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이 3년에 걸쳐 취재한 수술실 CCTV 설치 문제. 취재의 시작은 故 권대희 씨 어머니의 수술실 CCTV 영상 제보였다. 지난 8월, 당시 수술을 담당했던 의사에게는 실형이 선고되었고 CCTV 설치 법안은 국회를 통과했다. 제보자였던 故 권대희 씨 어머니는 "절벽 끝에 서 있으면서도 결과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언론의 힘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펜트하우스에 산다는 '재건축의 신' 한형기 조합장의 존재를 알린 사람 역시 제보자였다. 조합장과 조합 임원들은 신반포1차 아파트를 재건축하면서 생긴 1,050억 원의 수익금을 두고 200억 원이 넘는 인센티브를 요구하고 있었다. 또 다른 재건축 아파트인 원베일리 아파트에도 한형기 조합장이 개입돼 있었다. 아크로리버파크에 들어갔던 용역 업체들 다수가 원베일리에 그대로 들어갔을 뿐만 아니라 설계에 관한 문제도 있었다.
방송 이후, 서울시와 서초구는 현장 점검에 착수했다. 원베일리 조합에 29개에 달하는 지적사항이 통보되었다. 또한, 이번 조사를 통해 조합이 CM을 통해서만 시공사를 비롯한 각종 용역 회사에 업무 지시를 할 수 있도록 계약이 되어있었던 것이 확인되었다. 현장 점검 이후, 원베일리 조합에 변화는 있을까. 신반포3차·경남 조합원의 가족은 인터뷰를 통해 "엄격히 말씀드리면 개선된 것은 거의 없다. 부당한 행위를 했던 사람들이 계속 그 자리에 있다"라고 말했다.
점검을 실시한 서울시를 찾아가 물었더니 "후속 조치는 구청에서 하고 있으니 구청하고 이야기하는 것이 더 맞을 것 같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후속 조치를 하고 있다는 서초구청 측은 서면답변을 통해 "행정지도의 법적 강제성은 없지만 원베일리 재건축 사업의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라고 밝혔다.
PD수첩에는 금단의 벽에 맞서 목소리를 낸 용기 있는 제보자도 있었다. 전직 국정원 해외 공작관은 국정원이 일본 우익단체를 청사 내부로 초대했고, 일본 우익인사들에게 북한 정세에 관한 정보를 브리핑해줬다는 충격적인 제보를 했다. 국정원이 지원한 일본 우익단체는 사쿠라이 요시코가 대표로 있는 국가기본문제연구소. 이 단체의 핵심 멤버 중에는 국정원 출신 한국인 홍형 씨도 있었다. 국정원은 홍 씨에게 공작금을 지원하며 2012년 대선 관련 여론 공작을 맡겼다. 국정원은 홍 씨에게 공작금을 지급하고 일본 우익단체를 지원한 사실에 관해 확인을 거부했다. 하지만, 홍 씨에게 국정원의 공작금이 지원된 것은 사실로 밝혀졌다.
제보자는 하얀 벽으로 둘러싸인 비좁은 방에서 3일 동안 감사를 받았고, 해리성 장애라는 병을 얻었다. 그리고 제보자는 국정원에서 직권 면직됐다. PD수첩은 제보자를 만나 방송 이후의 삶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제보자는 "저한테 복귀했냐고 묻는 분들이 있다. 그런데 현실은 드라마가 아니다. 드라마는 권선징악으로 끝났지만, 현실에서는 잔혹한 보복극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28년을 재직했는데, 공무원 연금은 받지 못하게 해 놨다. 다음 달부터는 재판이 시작되지만, 여유가 없어 나 홀로 소송을 해야 하는 상황에 있다"라고 말했다.
PD수첩은 故 이예람 중사의 부모님을 만났다. 회식에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성추행을 당한 이 중사. 이 중사는 이 사실을 소속 부대 상관들에게 알렸지만, 상관들은 이 중사에게 회유와 협박을 하며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 결국 이 중사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고, 열흘 후 비극이 세상에 알려졌다. 국방부 장관이 유족을 만나 철저한 수사를 약속한 그날, 국방부 검찰단은 사건 발생 93일 만에 장 중사를 구속했다. 군은 특임검사까지 임명하여 수사를 진행했고, 국방부 검찰단은 가해자 장 중사에게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PD수첩은 여전히 딸의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는 이 중사의 부모를 다시 만났다. 이 중사의 부모는 국방부의 수사 결과를 납득할 수 없었다고 했다. 초동 부실 수사와 관련해서 단 한 명도 기소되지 않았던 것. 이 중사의 부모는 군이 아닌 민간에서 재수사가 이뤄지기를 원하고 있다. 이 중사의 어머니는 "(사람들이) 계속 군에 대해 관심 가져주셨으면 하는 것이 제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PD수첩을 찾아온 나눔의 집 직원들. 나눔의 집 후원금이 정작 할머니들의 생활과 복지를 위해 쓰이지 않는다는 제보를 해왔다. 법인 이사진들이 나눔의 집을 호텔식 요양 시설로 바꾸려 한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방송 직후, 경기도는 민관합동조사단을 편성해 나눔의 집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그리고 PD수첩이 제기한 여러 의혹은 사실로 밝혀졌다.
다시 만난 제보자는 오히려 공익제보자들은 30건이 넘는 고소·고발을 당했다며, "오히려 공익제보 이후에 공익제보자들을 괴롭혀서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했다"라고 말했다. 공익제보자들은 경기도 인권센터에 자신들이 겪은 일을 신고했고, 인권보호관은 시설장과 사무국장에 대한 징계 그리고 광주시청에도 엄중한 행정조치를 주문했다. PD수첩은 나눔의 집 측에 공익제보자들에 대한 조치에 관해 물었다. 나눔의 집 측은 서면 답변을 통해 "공익제보자들에 대한 고소·고발 조치에 대해 위법 행위 방지와 어르신의 안전을 위한 부득이한 조치였다. 더불어 인권센터의 시설에 대한 과도한 개입과 편향된 조사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많은 제보자가 자신에게 닥칠 불이익을 감수하고 용기를 내 PD수첩에 찾아온 이유는 보다 나은 사회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한 번의 방송으로 세상이 쉽게 바뀌진 않겠지만, PD수첩은 계속 관심을 갖고 제보자들과 함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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