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사회
기자이미지 PD수첩팀

[PD수첩] 슈퍼카만 30대, 사업장 주소지엔 허름한 집 한 채… '가짜 수산업자' 116억 원대 사기 전말

[PD수첩] 슈퍼카만 30대, 사업장 주소지엔 허름한 집 한 채… '가짜 수산업자' 116억 원대 사기 전말
입력 2021-08-17 22:40 | 수정 2021-08-17 22:40
재생목록
    [PD수첩] 슈퍼카만 30대, 사업장 주소지엔 허름한 집 한 채… '가짜 수산업자' 116억 원대 사기 전말
    7일 밤 PD수첩 ‘가짜 수산업자와 황금인맥’에서는 116억 원대 사기 혐의로 수사 중인 ‘가짜 수산업자’ 김 모 씨(43)와, 그에 얽힌 검찰, 언론, 정치권 인사들의 내막을 방송했다. 이들은 무엇을 받았고, 무엇을 바랐던 것일까.

    천억 원대의 유산을 받은 언론사 부회장이자 스포츠위원회 회장. 포항 일대에 수십 척의 어선을 보유한 선주. 김 씨를 부르는 호칭은 다양했다. PD수첩이 만난 김 씨의 이웃 주민과 측근에 따르면 그는 수십 대의 슈퍼 카를 보유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까지 김 씨의 일을 도왔다던 제보자는, 수억 원에 이르는 슈퍼 카를 김 씨가 현금으로 거리낌 없이 구매했다고 밝혔다. “내가 계산한 것만 70억 원이 넘을 것”이라며, “가장 많을 때는 (김 씨가 보유한 슈퍼 카가) 30대까지 있었다”고도 덧붙였다.
    [PD수첩] 슈퍼카만 30대, 사업장 주소지엔 허름한 집 한 채… '가짜 수산업자' 116억 원대 사기 전말
    김 씨가 가진 또 다른 자산도 있었다. 정재계는 물론 법조, 언론까지 뻗어있는 ‘황금인맥’이다. 그 중 한 사람, TV조선 간판이었던 엄성섭 앵커는 유난히 김 씨를 자주 만났다고 전해진다. 김 씨는 엄 앵커가 포항에 올 때마다 술을 샀다. 그러나 술자리는 1차에서 끝나지 않았다는 게 제보자의 증언이다. 2차, 즉 성접대가 있었다는 것.

    제보자는 “(엄 앵커는) 여자가 없으면 술을 안 먹었다”고 증언했다. 증언은 구체적이었다. PD수첩은 김 씨가 자주 찾았다는 유흥주점 사장을 만났다. 사장은 “접객비(아가씨비)가 술값보다 더 많이 나왔다”며 김 씨가 자주 왔다는 사실을 인정했지만, 엄 앵커에 대해선 함구했다. “말수도 별로 없고 술만 먹는 사람이었다”는 것. 하지만 사장은 뒤이어 “솔직히 100% 진실을 말하지 않아도 되지 않냐”며, “(엄 앵커를) 봤다 하더라도, 봤다고 말하겠냐”고 덧붙였다.

    엄 앵커는 지난달 17일 금품수수 및 성접대 의혹에 관련해 경찰 조사를 받았지만, 성접대를 비롯한 일부 의혹에 대해선 함구했다. PD수첩의 질문에도 “성접대 관련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허위보도에 대해 법적 대응 중”이라며 답해왔다.
    [PD수첩] 슈퍼카만 30대, 사업장 주소지엔 허름한 집 한 채… '가짜 수산업자' 116억 원대 사기 전말

    엄성섭 TV조선 앵커가 PD수첩 측에 보내온 반론 메일

    PD수첩은 김 씨로부터 이번 사기 사건 전에 이미 비슷한 사기를 당했다는 인물을 만났다. 그는 이미 10여 년 전에 김 씨에게 1억 원가량의 사기 피해를 입었다고 했다. 당시 그를 포함해 김 씨에게 사기를 입은 사람들의 총 피해액은 8억 원 정도로 알고 있다는 증언. 김 씨는 이 사기 사건으로 7년 간 도피생활을 하다가 검거됐고, 2016년 11월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김 씨는 여기서 중요한 인물을 만나게 된다. 2017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은 송 모 씨다. 월간조선 기자 출신에,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의 특보였던 송 씨가 김 씨와 같은 교도소에 수감됐던 것.
    [PD수첩] 슈퍼카만 30대, 사업장 주소지엔 허름한 집 한 채… '가짜 수산업자' 116억 원대 사기 전말

    김 씨 명함에 적힌 '부림물산' 사업장 주소지

    2017년 12월 특별사면으로 출소한 김 씨는, 출소 6개월 뒤부터 또 다른 사기 행각을 도모했다. 여기에 송 씨의 인맥이 닿았다. 김 씨는 송 씨를 통해 김무성 전 대표를 소개 받았다. 김 씨는 그가 가진 다양한 직함 중 하나인 수산업 대표이사직을 이용해, 선동 오징어 사업에 투자하라며 투자금을 모았다. 김 전 대표의 형도 김 씨의 투자자 중 한 명이 됐다. 1년 7개월가량의 기간 동안 김 씨는 이런 방식으로 피해자 7명으로부터 총 116억 원 상당의 투자금을 받았다. 하지만 김 씨가 말했던 수산 사업은 이뤄지지 않았다. 약속한 수익금이 들어오지 않자 피해자들은 직접 포항을 찾았고, 이윽고 김 씨의 사기 실태가 드러나게 된 것. 김 전 대표의 형은 86억 원가량을 투자했는데, 피해자 7명 중 피해 금액이 가장 컸다.

    김 씨는 투자금을 모집하는 동시에, 송 씨로부터 소개받은 인맥들을 유지하는 데도 힘썼다. 박영수 전 특검 역시 송 씨가 김 씨에게 연결해 준 인물. 김 씨는 2018년 당시 특검이었던 박영수 변호사를 소개받았고, 지난해에는 1억 원이 넘는 외제차를 빌려주기도 했다. 박 변호사는 같은 특검 소속이었던 이방현 검사도 연결해 줬다. 김 씨는 이 검사에게도 각종 외제차를 무상 대여했고, 현금과 시계 등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씨 측근이었던 제보자는 PD수첩에 “접대를 위해 (김 씨가) 유흥주점 하나를 인수하기도 했다”며, 본인이 이 검사에게 직접 선물 박스를 건넸다고도 했다.

    김 씨는 왜 이렇게 접대에 힘을 썼던 걸까. PD수첩 제보자는 이를 두고 “나중에 일이 터졌을 때 잘 보이려는 목적”이라고 답했다. 박영수 변호사, 이방현 검사 등 법조계뿐 아니라 언론계 인사들 역시 김 씨에게 금품 및 접대를 받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윤석열 전 총장 선거캠프의 1호 영입인사이자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인 이동훈 씨도 접대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 중 한 사람. 그는 이 모든 것이 정치 공작이라고 주장했다.
    [PD수첩] 슈퍼카만 30대, 사업장 주소지엔 허름한 집 한 채… '가짜 수산업자' 116억 원대 사기 전말
    김 씨에게 금품, 접대 등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인물들은 언론·법조·정치계 고위 인사들이다. 이들은 대부분 자신의 혐의를 일부만 인정하거나 부인하고 있는데, 이를 두고 김남국 의원은 “청탁금지법에서 정한 처벌 금액 기준을 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측면이 크다고 본다”고 말한다. 언론인 및 공직자의 경우 1회 100만 원, 연 300만 원 이상의 금품을 받았을 경우 형사 처벌을 받게 되는데, 위법 소지를 없애기 위한 의혹 부인이 아니겠냐는 것.

    “(김 씨의 접대를 받은 인물들이) 뒷배인 것처럼 서있는 것만으로도 그 역할을 다했다”고 원용진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이 사건의 배경을 분석했다. 8억 원짜리 사기꾼을 1년 7개월 만에 116억 원대 사기꾼으로 키운 건 바로 김 씨 뒤에 숨어 있던 각계의 ‘황금인맥’들이 아니었을까.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