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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이미지 김정원

[World Now] 프랑스 와인이 우주로 간 까닭은?

[World Now] 프랑스 와인이 우주로 간 까닭은?
입력 2021-01-14 11:10 | 수정 2021-01-14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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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orld Now] 프랑스 와인이 우주로 간 까닭은?
    프랑스 와인이 우주로 간 까닭은?

    "Vitis Vinum in Spatium Experimentia!"
    (비티스 비눔 인 스파티움 엑스페리멘티아!)

    라틴어로 된 이 문장, 마치 영화 '해리포터'에 나오는 주문처럼 들리는데요.

    사실은 우주정거장에서 진행된 과학 실험 가운데 하나입니다.

    '우주에서의 와인 실험' 정도로 번역할 수 있겠네요.

    이 실험은 한 가지 의문에서 출발했습니다.

    '과연 우주에서 숙성한 와인은 어떤 맛이 날까?'

    의문을 풀기 위해 룩셈부르크에 있는 '스페이스 카고'라는 회사가 나섰습니다.

    프랑스 보르도 대학, 독일 바이에른 대학과 함께 2019년 11월, 보르도산 레드와인 24병 중 12병을 우주로 쏘아올린 겁니다.

    1년간 우주정거장의 무중력 상태에서 우주 방사선에 노출된 와인의 숙성 과정을 살펴보고, 새로운 풍미와 특징을 가진 와인을 개발하기 위한 실험입니다.

    남은 12병은 지구에 남겨 역시 1년 동안 숙성을 시켰습니다.

    우주와 지구에 보관된 와인 모두 영상 18도를 유지한 채 숙성 과정을 거쳤습니다.

    보르도 대학 연구원들은 1년이 지나면 두 와인 사이에 미묘한 맛 차이가 있을 거라는 가설을 세웠습니다.

    무중력 상태와 방사선이 박테리아에 영향을 미쳐 와인 맛에도 변화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겁니다.

    '우주 와인 시음회'…그 결과는??

    우주정거장에서 1년 간의 실험을 마친 와인 12병은 스페이스X의 화물선에 실려 곧 지구에 도착하게 됩니다.

    각 와인은 병이 깨지는 것을 막기 위해 철제 원통형 용기에 보관돼 있는데요.
    [World Now] 프랑스 와인이 우주로 간 까닭은?
    AP통신은 스페이스 카고 측이 2월 말 이후에 프랑스 보르도에서 와인 감정사와 전문가 등을 모아 '우주 와인' 시음회를 열 예정이라고 보도했습니다.

    그때까지는 어떤 병도 따지 않고, 시음회에서도 1~2병 정도만 이용하고 나머지 와인은 화학성분 분석에 활용됩니다.

    우주 공간이 와인의 침전물과 기포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초점이 맞춰질 거라고 하네요.

    '스페이스 카고'의 공동 창업주이자 최고경영자인 니콜라스 곰은 자신도 몇 안 되는 시음자로 참여하는 우주 와인 시음 행사가 재미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우주 와인 실험 목적은 농업 연구"

    하지만 우주 와인 실험이 단지 호기심과 시선 끌기를 위해 진행한 것은 아니라는게 이들의 주장입니다.

    기본 목적은 농업 연구에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니콜라스 곰 CEO는 "우리의 목적은 유기농이면서 건강한, 인류를 먹여 살릴 수 있는 미래 농업을 펼쳐나갈 수 있는 해법을 찾는 데 있으며, 우주가 열쇠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기후변화로 포도와 같은 농산물도 더 혹독한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데, 무중력 상태의 스트레스에 노출된 식물을 통해 알게 된 것을 토대로 더 강력하고 탄력적인 식물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미래 탐험가들도 지구에서의 즐거움 원할 것"

    지구에 도착하는 화물 중에는 와인 이외에 작년 3월 우주정거장으로 보냈던 메를로와 카베르네 소비뇽 포도 줄기 320개도 포함돼 있습니다.

    메를로와 카베르네 소비뇽은 레드와인을 만드는 대표적인 포도 품종입니다.

    프랑스 출신인 곰 CEO는 "프랑스인들에게 좋은 음식과 와인을 즐기는 것은 삶의 한 부분"이라면서 "달과 화성을 방문할 미래의 탐험가들도 지구에서의 즐거움을 원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지금까지 맛보지 못했던 향"

    사실 술이 우주로 간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2011년, 위스키 생산 업체인 '아드벡(Ardbeg)'은 스코틀랜드산 위스키를 활용해 실험을 했습니다.

    위스키 원액을 나눠 하나는 오크통에 담아 지구에 보관하고 나머지는 오크통 톱밥과 함께 우주정거장으로 보냈습니다.

    3년의 숙성을 거친 뒤 두 위스키를 비교해 봤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회사 관계자인 빌 럼스덴 박사는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우주 위스키'는 "지금까지 맛보지 못했던 향"이라고 밝혔습니다.

    삼나무 향 등 '지구 위스키' 특유의 풍미와 달리 '우주 위스키'는 연기 냄새 즉 스모키 향이 더 강했고 훈제생선과 제비꽃 향기 등도 났다는 겁니다.

    새로운 맛을 찾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확인되자 너도나도 비슷한 실험에 뛰어 들었습니다.

    2015년에는 일본의 위스키 제조업체가 우주에서 실험을 진행했고, '버드와이저'로 대표되는 미국의 맥주 제조 업체 '앤하이저부시'도 보리 씨앗과 양조 장비를 우주정거장에 보냈습니다.

    '버드와이저'는 2030년대 인류의 화성 식민지 건설에 대비해 화성에 맥주를 공급하겠다는 목표로 맥주 실험을 추진 중입니다.

    위기의 지구…우주 식량 실험은 계속된다

    공교롭게도 모두 주류 업체들의 실험만 열거하게됐지만, 이미 오래 전부터 우주에서 어떤 식량을 재배할 수 있는가를 밝혀내는 건 탐사선의 주요 과제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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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 나사는 지난 2014년부터 적상추를 시작으로 양배추와 케일, 무 등 15종류의 식물을 우주정거장에서 재배했습니다.

    또 지상 시험을 통해 우주 재배용으로 100여종의 식물을 선별했고 조만간 토마토도 재배할 계획입니다.

    우주에서 직접 작물을 재배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화성 여행 등 몇 달씩 걸리는 우주 비행의 경우 현지에서 직접 식품을 조달할 필요성이 커집니다.

    진공 포장식품이 있지만 장기간 보관하게 되면 변질될 수 있고 영양소도 파괴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또 식물은 광합성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없애고 산소를 공급해 줍니다.

    여기에다 녹색 식물은 단조롭고 외로운 생활을 하는 우주 비행사들에게 심리적 안정감도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대기오염, 지구온난화로 언젠가 지구 생태계가 언젠가 파괴될지 모른다는 두려움도 무시할 수만은 없는 상황입니다.

    영화 '마션'의 주인공처럼 화성에서 직접 재배한 농작물을 먹게 될 날이 진짜 오게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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