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일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 이후 미얀마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미얀마군의 날'인 어제(27일,토) 군경은 '군부독재 타도'를 외치는 시민들을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해 하루 백 명이 넘는 시민들이 숨졌습니다.
현지 매체 미얀마 나우는 "미얀마군의 날에 군부는 시민들을 공포로 몰아넣었고, 자체 집계로 40개 도시에서 최소 114명 숨졌다"고 보도했습니다.
사망자는 양곤, 만달레이, 사가잉, 바고, 마그웨, 카친 등 전국에서 발생했습니다.
현지 SNS에는 행인과 차, 오토바이 등을 향해 군경이 무차별적으로 총을 쏘는 장면이 속속 올라오고 있습니다.
남부 다웨이 지역에선 지나가는 오토바이를 향해 군경이 갑자기 차에서 총격을 가해 한 명이 숨졌고, 군경이 거리에서 시신을 유기하는 모습들도 SNS에 올라왔습니다.
어린이들의 희생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한 남성은 차 안에서 축 늘어진 아이를 안고 "내 아들이 죽었어요"라며 울부짖었고, 한 살배기가 고무탄에 눈을 맞아 붕대를 감은 영상도 급속도로 퍼지고 있습니다.
시위대는 '미얀마군의 날'인 이날을 애초 이름인 '저항의 날'로 바꿔 부르며 거리 시위에 나섰습니다.
'저항의 날'은 미얀마가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중 미얀마를 점령한 일본군에 대항해 무장 저항을 시작한 날을 기념한 날이지만, 1962년 군부 정권이 쿠데타로 집권한 뒤 '미얀마군의 날'로 이름을 바꿔 부르고 있습니다.
국영 MRTV는 전날 밤 보도에서 시위대를 향해 "머리와 등에 총을 맞을 위험에 처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협박성 경고 메시지를 보냈고 실제로 이날 무자비한 유혈 탄압에 나섰습니다.
이런 가운데 군부는 이날 제76회 '미얀마군의 날'을 기념하며 군인과 무기들을 대거 동원해 군사 열병식을 열었습니다.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열병식에 앞서 행한 TV 연설에서 "안정과 안전을 해치는 폭력적 행위들은 부적절하며 받아들일 수 없다"고 경고했습니다.
흘라잉 사령관은 또 비상사태 이후 총선을 실시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지만, 구체적 일자는 여전히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대규모 군사 열병식으로 힘을 과시한 군부가 국가 안정을 해치는 '테러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고 거듭 강조해 향후 민간인 희생은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됩니다.
군경의 유혈 진압에 맞서 임시정부 역할을 하는 '연방의회 대표위원회'(CRPH)의 사사 유엔 특사는 온라인 포럼에서 "이날은 군부 수치의 날"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사사 특사는 "군부 장성들은 300명 이상의 무고한 시민들을 죽여놓고는 미얀마군의 날을 축하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유엔 인권사무소도 트위터에 "미얀마 국민들에게 가한 충격적인 폭력"이라고 규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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