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세계
기자이미지 김수진

[World Now] 난동 벌어진 美 의사당에 왜 태극기가?

[World Now] 난동 벌어진 美 의사당에 왜 태극기가?
입력 2021-01-12 07:52 | 수정 2021-01-12 09:37
재생목록
    [World Now] 난동 벌어진 美 의사당에 왜 태극기가?
    뿔 달고 곰털 모자 쓴 남성…'큐어넌 무당'

    지난 6일 미국 의사당에 난입한 트럼프 지지자들 가운데 유독 눈에 띄는 남성이 있었습니다.

    머리에 뿔이 달린 곰털 모자에 문신 가득한 상반신, 길이가 2미터나 되는 창까지 들고 있던 이 남자는 스스로를 '큐어넌(Qanon)의 샤먼(shaman)', 즉 '큐어넌 주술가'로 칭하는 33세 제이컵 앤서니 챈슬리로 확인됐습니다.

    큐어넌은 소아성애자들과 사탄숭배자들이 미국을 지배하고, 민주당 정치인들과 헐리우드의 유명 인사들이 여기에 연결돼 있다고 믿는 음모론신봉자들을 말합니다.

    이들은 극좌파가 전세계를 공산화하려 한다며, 이들로부터 세상을 구원할 메시아가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World Now] 난동 벌어진 美 의사당에 왜 태극기가?

    '큐어넌의 샤먼' 제이컵 앤서니 챈슬리의 의회 난동 당시 모습. (AFP=연합뉴스)

    큐어넌은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가 패배하자 선거가 조작된 것이라는 주장을 폈는데요.

    민주당이 전세계 공산화를 위해 선거를 조작했다는 이들의 주장은 결국 지난 6일 의회 점령 시위로까지 이어졌습니다.

    의회 난동 현장에 휘날린 태극기…왜?

    "민주당이 중국 공산당에 미국을 바치려 한다."

    "민주당의 부정투표로 미국의 공산화가 시작됐다."

    큐어넌의 열렬한 지지자로 알려져 있는, '하이힐을 신은 트럼프'라고 불리는 마조리 테일러 그린 연방 하원의원(46세·조지아주)의 주장입니다.

    그런데 이런 주장을 한국의 극우세력들도 똑같이 하고 있습니다.

    미국 선거가 한국의 작년 4·15 총선처럼 중국 공산당의 개입으로 조작됐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소수자 인권을 옹호하는 미국 민주당과 국내 진보세력을 죄악시하고, 트럼프를 칭송하면서 중국을 향해서는 극도의 혐오감을 드러냅니다.

    국내 언론의 미국 의회 폭동 기사에 달린 댓글들만 봐도 이런 주장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미국도 한국처럼 부정투표로 공산화가 진행중"이라거나, "선거조작으로 중국 공산당 입맛에 맞는 사람이 뽑혔다"고 주장하는 댓글들입니다.

    민경욱 국민의힘 전 의원은 이런 부정선거 주장을 대놓고 하는 사람 중 한명인데요.

    한국 4·15 총선이 부정선거였다며 미국 백악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고, 작년 12월에는 미국 대선 불복 시위에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고 적힌 빨간색 트럼프 모자를 쓰고 참석한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이번 미국 의회 난입 현장에서도 누가 들고 간건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태극기가 곳곳에서 목격되기도 했습니다.
    [World Now] 난동 벌어진 美 의사당에 왜 태극기가?

    미국 의회 난입 사태 당시 방송화면에 잡힌 태극기. (미국 NBC 뉴스 캡쳐)

    트위터에도 태극기를 봤다는 목격담이 줄을 이었습니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워싱턴DC로 가는 도로에서 성조기와 태극기를 들고 있는 한국인들을 봤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는데요.

    이 한국인들은 미국 의회 앞에서 벌어진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이었는데, "민주주의를 위해" 한국에서 왔다고 자신들을 소개했다고 전했습니다.
    [World Now] 난동 벌어진 美 의사당에 왜 태극기가?

    트위터에 올라온 태극기를 봤다는 목격담

    변이 바이러스처럼 전세계 확산되는 '큐어넌'

    미국 의회 난입 사태가 벌어진 지난 6일, 일본 도쿄의 긴자에서도 1천여 명의 시위대가 성조기와 일장기를 들고 시위를 벌였습니다.

    이들이 들고 있는 배너에는 "트럼프가 이겼다" "불법 선거"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습니다.

    일본의 극우세력들과 사이비 종교 단체 등이 주최한 집회였습니다.

    이들은 "중국 공산당을 타도하라"는 구호를 외쳤고, "선거가 조작돼 트럼프 대통령이 패배했다"는 주장을 반복했습니다.

    한국 극우세력과 차이가 있다면, 이들은 중국 뿐 아니라 한국도 적대시 한다는 것인데요.

    마이니치 신문은 지난 5일 트럼프 지지를 외치는 일본내 극우세력들이 '한국과 중국에 패배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을 펼친다고 보도했습니다.
    [World Now] 난동 벌어진 美 의사당에 왜 태극기가?

    지난 6일 도쿄 시내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일본의 트럼프 추종자들. (로이터)

    독일 등 유럽에서는 큐어넌이 코로나19 봉쇄와 맞물려 확산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존재하지 않고, 미국 민주당이 퍼뜨린 가짜"라는 큐어넌의 음모론이 독일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는 것입니다.

    실제 작년 말 독일에서 열린 대규모 봉쇄 시위에서는 트럼프의 사진과 성조기가 곳곳에서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퇴장으로 '큐어넌' 사라질까…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를 메시아로 믿는 큐어넌이 마치 바이러스가 변이하듯 조금씩 모습을 바꿔 전세계로 퍼지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트럼프가 대선 결과를 뒤집기 위해 큐어넌 추종자들을 교묘히 이용한 것처럼 세계 곳곳에서 음모론을 부추기고 이를 통해 세력을 확장하려는 정치인들이 있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앞서 언급한 '큐어넌 샤먼' 제이컵은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자택에서 불법 침입과 난동 혐의로 검거됐습니다.

    하지만 음모론에 기대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극우 정치인들이 계속 존재하는 한, 음모론 추종자는 또 다시 머리에 뿔을 달고 나타날 것이란 우려도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