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반복되는 젊은 예술인들의 피해‥예술계의 권력형 성폭력 집중 취재

12일 밤 PD수첩 '대한민국 젊은 예술가의 초상'에서는 예술을 가장한 폭력 때문에 꿈을 침해당한 젊은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집중 취재했다.

지난 10년 동안 미술을 공부해왔다는 이주현(가명) 씨. 올해, 이 씨는 국내외에서 개인전을 열어 온 작가 최 모(가명) 씨의 전시회에서 업무 보조로 일했다. 지난 5월 최 씨가 회식을 제안해 저녁을 먹었는데, 최 씨가 술집이 문을 닫으니 자신의 숙소에서 2차를 하자고 제안했다고 했다. 이 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최 씨가) 갑자기 이 노래 좋지 않으냐 춤을 춰야겠다며, 순식간에 일으켜 세우고 안았다. 키스하려고 하는데, 고개를 흔들면서 싫다고 했다”고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 후 이 씨는 최 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최 씨에게 입장을 물었지만, “수사 중인 사건이라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변했다.

이 씨의 사건이 기사화된 뒤, 새로운 피해자로 등장한 정혜림(가명) 씨. 정 씨는 최 씨의 또 다른 피해자였다. 저녁 식사를 한 뒤, 최 씨가 노래방에 가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정 씨는 “저를 일으켜 세웠다. 힘을 줘서 밀착시켰다. 끌어안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그 일이 있은 후, 최 씨가 정 씨에게 더 수위가 높은 신체접촉을 시도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최 씨 측 변호사는 수사 진행 중인 사건이라 따로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지난달 8일에 열린 홍익대 미대 인권유린 A 교수 파면을 위한 공동행동의 기자회견

지난 9월 8일, 홍익대 미대 A 교수에 대한 폭로가 터져 나왔다. 4년 전, 미대 교수로 부임한 A 교수. A 교수의 제자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A 교수의 제자들은 PD수첩과의 인터뷰를 통해 피해 사실에 대해 밝혔다.

먼저, 학생들은 노동 착취를 당했다고 털어놨다. A 교수가 운영하는 가구 판매점의 가구를 옮길 때, 학생들이 동원됐다는 것. 대형 가구를 옮기기도 했으며, 여학생들의 경우 의자 크기의 가구를 옮기거나 포장을 벗긴 뒤 정리하는 일에 투입되었다고 밝혔다. 제자들은 A 교수가 운영하는 매장에서 판매할 물품을 제작하는 일도 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겪은 피해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올해 2월, A 교수는 한 제자에게 대학원 진학 상담을 해줬다. 그 후, A 교수가 제자에게 만나자고 연락을 해왔고 충격적인 요구를 했다고 전했다. A 교수가 휴대폰 달력을 보며 성관계 날짜를 잡자고 했다는 것. A 교수에게 성희롱을 당했다는 학생은 한 명이 아니었다. 최초 폭로 이후, A 교수에 대한 피해 사례 32건이 추가로 제보됐다. A 교수가 ‘비밀스러운 관계를 갖자며 성관계를 요구’했다는 내용 등 기존 사례와 유사한 피해자들이 등장했다.

A 교수에 대한 기자회견이 열린 지 5일 뒤, A 교수의 또 다른 제자들이 완전히 상반된 내용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피해 학생들이 밝힌 대다수 내용은 사실이 아니며, 거짓과 선동에 휩쓸려 교수님을 떠나시게 하고 싶지는 않다는 것. A 교수를 지지하는 학생은 PD수첩과의 인터뷰에서 “일종의 인민재판을 진행하고 있는 이 사실이 가장 충격적이었으며, 저희 목소리를 들어달라는 취지로 나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우선, A 교수의 개인 사업 운영을 위해 학생들을 동원하고 임금을 주지 않았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처음에는 임금을 주셨는데, 우리가 부담스러워서 받지 않겠다고 했다. 그런데 그걸 안 주고 일을 시켰다고 주장하니 황당하기만 하다”고 설명했다. A 교수와 최근 연락하거나 만난 적 있냐는 물음에 기사로만 보고 있다고 답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PD수첩에서 인터뷰를 요청했던 날, A 교수의 작업실에 학생들이 모인 것을 확인했다. 이날 교수와 만나 대화를 나눈 학생 중 일부가 인터뷰에 응했다.

A 교수는 PD수첩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A 교수는 개인 사업에 학생들을 동원했다는 이유에 대해 “힘들어했을 순 있다. 그것까지 노동이라고 얘기한다면,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제기한 성희롱 의혹에 대해서는 전면 부인했다. 악의적으로 왜곡한 것 같다는 문장도 있으며, 나머지는 상상도 안 된다는 것. 제자에게 성관계를 요구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날을 잡자는 말은 오히려 당시 제자의 성적인 대화가 부담스러워 자리를 피하기 위해 한 말이라고 주장했다. A 교수는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리기 바란다며, “정당한 재판을 받고, 잘못이 있다면 정당한 책임을 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고소하지 않는 이유도 궁금하다”라고 밝혔다.

예술계에서는 성추행 의혹이 폭로된 후, 복귀하여 활동을 이어나가는 현실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에 대해 미술계 전문가인 오지은 작가는 “옛날에 잘못을 일으킨 사람이라 할지라도 예술 작품이 좋기 때문에 복귀하는 현상이 미술계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 예술가의 일탈로 바라보면서 예술 작품은 다르게 봐야 한다는 시선들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젊은 예술가들의 꿈이 사라지고 있다. 예술계에서 권력형 성폭력이 근절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는데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