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 8시 20분에 방송된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가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가 작성한 기사형 광고의 내막과, 클릭 수 무한 경쟁을 위한 인터넷 커뮤니티 '복붙' (복사 후 붙여넣기) 기사의 실태에 대해 집중 취재했다.
연합뉴스마저 기사형 광고를?
몇 달 전, 연합뉴스에서 계약직으로 일했다는 전직 직원이 MBC 스트레이트를 찾아와 연합뉴스에서 있었던 일을 털어놨다. 홍보사업팀 소속으로 일하고 있었는데 뜻밖에도 자신들에게 기사를 작성하는 일을 맡겼다는 내용이었다. 기업이나 홍보대행사에서 보내준 보도자료 원문을 최대한 살리면서 표현을 살짝 바꿔 기사로 바꾸는 일을 했다는 것이었다. 이런 '기사형 광고'는 '광고'나 '협찬'이라는 표시도 없이 포털의 뉴스로 송출됐다.
스트레이트는 '기사형 광고'를 작성 중인 연합뉴스 기사 송고 시스템 화면을 확보했다. 실제로 본문 칸에는 업체가 보낸 보도자료가 거의 그대로 들어가 있었고, 기사의 중요도를 정하는 '완급설정'이라는 화면에는 별 2개, 즉 '일반 기사'로 체크돼 있었다.
연합뉴스가 업체들을 상대로 영업할 때 썼던 '종합홍보대행 서비스 안내' 문건을 봐도 비슷한 내용이 드러났다. 홍보용 배너를 모바일 화면 하단에 게재하는 '모바일 광고대행'을 설명하면서 부가 서비스로 보도자료를 배포해준다고 돼 있었다.
스트레이트는 홍보용 배너가 중심이고, 기사형 광고는 보너스인 것처럼 포장해놨지만 정작 광고비 액수는 기사 송고 횟수에 따라 달라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업체에는 광고인 것이 너무 티가 나지 않도록 세미나, 학술, 신제품 출시 등을 팩트 위주 기사체로 작성한다고 안내했다.
연합뉴스에 기사형광고를 의뢰한 안 업체는 연합뉴스의 영향력과 공신력을 살 수 있다는 건 꽤 괜찮은 조건이었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는 연합뉴스가 언제부터 이런 기사형 광고 영업을 했는지도 추적했다. 2018년 12월에 기사형 광고 작성 방법을 적어놓은 '뉴스 정보 작성 가이드 개요'라는 문건이 작성된 것을 확인했다. 최소한 2018년부터 지속적으로 기사형 광고를 팔아왔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추가로 연합뉴스 홍보사업팀에서 일했던 직원들의 이름으로 연합뉴스 기사를 검색해봤더니 기사형 광고로 의심되는 기사들이 10년 전인 2011년부터 발견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연합뉴스는 이전 경영진의 의사결정과정에 대해 정확히 알기 어렵다면서, 과거의 잘못된 행위를 바로잡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스트레이트 측에 밝혔다.연합뉴스, 포털에서 사실상 퇴출
결국 연합뉴스는 경영진이 직접 나서 책임을 인정하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 그리고 기사형 광고 사업을 담당했던 '홍보사업팀'을 해체하고, 기사형 광고로 벌어들인 수입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포털이 언론을 좌지우지하는 걸 방지하기 위해 언론계, 학계 인사들로 구성된 '뉴스제휴평가위원회'는 연합뉴스에 대한 제재 논의에 착수했다. 8월과 9월 먼저 열린 회의에서는 연합뉴스에 대해 '32일간 포털 노출 중단' 조치를 결정했다.
이어 포털 입점 언론사를 재평가하는 11월 회의에서는 연합뉴스의 제휴 단계를 '콘텐츠 제휴'에서 '검색 제휴' 등으로 강등시키기로 결정했다. 콘텐츠 제휴 기사들은 뉴스 홈에 들어가면 바로 보이지만, 검색 제휴 기사들은 검색창에 키워드 검색을 해야만 볼 수 있다.
그리고 사흘 전인 지난 목요일 오후 4시부터 이 결정이 시행돼 네이버와 다음, 양대 포털 사이트 뉴스 페이지에서 연합뉴스가 사라졌다.
연합뉴스는 퇴출 결정에 거세게 반발했다. '포털이 공론장에서 언론을 내쫓고 있다'는 자사의 입장을 대변하는 기사를 주요뉴스에 계속 내보냈다. 또 32일 노출 중단과 등급 강등은 '이중 제재'라며 법원에 포털 퇴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스트레이트는 연합뉴스가 정보격차를 해소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는 의무를 갖는, 법률로 정한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이고, 이에 따라 매년 300억 원이 넘는 정부 구독료로 받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공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곳에서 남몰래 기사형 광고를 만들어왔다는 점에서 더 문제가 된다는 비판이었다.
그리고 기사형 광고가 연합뉴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꼬집었다. 연합뉴스가 강력한 제재를 받은 상황인데도 스트레이트 취재 결과 여전히 기사형 광고를 대행하는 업체들은 성업중이었다. 2019년 한해 '기사형 광고'는 5,517건에 달했다. 조선일보와 한국경제, 매일경제가 특히 기사형 광고를 많이 내보냈다.'복붙' 기사 전성시대
보도자료와 홍보자료를 그대로 복사해 붙여넣기하는 이른바 '복붙' 기사. 그런데 '복붙' 기사는 기사형 광고에서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따르면'이라는 문장과 함께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게시물을 그대로 가져다가 기사화하는 '복붙'기사 역시 문제였다. 스트레이트는 온라인 커뮤니터 '복붙' 기사를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 건지 현장을 확인해봤다.
먼저 '불판 교체 990원 고깃집' 기사.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불판 교체 990원' 메뉴 사진에서 시작된 기사였다. 스트레이트가 서울의 한 쇼핑몰에 입점한 이 고깃집을 찾아가 봤더니 고깃집 쪽에서는 불판교체 비용을 메뉴판에 넣긴 했지만 실제 받지도 않고 있고, 받은 적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기사화가 된 건지 영문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대학생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이 출처였던 '비대면 온라인 수업 중 성관계 음성이 20분 동안 생중계됐다'는 또 다른 기사.
스트레이트는 기사를 쓴 기자들 가운데 한 명에게 논란이 된 수업의 교수나 학생들과 접촉한 적이 있는지 물었지만, 이 기자는 '다른 기사를 따라 썼다'고 답했다.
다른 기자가 비대면 수업 중 들린 소리가 실제로는 학생이 실수로 재생한 '성인물 동영상'의 소리였다는 것을 확인해 당시 상황을 바로잡는 기사를 쓰자, 이번에는 이 달라진 내용을 반영한 비슷한 기사들이 줄줄이 올라는 촌극이 벌어졌다.'복붙' 저널리즘‥문제는 결국 '돈'
스트레이트는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은 '복붙' 기사가 포털을 거치고 소셜 미디어를 통해 확산하면 값비싼 사회적 비용까지 발생하게 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작정자가 불분명한 오픈 채팅방에 올라온 '인천국제공항공사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연봉 5천만 원 정규직이 됐다'는 메시지가 기사화되면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이 나온 배경, 그 방향과 속도, 과정의 공정성 같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논의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한강 대학생 사건'처럼 근거 없는 음모론을 경쟁적으로 기사화하는 현상도 비슷한 부작용을 낳았다.
언론계는 네이버가 언론사에 일정 액수를 주는 방식 대신 기사 클릭 수에 비례해 광고 수익을 나누는 방식으로 정책을 바꾸면서 클릭을 유도하기 위한 자극적인 조회 수 경쟁이 더 심해졌다고 분석하고 있었다. 결국 광고 매출과 구독료 등 기존 수익구조가 무너지자, 기사형 광고와 클릭수 경쟁을 언론사들이 생존 전략으로 선택하고 있었다.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가 찾아낸 기사형 광고는 2019년 5천 5백여 건에서 지난해 6천8백여 건으로 증가했다.
스트레이트는 차라리 언론사에 새로운 수익원이 필요하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광고'라는 걸 밝히는 '기사형 네이티브 광고'를 양성화하되 대신 독자에게 숨기면 확실하게 제재하자는 주장을 소개했다. 또 아직 실험단계이지만 온라인에서도 구독료를 내고 양질의 정보만 선별해서 받는 '큐레이션' 서비스나 '구독형 콘텐츠'를 대안으로 검토했다. 스트레이트는 무엇보다, 눈앞의 단기적인 수입에 매달리다 언론계가 공멸할 수도 있다는 인식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MBC의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는 매주 일요일 저녁 8시 20분에 방송된다.
사회
스트레이트팀
MBC 스트레이트, 연합뉴스 기사형 광고의 내막과 '복붙' 기사 집중 취재
MBC 스트레이트, 연합뉴스 기사형 광고의 내막과 '복붙' 기사 집중 취재
입력 2021-11-21 21:09 |
수정 2021-11-21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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