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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자이미지 조재영

훈련 높이 무시하다 소방대원 중상…책임은 어디에?

훈련 높이 무시하다 소방대원 중상…책임은 어디에?
입력 2021-08-20 17:41 | 수정 2021-08-20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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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훈련 높이 무시하다 소방대원 중상…책임은 어디에?
    ■ 그 날 수난구조훈련, 대원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지난 6월 21일 오전 11시경, 대전 대청댐 인근에서 소방항공대 수난사고 대비 훈련이 실시됐습니다. 이 훈련은 헬기에서 항공대원들이 맨몸으로 수면 위로 뛰어내려 물에 빠진 사람을 구조하는 훈련인데, 위험성이 커서 대원들의 안전에 특히 유의해야 하는 훈련입니다. <재난현장 표준작전절차>에 따르면 해당 훈련과 관련해 "급변하는 수상, 수중 상황에 따른 위험성이 큼", "대원 안전사고 방지를 위한 환경, 상황별 대책을 수립하여야 함"이라고 명시되어 있기도 합니다.

    이 날 훈련을 위해 이뤄진 훈련계획회의에서 "헬기의 안전고도는 5m 이내"로 정해졌습니다. 즉, 5m의 안전고도 이하에서만 대원들이 수중 낙하를 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매년 해당 훈련이 이뤄질 때마다 똑같이 적용되는 기준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날, 두 명의 대원은 기준보다 세 배 이상 높은 고도 10~15m에서 물 속으로 뛰어내렸습니다. 사고였습니다.

    대원 A와 B 모두 다쳤고, 특히 대원 A는 전치 6주의 중상을 입었습니다. 수면에 얼굴을 부딪치면서 이가 부러졌고, 피범벅이 된 얼굴 30여곳을 꿰맸습니다. 발목은 완전히 골절돼 사고 발생 후 두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목발을 짚고 다닙니다. 재활 치료에는 최소 6개월에서 1년이 걸린다고 합니다.
    훈련 높이 무시하다 소방대원 중상…책임은 어디에?
    구급대원으로 일하던 A는 더 많은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남들은 꺼려하는 항공대원 업무에 스스로 자원해서 온 케이스였습니다. 그런데 처음으로 참가한 실전 훈련에서 이런 사고를 겪고 나니, 무엇보다 다시 예전처럼 구조 업무를 할 수 있을지가 가장 걱정이라고 합니다. 사고 트라우마 때문에, 높은 곳이나 물을 보면 예전에는 전혀 없었던 불안감이 생기고 가슴이 두근거린다는 겁니다. 앞날이 창창한 젊은 대원 A는 왜 이런 사고를 당하게 된 걸까요.

    ■ "고도 낮춰야 한다"는 말에도…헬기 기장 "시끄럽다. 그냥 하라"

    사고 당일 헬기에 탑승한 사람은 대원 A와 B 외에도 민간 헬기 기장 C, 부기장 D, 정비사 E가 있었습니다. 헬기의 고도를 고도계로 정확히 확인할 수 있는 사람은 기장과 부기장입니다. 그런데 정비사 E는 대원들이 낙하하기 직전, 예정된 안전 높이보다 실제 고도가 훨씬 높다는 걸 알아챘습니다. '이건 안 되겠다' 싶었습니다.

    정비사 E의 얘기입니다.

    "수난구조 훈련을 할 때는 최대한 낮게 해줘야 합니다. 그런데 평소에 해왔던, 훈련했던 높이가 아닌 거예요. 원래 위에서 육안으로 볼 때는 높이 확인이 잘 안 됩니다. 그런데도 그 날은 제가 그냥 봐도 너무 높았습니다."

    전국공무원노조 소방본부가 경찰에 제출한 고발장에 따르면, 기장 C는 계속 고도를 낮출 것을 요구하는 정비사 E의 말에 '시끄럽다, 그냥 하라'면서 무시하고 훈련 진행을 강요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는 계속 고도를 낮출 것을 요구했지만 부기장 D 역시 '그냥 진행하라'면서 대원들에게 하강 지시를 강요했습니다.

    이 훈련의 특성상 뛰어내리는 대원들은 아래를 볼 수 없습니다.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가, 신호가 떨어지면 바로 낙하하는 겁니다. 대원들은 평소 연습 때와 같은 3~5m 높이라 믿고 뛰었습니다. 하지만 그 높이의 오차는 어마어마했습니다. 왼쪽이 작년 똑같은 장소에서 진행된 똑같은 훈련 당시 헬기 높이이고, 오른쪽은 이번 사고가 발생한 직후 구조 작업을 진행 중인 헬기의 위치입니다. 고발장에 따르면 대원들이 낙하할 당시 헬기의 고도는 10~15m로 추정됩니다.
    훈련 높이 무시하다 소방대원 중상…책임은 어디에?
    당시 헬기를 운항한 기장 C에게 사고 경위를 정확히 알아보기 위해 연락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경찰 조사 중이어서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 추후에 할 얘기가 많다"는 답변만이 돌아왔습니다.

    ■ 특수구조단장은 현장에 없었고, 항공대장은 무전기가 없었다

    그렇다면 이 사고의 책임은 전부 민간 헬기 기장에게 있는 걸까요?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저희가 입수한 <2021년 항공대 수난사고 대비 인명구조훈련 계획>에 따르면, 훈련 인원은 '119특수구조단장 외 12명', 교관은 '119특수구조단장'이며, 현장안전담당은 '항공대장'입니다. 그럼 이들은 사고 당시 어디에 있었을까요.

    대전소방본부의 답변입니다.

    대전소방본부 관계자 : "특수구조단장님께서는 그날 현장에 우리 대원들 훈련이 종료되면 격려하고 식사라도 같이 함께 하면서 대화의 시간을 가지려고… 10시 33분에 출발을 하셔서 현장으로 가시는 도중에, 사고는 약 10시 50분경에 났거든요."

    그러니까, 특수구조단장은 사고 당시에 현장으로 아직 '이동 중'이었다는 얘기입니다. 왜 이렇게 도착이 늦었는지 직접 물어봤습니다.

    대전소방본부 특수구조단장 : "해당 훈련 같은 경우는 항공대장이 각 분야별 교관을 총괄하는 역할을 해 왔습니다. 특수구조단장이 현장에 가는 경우는 별로 없어요. 저같은 경우는 현장 직원 격려 차원에서 간 것입니다."

    훈련계획상 '교관'으로 지정된 부분에 대해서도, "항공대장이 원래 그 역할을 맡아야 하는데 문서 작성 당시 오류가 있었던 것 같다"고 답변했습니다.

    하지만 공무원노조 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이후 다섯번의 훈련 내내 특수구조단장은 한번도 빠짐없이 현장 참관을 했다고 합니다.

    고발장을 보면, 그날 훈련을 직접 계획했던 항공대장은 특수구조단장이 참석하지 않은 상황에서 훈련을 강행했는데, 사고 당시 헬기 고도가 너무 높은 것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훈련을 지휘하기 위한 무전기조차 휴대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옵니다. 사실일까요?

    대전소방본부 관계자 : "우리 항공대장님께서는 그 무전기를 수상 안전요원에게 주었습니다. 그 안전요원이 혹시라도 안전과 연결된 어떤 사항들이 있으면 헬기하고 직접 빠르게 소통하게끔 하기 위해서 안전요원에게 무전기를 주고, 그 안전요원은 제트스키를 타고 그 현장으로 가기로 되어 있었는데… 제트스키가 불량이 나는 바람에 정상 작동을 못했어요. 그래서 그 현장에 도착하기 전에 이런 사고가 일어났던 거고요."

    사실입니다. 그러면 항공대장은 무전기 없이 어떻게 훈련을 지휘했을까요.

    대전소방본부 관계자 : "저희 항공대장님은 이제 휴대전화 카톡으로… 헬기가 사실 소음이 요란하잖아요. 그래서 웬만해서는 소리가 안 들리거든요. 그래서 카톡으로, 실시간 어떤 그런 통신 수단을 카톡으로 이렇게 유지해서 대원들과 단톡방을 열고 그렇게 해서 그런 걸로 좀 통신을 하고 계셨어요."

    무전기 대신 카톡으로 대원들과 소통을 했다는 겁니다. 다른 훈련도 아닌 수중 낙하 훈련을요. 항공대장은 취재진의 연락을 계속해서 받지 않아 직접 해명을 들을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생각해봐도, 당시 상황이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 노조 "항공기 사고 아니라며 국토교통부에 보고도 안 해"

    자체조사에 착수한 대전소방본부는 기준보다 높은 고도에서 하강훈련을 진행한 것이 사고원인이라고 인정하고, 민간헬기 측에 일체의 손해배상요구를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특수구조단장과 항공대장에게는 '일반적 지휘·감독 책임'만 있을 뿐이라고 결론내렸습니다. 공무원노조 소방본부는 이에 반발해, 결국 지난 18일 대전경찰청에 직접 고발장을 접수했습니다.
    훈련 높이 무시하다 소방대원 중상…책임은 어디에?
    노조는 이 사고가 항공안전법상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보고할 의무가 있는 '항공기 사고'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이러한 보고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실제 취재 과정에서 국토부에 확인해본 결과, 해당 사고와 관련해 국토부 담당자에게는 구두 문의만 있었을 뿐 정식 사고 접수는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노조는 "이 사건 사고가 지난 6월 발생해 두 달 넘게 지나고 소방대원이 전치 6주의 중상해를 입었는데도 불구하고, 대전소방본부 측은 자체 조사결과 공개를 미루고 있다. 또 이 사고와 직접적 연관이 없는 소방대원까지 경위서를 받는 등 하위직 소방공무원에 책임을 전가하는 행태의 조사만 이뤄지고, 피해를 입은 대원들에 대한 제대로 된 사과도 하지 않고 있다"고 고발장에 적었습니다.

    "이 사고로 인해 중상을 입은 소방훈련 공무원들은 무시한 채 책임자 문책과 처벌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으로 보이고, 앞으로도 위와 같은 소방공무원 훈련 안전사고가 재발할 우려가 크다 할 것인 바, 피고발인들에 대한 신속한 수사를 진행해 달라"고 경찰에 촉구했습니다.

    자칫하면 대원들이 목숨을 잃을 뻔한 위험한 사고였습니다. 사람을 구하기 위한 훈련을 하는데, 대원들 자신의 생명이 위험해져서야 되겠습니까. 모든 책임을 민간헬기 업체 측에만 돌리고, 소방본부에서는 가장 중요한 지휘감독 책임 부분을 유야무야 넘어가려는 것은 아닐지요. 경찰의 수사, 끝까지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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