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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 2021년 자영업자 대출 규모 약 831조, 벼랑 끝으로 내몰린 자영업자

[PD수첩] 2021년 자영업자 대출 규모 약 831조, 벼랑 끝으로 내몰린 자영업자
입력 2021-08-31 22:39 | 수정 2021-08-31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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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D수첩] 2021년 자영업자 대출 규모 약 831조, 벼랑 끝으로 내몰린 자영업자
    8월 31일 밤 PD수첩 '[긴급취재] K방역의 그늘, 자영업자'에서는 계속되는 고강도 방역조치로 인한 자영업자들의 현실에 대해 심층취재했다.

    코로나19 발생 1년 반, 사회적 거리두기는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12일부터 시작된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를 오는 9월 5일까지 연장했다. 수도권 내 음식점에서는 오후 6시 이후 3인 이상 집합을 금지하고, 영업시간도 1시간 단축한 오후 9시로 제한했다. 이러한 조치는 자영업자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을까.

    한국신용데이터는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시행 직전과 직후, 각 일주일간의 서울시 야간 매출 기록을 비교분석했다. 2019년 같은 기간 대비 서울시 모든 지역에서 매출이 약 40%가량 감소했다. 특히 마포구, 중구, 종로구는 절반 가까이 줄어있었다.
    [PD수첩] 2021년 자영업자 대출 규모 약 831조, 벼랑 끝으로 내몰린 자영업자
    주로 저녁 시간에 장사가 이루어지는 이태원 상권은 피해가 특히 심각했다. 이태원의 외식업 매출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약 80% 감소했다. 이태원 세계음식문화거리에서는 상당수의 가게가 폐업했다. 영업을 계속하고 있는 가게들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이태원의 한 자영업자는 "상권 전체가 죽어버릴까 봐, 문이라도 열어놓는 것"이라며 한탄했다.

    자영업자의 피해는 폐업 통계를 통해서도 알아볼 수 있었다. PD수첩은 지방행정인허가데이터에 등록된 총 190개의 업종 중 우리 생활과 밀접한 53개의 업종의 폐업 현황을 분석했다. 서울의 주요상권인 신촌에서는 611개, 이태원에서는 345개의 가게가 폐업했다. 명동, 홍대, 이태원 그리고 이대 상권까지 포함하면 2,000개가 넘는 가게가 폐업했다.
    [PD수첩] 2021년 자영업자 대출 규모 약 831조, 벼랑 끝으로 내몰린 자영업자
    유동 인구가 하루 40만 명에 달했던 대표상권 명동, 상인들은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극심하다고 호소했다. 특히, 명동은 통상임대료가 제곱미터 당 약 22만 원으로 서울시 주요 상권의 4배에 달한다. 정부는 건물주가 임대료를 인하해주면, 인하 금액의 50%를 세금에서 공제해주는 착한 임대인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자영업자의 고통을 분담하는 착한 임대인은 흔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명동의 한 자영업자는 "힘들다고 말했더니 주인이 그럼 팔고 나가라 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명동에서 17년째 한정식집을 운영 중인 차인섭 씨는 한국전력공사에서 전기 공급을 중단하겠다는 계고장을 받았다. 그 내용은 건물 전체의 밀린 전기료 약 1,800만 원이 미납되었으며, 수납하지 않을 경우 전기 공급을 정지하겠다는 것. 코로나19 여파로 건물 대부분의 상점이 폐업하거나 영업을 중단하면서, 한 달 전기료만 약 500만 원 정도인 건물 전체의 전기료를 홀로 부담하고 있었다. 건물의 관리를 맡고 있는 업체 측은 "전기료를 소유주가 대신 내줄 수는 없잖아요"라고 말했다. 차인섭 씨는 "돌파구를 모색하려 이리저리 애를 쓰고 있다. 악으로 버티고 있다"며 눈물을 보였다.

    지난해, 임차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되었다. 이러한 법이 현실에도 반영되었을까. 사우나를 운영하는 이정희 씨(가명)는 임대인 측에서 임대료를 제때 내지 못했다며 명도소송을 걸어 분쟁을 겪고 있다. PD수첩은 임대인 측에 명도소송을 하는 이유를 물었다. 건물주 측은 "법적인 해당 사항이 있어 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정희 씨(가명)는 "임대료를 깎아달라는 게 아니다. 길거리에 나앉지 않게 막아주셔야 하는 것 아니냐."며 눈물로 호소했다.

    임대인의 선의에 기대야 하는 한국과는 달리, 선진국에서는 초기부터 정부가 임대차 문제에 직접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임차인이 임대료 지급을 연체했다는 이유로 강제 퇴거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임대인 역시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더라도, 금융기관이 재산을 압류하지 못하도록 했다. 미국 외에도 영국, 독일, 호주에서는 정부가 임대차 문제에 직접적으로 개입했다.
    [PD수첩] 2021년 자영업자 대출 규모 약 831조, 벼랑 끝으로 내몰린 자영업자

    2021년 2월, 국회 정문 앞에서 열린 소상공인연합회 코로나 피해 소상공인 대책위원회 기자회견

    김기홍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정부는 그동안 자영업자에게 기다리라는 말만 하면서 우리를 희생시켰다"고 하면서, "빚은 늘어가는데, 정부는 아직까지 어떠한 피해보상을 해주겠다는 정확한 논의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천안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허희영 씨는 "살려고 하는 겁니다. 같이 살자고"라며 눈물로 피해를 호소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총 4차례에 걸쳐 소상공인 지원금을 지급했다. 하지만, PD수첩이 현장에서 만난 자영업자들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피해가 컸지만 지원금을 받지 못한 자영업자들도 있다. 시흥에서 볼링장을 운영하고 있는 이현영 씨는 매달 나가는 고정비만 약 7천만 원이지만, "2·3차 지원금을 받지 못했다"며, "매출 4억 원 초과, 상시종업원이 5인을 초과해 소상공인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PD수첩] 2021년 자영업자 대출 규모 약 831조, 벼랑 끝으로 내몰린 자영업자

    2012-2021 자영업자 대출 규모 (출처: 한국은행)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1년 1분기, 자영업자의 대출 규모는 약 831조 8천억 원에 달한다. 1년 새 약 150조 원가량 증가했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출 증가 속도가 굉장히 빠르고, 다중채무자들이 많이 증가하고 있다"고 하면서, "은행권뿐만 아니라 비은행권, 게다가 카드 대출까지 받고 있어 대출의 질이 나빠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지난 7월, 손실보상법이 통과됐지만, 이전 손실과 관련한 소급적용 조항은 포함돼 있지 않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해 연장되었던,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 유예 조치도 9월 말 종료를 앞두고 있다. OECD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비율은 24.6%에 달한다. 대한민국의 자부심이었던 K-방역, 그 뒤에는 자영업자의 희생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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