통상적인 업무처리와 크게 다르지 않으며, 특혜를 준 것은 전혀 아니라는 내용이었다.
양호 씨의 대주주 자격이 승인된 것은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2018년 7월이다. 양호 회장, 김재현 대표와 함께 고문으로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위촉됐다. 화려한 진용이 갖춰진 것이다.
1조 5천억 원대의 투자자금을 모으는 동안, 옵티머스는 ‘안정성’을 강조했다. 공공기관 매출 채권에 투자하기 때문에 손실을 보지 않는다는 것. 실제로 옵티머스는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의 투자를 시작으로 마사회, 농어촌공사, 한국전력 등의 투자를 끌어냈다.
그러나 애초에 옵티머스에서 말한 ‘공공기관 매출채권’은 존재하지 않았다. 김 대표는 직원들과 함께 도장 및 서류를 위조했다. 옵티머스 측에선 건설사들은 판 적 없는 채권을 만들어내는가 하면, 관련 은행 서류를 위조, 가짜 천공까지 찍었다.
이렇게 모은 돈은 엉뚱한 곳에 쓰였다. 옵티머스 측이 각종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투자와 대출 명목으로 이 자금들을 유용한 것. 아트리파라다이스, CPNS, 대부DKAMC 등이 옵티머스 자금이 거쳐간 대표적인 페이퍼컴퍼니다.
PD수첩은 이와 관련, 옵티머스 사태 관계자의 진술서도 공개했다. 진술서에 따르면, 이러한 자금세탁 과정에 관여한 사람들은 수수료 명목으로 거액의 돈을 챙기기도 했다. 공공기관이라는 말만 믿고 투자한 일반 투자자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고스란히 피해를 안게 된 셈.
검찰은 이미 이즈음 옵티머스에 관해 인지하고 있던 것으로 파악된다. 2017년 12월, 이혁진 전 AV자산운용 대표가 김재현 대표와 양호 회장을 고소했고, 초기부터 옵티머스에 투자했던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역시 옵티머스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던 것. 하지만 검찰은 제대로 된 수사 없이 두 건 모두 옵티머스를 무혐의 처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당시 옵티머스의 법적 대리인으로 나온 사람이 이규철 변호사였다. 이 변호사는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사건을 수사한 ‘박영수 특검’의 특검보였다. 과거 검찰 핵심인물이었던 변호사까지 옵티머스와 연관돼 있던 것.
이혁진 전 대표가 고소한 건은 검찰에서 경찰로 내려갔고, 경찰은 고소인 조사도 하지 않은 채 시간을 끌었다. 그 사이 김재현 대표 측은 이 전 대표 측, 또 다른 고소인의 아파트를 압류했다. 고소인은 압박에 못 이겨 고소를 취하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고, 사건은 그렇게 마무리됐다.
2018년 10월에 제기된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의 수사 의뢰도 마찬가지였다. 이 역시 옵티머스 측은 이규철 변호사가 나섰다. 2019년 4월, 이 변호사는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을 만났다. 이 만남에 대해 이 변호사는 “가습기 사건 관련해서 윤 총장에게 물었으나, 그건 수사팀에서 관여할 일이지 검찰총장이 관여하지 못한다고 했다. 강아지 이야기만 잔뜩 하고 나왔다”고 했지만, 그로부터 한 달 뒤 이 수사 의뢰도 무혐의 처분으로 마무리됐다.
두 번의 수사가 흐지부지된 뒤, 1조 5천억 원대 펀드는 결국 터지고 말았다. 지난해 11월 금융감독원의 실사 결과, 4300억 원대에 이르는 투자금은 반환 가능성조차 점치기 어렵게 됐다. 주동자들은 뒤늦게나마 중형을 선고받았지만, 일반 투자자들은 이미 무고한 피해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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